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고객 보안 불안·노동자 죽음에도 '김범석 보호' 최우선

쿠팡 물류센터 식당 직원 박현경 씨 청소 중 사망
"약품 독해 고통 호소"…유족 측, 하청업체 고소
쿠팡, 사망 사고 뒤 내부서 ’계약 대상 변경’ 논의

[앵커]
쿠팡을 둘러싼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지만, 김범석 의장은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죠.

이런 가운데 쿠팡이 수년 전부터 용역 계약을 바꾸거나 가짜 CEO를 세우는 방식으로 김 의장을 최우선으로 보호하려 한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조경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2020년 6월 고 박현경 씨는 쿠팡 목천 물류센터 식당에서 방역 지시를 받고 청소하던 중 쓰러져 숨졌습니다.

고인이 청소 약품이 독해 고통을 호소했단 증언이 나오며 유족 측은 쿠팡 하청업체를 고소합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석 달 뒤 쿠팡 준법감시책임자 A 씨가 당시 최고개인정보보호책임자에게 보낸 내부 메일에서 수상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사망 사고가 난 물류센터 식당과의 계약 대상을 바꾸라는 내용으로 보이는데,

A 씨는 "계약 당사자를 쿠팡에서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로 변경하라고 지시한 건 범(BOM)님, 즉 김범석 대표"라고 언급합니다.

그 이유로는 "목천 노동자 사망 사건으로 계약 당사자인 쿠팡이 수사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 의장과 쿠팡이 직원 사망의 책임을 지는 걸 막기 위한 작업으로 추정되는데,

이튿날 다른 직원도 "쿠팡의 도급인으로서 책임이 문제 되고 있고, 김 의장이 용역계약 당사자를 변경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합니다.

[최동범 / 고 박현경 씨 유족 : 이번 사건 터지면서 증거 자료가 나오니 어떻게 표현을 못 할 정도로 화가 치밀어 올라요.]

김 의장을 대신해 "다른 사람을 한국 법인 CEO로 세우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내부 직원들이 대화한 내용도 확인됐습니다.

쿠팡의 이러한 '김범석 지키기'는 오래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10년 전 작성된 거로 추정되는 내부 기밀문서에는 "노조 결성 인원을 최소화"하고 "CEO가 책임지는 사업 범위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방침이 담겼습니다.

김 의장이 국회 쿠팡 청문회조차 출석하지 않은 가운데, 지난 2020년 사망한 고 장덕준 씨 과로사 은폐 의혹의 전모가 뒤늦게 하나둘 밝혀지며 김 의장은 결국 경찰에 고발됐습니다.

[박미숙 / 고 장덕준 씨 어머니 : 다시는 덕준이와 같이 쿠팡에서의 죽음이 왜곡되고 은폐되지 않게 모든 진실을 밝혀 주십시오.]

쿠팡 측은 이 같은 내부 고발을 진행한 전 개인정보보호책임자가 회사의 정당한 해임 조치에 대한 불만으로 왜곡된 주장을 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YTN 조경원입니다.


영상편집 : 심원보
디자인 : 권향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