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일으킨 쿠팡이 국회 청문회에 김범석 쿠팡Inc 의장을 대신해 한국어를 구사 못하는 외국인 임원 2명을 내보내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관련 청문회에 김범석 의장과 사고 당시 책임자 박대준 대표는 불출석했고, 외국인 임원 2명이 나온 것이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는 이날 청문회에서 한국어 구사 능력을 묻는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질문에 통역사를 통해 "한국어를 전혀 못하며, '안녕하세요' 정도만 가능하다"고 답했다.
브렛 매티스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역시 통역사를 통해 "'장모님', '처제', '아내', '안녕하세요' 정도 할 수 있다"며 "여기서 의원들이 논의하는 것은 알아듣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에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출석 요구에 불응한 김범석 의장을 언급하며 "한국어가 통하지 않는 외국인 증인을 앞세워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가 비겁하다. 한국 국민으로서 부끄럽다"고 질타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역시 로저스 대표를 향해 "김범석 의장은 왜 나오지 않은 것이냐"고 따졌지만, 로저스 대표는 "이 자리에 오게 돼 기쁘다"며 즉답을 피하고는 "제가 쿠팡 코리아 CEO로 나왔으니 성심성의껏 답변하겠다"고 응답했다.
이에 이 의원은 "의례적인 답변"이라고 꼬집었고, 최 위원장은 "이 자리에 오게 돼 기쁘다는 발언까지 번역해야 겠냐"고 질타하며 속기록에서 해당 발언의 삭제를 요청했다.
이날 청문회는 통역사가 의원들의 질문과 외국인 임원들의 답변을 교차 통역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에 시간이 지체되자 여야 의원들은 "시간 낭비"라며 항의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날 김범석 의장을 국회 증언·감정 법률 위반(불출석) 혐의로 고발하기로 하고, 이러한 내용의 '2025년도 국정감사 불출석 증인 고발의 건'을 의결했다. 국민의힘 소속 윤한홍 정무위원장은 회의에서 "쿠팡 김범석 증인은 우리 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정당한 이유 없이 10월 14일과 28일 두 차례 불출석했다. 이의가 없어 가결을 선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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