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화재, 무리한 공정·불량 전지로 발생"

아리셀, 화재 발생 두 달 전인 4월부터 납품 지연
기한 맞추기 위해 비숙련공 53명 제조공정 투입
아리셀 불량률 2%대에서 6.5% 수준까지 높아져

[앵커]

지난 6월 말,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와 관련해 경찰과 노동부가 첫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납품 지연에 따른 무리한 공정이 계속되면서 불량 전지가 발생해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봤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권준수 기자

결국, 경찰은 리튬 전지를 만들던 아리셀 공장에서 불량품이 나와 폭발했다고 판단한 거죠?

[기자]
네, 우선 화재가 발생한 건 지난 6월 24일입니다.

경찰은 이보다 두 달 전쯤인 4월부터 아리셀이 납품 지연 문제를 겪고 있었다고 밝혔는데요.

기한을 맞추기 위해 무리한 제조 공정에 들어가면서, 5월에는 신규 근로자 53명을 투입했는데 충분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비숙련공이 작업에 투입되면서 기존 2% 수준이던 아리셀의 제품 불량률이 사고가 발생한 6월에는 6.5%까지 올랐다고 경찰은 강조했습니다.

또 사고가 발생하기 2주 전쯤부터는 공장에서 발열 전지 선별 작업을 중단하는 등 안전성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고도 말했는데요.

특히, 사고 이틀 전에는 전해액 주입이 완료된 발열 전지 1개가 폭발해 화재가 발생했지만, 원인 분석이나 적정한 조치 없이 생산 라인을 계속 가동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결국, 불량 전지가 폭발하면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겁니다.

인명 피해가 커진 원인에 대해서도,

경찰은 공장 안에 있는 비상구가 비상시 빠져나가야 하는 방향이 아니라,

오히려 불이 난 곳으로 향해있는 등 비상구 설치규정을 위반하고 비상대피로 확보가 미흡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화재가 발생한 건물은 소방안전관리 대상인데도 아리셀 측이 피난 경로 등이 포함된 소방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대피 훈련 등 안전 교육도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아리셀이 공장 근로자를 불법으로 파견받았다는 점도 밝혀졌죠?

[기자]
그렇습니다.

아리셀의 인력 공급 업체인 메이셀이 파견 사업의 허가를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근로자를 직접생산공정에 파견하면 안 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불법으로 파견된 근로자 대다수는 공장 안에서 비상구가 있는지도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폭발이 일어난 뒤, 3, 40초가량 탈출할 시간이 있었지만 근로자 대부분이 출입구 반대편에서 빠져나갈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고립된 채 숨진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지금까지 경찰은 아리셀 대표 등 18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입건한 가운데,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받는 박순관 아리셀 대표 등 회사 관계자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앞으로 수사본부는 CCTV 등 압수물을 다시 분석하고, 다른 비슷한 사업장의 안전관리 현황을 확인하는 등 다각도 수사를 이어간다는 계획입니다.

지금까지 사회부에서 전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