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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천재' 윤이상, 마침내 재심 받는다 [앵커리포트]

앵커리포트 2024.07.23 오후 02:51
동백림 사건에 연루돼 옥살이한 작곡가 고 윤이상 씨의 재심 개시가 확정됐습니다.

대법원이 어제, 서울고등법원의 재심 개시 결정에 대한 검찰 항고를 기각함에 따라 곧 사건 심리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동백림 사건.

1967년 7월, 중앙정보부가 발표한 간첩단 사건입니다.

동백림을 거점으로 한 간첩단이 있다는 거였는데, 동백림은 옛 동독 동베를린의 한자 표기입니다.

당시 대한뉴스 보도를 보시죠.


[대한뉴스 631호 (1967년 7월 15일) : 대학교수·학생 등 주로 지성인들이 간첩단을 조직하고 지하에서 암약해온 어마어마한 사건이 세간에 알려져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의 기자회견에서 밝혀진 것을 보면, 북한 괴뢰는 동베를린에 본부를 두고 대남 적파공작을 벌여왔는데, 독일이나 프랑스 등지에서 공부하는 우리 유학생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평양으로 유인해서 세뇌 공작을 마친 다음 이들을 다시 우리나라로 귀국시켜 대한민국의 전복을 시도했다고 합니다.]

작곡가 윤이상, 화백 이응로를 포함해 예술인과 의사, 공무원 등 194명이 연루됐고,

반년 만에 2명에게는 사형이, 34명에게는 무더기 유죄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당시 독일에서 활동하던 윤이상 씨도 한국으로 이송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동료 음악가들의 국제적 항의와 독일 정부 도움으로 2년 만에 석방됐지만, 끝내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눈을 감았습니다.

지난 2006년,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박정희 정권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동백림 사건을 대규모 간첩사건으로 과장했다고 밝혔습니다.

[손호철 / 2006년 1월 당시 국가정보원 과거사 진실규명위원회 위원 : 특히 정권의 심각한 위협으로 부상한 학생들의 부정선거 규탄시위를 북한의 지령에 따른 국가전복 행위로 몰고 가기 위해 1960년대의 대표적인 학생조직이었던 민비연을 무리하게 동백림 공작단의 일원으로 확대 왜곡하는 등 불행하게도 동백림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윤동화 / 윤이상 씨 동생(2006년 당시 인터뷰) : 이 사람들이 안 한 짓도 다 했다고 그러고 덮어씌워서 죽으려고 했다. 죽음으로 모든 것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머리를 깨셨다고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지난해 5월 서울고등법원이 수사기관이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경우라며 재심 개시를 결정하자

검찰은 직무상 범죄가 증명되지 않았다며 즉시항고 했는데,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겁니다.

한때 죽음으로라도 진실을 밝히고자 했던 비운의 천재, 한 많은 생을 마친지 29년 만에 재심을 받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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