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무석이가 빠지면 랩이 아니지"…칠곡 할매 빈소서 마지막 완전체 공연

2024.10.17 오전 11:02
'수니와 칠공주' 서무석 할머니의 빈소에서 펼쳐진 공연 / 연합뉴스
평균연령 85세로 구성된 칠곡 할매 래퍼 그룹 '수니와 칠공주'가 어제(16)일 멤버인 서무석 할머니(87)의 빈소를 찾아 추모 공연을 해 화제가 되고 있다.

힙합 모자와 헐렁한 티셔츠, 거미 모양의 금속 장신구를 한 채 환하게 웃고 있는 서무석 할머니의 영정사진 앞에서 할머니들은 여고생들의 우정을 그린 영화 '써니'의 한 장면처럼 서 할머니만을 위한 추모 공연을 펼쳤다.

멤버들은 음악이 흘러나오자 준비해온 단체 안무와 함께 랩 공연을 했다. 눈을 감고 랩을 읊조리거나 덩실덩실 춤을 추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서 할머니와의 마지막 완전체 공연을 가졌다.

가사에는 80여 년 세월 속 여성이라는 이유로 억눌려있던 그들의 애환이 담겨있었다.

수니와 칠공주는 '우리가 빠지면 랩이 아니지' 노래를 '무석이 빠지면 랩이 아니지'로 바꿔 부르기도 했다.

할머니들은 흥겨운 몸짓으로 랩을 했지만, 이내 영정 사진을 보고 울먹거렸다. 곁에서 공연을 지켜보던 유가족들도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수니와 칠공주' 멤버 서무석 할머니 영정사진 / 연합뉴스

'수니와 칠공주' 멤버로 활동한 서 할머니는 올해 1월 림프종 혈액암 3기를 진단받고,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서 할머니는 암 투병 사실이 알려지면 멤버로 활동하지 못할 것 같아 가족을 제외하고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매주 2회 연습에도 빠지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4일 서울 광화문광장 '한글주간 개막식' 무대에 오른 뒤 급격히 병세가 악화했는데, 6일 정밀 검사를 받은 결과 암이 폐렴에 전이됐다. 할머니는 15일 오전 8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87세를 일기로 숨을 거뒀다.

서 할머니의 장녀 전경숙 씨는 "평생 누리지 못했던 천국 같은 1년을 보내고 떠나셨다. 마지막까지 대환영을 받고 가신 것 같아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박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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