사람 10여 명이 차에 치여 쓰러졌단 신고가 소방당국에 접수된 건 오후 9시 반쯤.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교차로를 빠져나온 승용차가 갑자기 일방통행인 4차선 도로를 역주행한 겁니다.
"지금 시청역 인근에서 보통 번화가라고 하면 술 한잔하러 오는 식당들이 모여 있는 골목 바로 옆이거든요. 그 시간대는 굉장히 사람이 많았을 것으로 생각이 들어요."
인도에 번쩍이는 불빛이 비추더니 대화를 나누고 있던 사람들을 향해 차량이 돌진합니다.
미처 피할 틈도 없었습니다.
"제가 와 있을 때는 현장에는 아직 동료들을, 아마 동료들과 같이 있었던 몇몇 분들이 길에 앉아서 울고 계신 모습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퇴근길 대형 교통사고를 낸 60대 운전자는 경찰에 급발진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목격자 진술은 다릅니다.
역주행으로 차량 2대를 들이받고, 보행자를 잇따라 친 뒤에, 가장 마지막에는 차가 장애물을 충돌하지 않고 스스로 감속하며 멈췄다는 겁니다.
운전자 조작으로 멈췄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브레이크를) 마지막에 밟은 거예요. 저기 앞에서, 다 치고 나서. 거의 치고 나서요. 이 앞에서. 급발진 아니야. 급발진 차량은 사고 대처할 때 알잖아요, 전봇대라도 박아야 하잖아. 그거 없었어요. 그냥 여기서 딱 멈췄어요."
희생자 가운데 4명은 시중 은행 동료들이었습니다.
승진 등 인사 발령을 기념해 저녁 식사를 함께하고 난 뒤 참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습니다.
서울시청 공무원 2명도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김윤병 / 고 김인병 사무관 큰형 : 낮에는 아르바이트하고 밤에는 공부하고 해서 어느 날 보니까 이제 서울시 세무직 시험을 쳤더라고요. 맨날 11시 이렇게 넘어서 퇴근하고 전화하면 형님 바쁘다고 이러고 이래서 뭐가 그리 바쁘냐 이러니까 서울 시내 시위가 너무 많아서….]
70살 A 씨가 몰던 택시가 후진하며 구급차를 들이받은 뒤, 다시 앞으로 가는 과정에서 다른 차량 4대와 보행자 2명을 친 겁니다.
A 씨는 급발진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경찰은 교통사고처리법상 치상 혐의로 A 씨를 입건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차량 감정도 의뢰할 계획입니다.
70대 남성이 몰던 승용차가 서울 율현동 골목에 주차된 차량과 어린이집 외벽을 들이받았습니다.
운전자와 옆에 타고 있던 아내는 병원으로 옮겨졌는데, 음주 운전은 아니었던 거로 조사됐습니다.
오래 함께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가족들은 아직 헤어질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시청 역주행 사고' 희생자 유가족 : 오래오래 살아야 했는데, 아이고…. (다른 가족들은 버스에 오르겠습니다.)]
사고 현장을 찾은 시민들도 술잔을 채우고, 기도를 하며 먼 길을 떠나는 희생자들을 위로했습니다.
자막 - 제작: 이승윤
영상편집: 이현수
디자인: 오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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