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말기 암환자도 전장으로'…NYT, 러시아군 비밀 민원 문건 공개

2026.01.02 오후 04:46
ⓒ연합뉴스
러시아 군인들이 말기 암에 걸려도 전투에 동원되는 등 상부로부터 심각한 인권침해와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정황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입수한 러시아군 관련 비밀 민원 문서 6,000여 건을 분석한 결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크렘린이 폭력과 강압에 기반한 전쟁 수행 체계를 구축해, 군 지휘관들이 병사들을 통제·처벌하는 수단으로 폭력을 사용해온 정황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문서에는 이미 중증 질환이나 심각한 부상을 입은 병사들까지 전투에 강제로 투입됐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일부 민원에는 "1월에 병사들을 발가벗긴 채 수갑을 채워 나무에 묶어 수 시간 동안 방치했고, 일부는 다음 날 아침까지 풀어주지 않았다"는 진술이 담겼다. 또 다른 민원에는 수저나 포크를 들 힘조차 없는데도 '특별군사작전'에 다시 투입됐다는 호소도 적혀 있었다.

특히 여성 유족 10명이 공동 제출한 민원에는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에 주둔한 군부대에서 지휘관들이 자신들의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300명 이상 병사를 살해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겼다.이 문서에 따르면, 처형된 병사들의 시신은 외딴 곳에 암매장되거나 대전차 지뢰로 폭파돼 흔적조차 남지 않도록 처리됐으며 일부 유가족에게는 봉인된 관에 담긴 신체 일부만 전달됐다. 상당수 시신은 현재까지도 전장에 남아 있다고 전해졌다.

이 밖에도 문서에는 우크라이나군 포로로 잡혔다가 풀려난 병사들을 곧바로 다시 최전선에 투입한 사례, 팔다리 골절·말기 암·뇌전증·두부 외상·심각한 시·청각 손상 상태에서도 전투를 강요한 사례, 지휘관이 병사들에게 뇌물을 요구하거나 금품을 갈취한 사례, 위험한 임무를 거부하거나 돈을 내지 않으면 지하실에 가두거나 구덩이에 처박고, 나무에 묶어두는 처벌을 한 사례 등이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다.

NYT는 분석한 민원 가운데 1,500건 이상이 상급 지휘관의 범죄나 비위 행위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어 범죄가 조직 내부에서 은폐되기 쉬운 구조임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번 문건은 러시아 인권위원회 타티야나 모스칼코바 사무실이 실수로 4~9월 접수된 민원 문서를 온라인에 공개하면서 외부에 노출된 내용이다. 러시아 크렘린과 국방부는 해당 문건 공개 경위나 의혹에 대해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피해 병사 가족들의 절망과 분노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 사라토프 출신 한 병사의 아내는 민원서에서 "우리는 3년 동안 모든 것을 침묵한 채 공포 속에서 살아왔다"며 "이 부당함 때문에 속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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