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6년 2월 20일 (금)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송주희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여성 A씨가 진실이라 믿었던 모든 것이 한순간에 모두 거짓이었단걸 알게 된 순간, 아마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었을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A씨를 속인 사람은 다름 아닌 그녀의 남편이었죠. 그는 스스로를 고학벌의 자산가라 소개했지만, 그 말들은 모두 거짓말이었습니다. 심지어 이 남성, 수차례 사기죄로 처벌받은 전과자였죠. 그렇다면 A씨가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뒤, 이 남성은 과연 뭐라고 항변했을까요? 이 남성이 언급한 건, 형법에 규정된 ‘친족상도례’입니다. 친족 사이에 발생한 재산범죄에 대해선 형사처벌을 면한단 조항이죠. 그러니까 이 문구만 놓고 본다면 황당하긴 해도, 이 남성의 말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법의 판단은 어땠을까요? 이어서 또 다른 사례, 하나 더 살펴보겠습니다. 크든 작든, 누군가의 거짓말에 속았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 우린 속아 넘어간 나 자신을 먼저 탓하곤 하죠? 하지만 분명한 건요. 잘못한 건 내가 아니라 나를 속인 사람이란 사실입니다. 그런데 남이 아닌 부부 사이에서 벌어진 거짓말, 사기라면 법적 판단, 꽤나 복잡해지기도 하는데요. 오늘 에서 관련 쟁점들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이원화입니다. 로엘 법무법인, 송주희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송주희: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송주희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오프닝 끝부분에 소개된 케이스부터 이야길 해볼게요. 자신을 접견했던 변호사마저 속여, 옥중에서 혼인신고까지 한, 참 대단하다 싶은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사건의 흐름부터 정리를 해주시죠.
◆송주희: 네, 이 사건은 마치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한국판, 그것도 교도소 버전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대담한 사기극입니다. 주인공인 52세 남성 A씨는 이미 사기죄로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었는데요. 그런데 수감 생활을 하면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자신을 유명 기업의 사주이자, 기업 인수합병 전문가라고 소개하기 시작합니다. 주가조작으로 수백억 원을 벌었고, 해외에 거액의 자산이 있으며, 유명 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해 MBA 과정까지 밟고 있었다는 식으로 이력을 꾸몄죠. 또, 이뿐만이 아닙니다. A씨는 접견 온 변호사에게까지 재력가 행세를 했고, 결국 옥중에서 혼인신고까지 하게 됩니다. 이후 그는 “내 아내가 변호사다”라고 말하며, 다른 수용자들의 의심을 교묘하게 피해 갑니다. 그 결과, 피해자들에게 특정 주식을 실제 가치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팔거나, 투자금 명목으로 돈을 받는 방식으로 총 10억 원에 달하는 거액을 옥중에서 가로챈 겁니다.
◇이원화: 아무튼 이 변호사가 결국 거짓말인 걸 알아채고, '이혼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건데, 많은 분들이 궁금하실 것 같아요. '왜 혼인 무효가 아니라, 이혼청구였을까?' 이 두 개념이 출발점부터 완전히 다르잖아요? 왜 이 사건에서는 이혼을 택했을까요?
◆송주희: 네, 청취자분들 입장에서는 "완벽하게 속았으니 '무효'가 되어야 마땅하지 않나" 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하지만, 우리 민법상 '혼인 무효'는 당사자 사이에 결혼할 의사가 아예 없었거나, 8촌 이내 혈족인 경우처럼 아주 제한적으로 인정됩니다. 그런데 사기 결혼의 경우, 속았을 지언정 당시에는 피해자가 '이 사람과 결혼하겠다'고 결심하고, 직접 혼인신고서에 도장을 찍은 것이거든요. 법은 이 행위 자체를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보고, 무효가 아닌 '혼인 취소' 사유로 분류합니다. 그런데 '혼인 취소'는 사기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안에 소송을 걸어야 한다는 아주 제척기간이 있습니다. 아마 피해자인 변호사분은 혼인 기간 중 뒤늦게 실체를 파악했거나, 이미 법적인 부부로서 형성된 관계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위자료나 손해배상을 더 확실하게 받아내기 위해 '이혼 소송'을 택했을 겁니다.
◇이원화: 그런데 궁금한 게, 이 사람이 형사 처벌을 받았을지 이게 궁금하거든요? 이건 어떻습니까?
◆송주희: 네, 법의 심판을 피할 순 없었습니다. 광주지법 제12형사부는 A씨에게 '징역 6년'이라는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이원화: 네, 또 다른 사건으로 한 번 넘어가보죠. 이것도 진짜 황당한 사건인데, '혼인신고를 하고 보니 내가 상대방에 대해 알고 있던 모든 것이 거짓이더라'. 자,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설명해 주시죠.
◆송주희: 네, 이번 사건은 강원도 춘천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41세 남성 A씨가 술집을 운영하는 여성 B씨에게 손님으로 접근하면서 비극이 시작됐는데요. A씨는 자신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데 매우 능숙했습니다. 그는 B씨에게 "나는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다니다가 퇴사했다. 현재는 게임기기 임대업을 크게 하는 자산가이다"라고 소개했습니다. 또 그치지 않고, "현금으로 아파트를 샀다", "곧 모텔도 하나 인수해서 운영할 계획이다"라며 재력을 과시했고, B씨의 환심을 샀습니다. 둘 사이가 가까워지자 A씨는 모텔 인테리어 공사비를 구실로 약 2억원을 요구하였고, 이에 B씨는 '차용증'을 쓰자고 제안 하게 됩니다.
◇이원화: 그렇죠.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차용증'을 요구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송주희: 네, 당연한 말씀입니다. 금액이 커질수록, 특히 억 단위가 넘어가는 거래에서는 반드시 명확한 증거를 남겨야 합니다. 피해자 B씨도 A씨에게 "차용증을 써달라"라고 요구했습니다. 이것은 서로의 신뢰를 지키기 위한 아주 합리적이면서 현명한 요구였습니다. 그러나 A씨는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하였는데요. 어떻게 나왔는지 혹시 아실까요?
◇이원화: 어떻게 나왔습니까?
◆송주희: 청취자분들이 일단 아셔야 할 게 하나 있습니다. 전문적인 사기꾼들은요,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과 '사고방식' 자체가 완전히 다릅니다. 보통 이 상황이면, "차용증을 쓰자",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당연히 써줄게”라고 하든지, 아니면 조금 물러서든지 그게 정상적이겠죠. 하지만 A씨는 여기서 전혀 다른 선택을 합니다. “내가 도망가면 아무 의미가 없으니, 나와 혼인신고를 하면 모텔 준공 뒤 명의를 넘겨 주겠다” 라고 말한 것입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요, 빚에 대한 담보로 '차용증' 대신 ‘법적인 결혼’을 내민 겁니다. 보통 사람 머릿속에서는 떠오르지 않을 발상이죠. 하지만 지금 와서 보면, 이건 A씨가 쳐놓은 아주 치밀한 덫이었죠습니다. '차용증'의 의무를 피해 가면서도, 오히려 상대를 더 깊이 묶어두는 전형적인 사기꾼식 위기 대처 방식이었던 겁니다.
◇이원화: 그래서 결국 혼인신고를 한 거죠?
◆송주희: 네, 안타깝게도 그렇습니다. 피해자는 남자의 말을 믿고, 2024년 5월 혼인신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혼인신고를 하고 나니, 법적 부부가 됐다는 걸 빌미로 A씨는 그해 5월부터 7월까지, 26회에 걸쳐 무려 4억 6천만 원이라는 거액을 뜯어갔습니다. 알고 보니 '명문대 출신 자산가' 라던 남편은 사기 전과가 수두룩한 전과자였고, 모든 게 새빨간 거짓말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원화: 네, 피해자 입장에서는 돈도 돈이지만, 자신이 완전히 이용 당했다는 사실에 정신적 충격이 상당했을 것 같은데, 이럴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결국 법적 처벌이잖아요? 고소로 이어졌겠죠?
◆송주희: 네, 맞습니다. 피해자 B씨는 충격 속에 A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그런데 재판 과정에서 A씨의 태도가 가관이었습니다. 보통 증거가 명백하면 선처를 바란다며 반성을 하기 마련인데, A씨는 사기 혐의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그 이유로, "내가 거짓말을 좀 한 건 맞다. 하지만 그건 사기를 치려던 게 아니라,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좀 더 능력 있고, 멋진 남자로 보이고 싶어서 과장을 한 것이다"라는 겁니다. 그런데 피해자와 재판부를 더 화나게 만든 건 그 다음 논리였습니다. A씨는 '친족상도례' 규정을 들고나왔습니다. "어쨌든 우리는 혼인신고를 한 법적인 부부 아니냐, 대한민국 법에 '부부간의 재산 범죄는 처벌하지 않는다'라고 하니, 나는 처벌받을 수 없다"라며 법의 맹점을 방패로 삼은 겁니다.
◇이원화: '친족 간 발생한 재산 범죄는 처벌을 면한'다는 규정인데, 앞서 가해자가 "돈 안 떼이려면 혼인신고하면 되지"라고 말했다 했잖아요? 자신의 사기행각이 들켰을 경우, 빠져나올 구멍까지 처음부터 처음부터 마련했던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송주희: 네, 제가 사건을 봐도 이건 아주 치밀하게 계획된 '출구 전략'이었다고 보입니다. 사실 청취자분들도 뉴스를 통해 들으셨겠지만, 재작년인 2024년 6월 27일에 헌법재판소가 이 '친족상도례' 규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범죄를 무조건 용서해 주는 건 시대에 맞지 않고, 피해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효력을 중지시킨 건데요. 하지만 A씨는 아주 교묘한 법리 주장을 펼쳤습니다. "나는 2024년 5월 30일 피해자와 혼인신고를 한 법률상 부부이므로, '헌법불합치' 결정이 있었던 2024년 6월 27일까지 저지른 범행은 처벌할 수 없다.” 고 주장한 겁니다. 즉, 헌재의 결정조차 피해 가려고, 범행 시점을 이용해 꼼수를 부린 것이죠.
◇이원화: 그렇다면, 여기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어땠습니까?
◆송주희: 네, 천만다행으로 법원은 A씨의 이런 꼼수를 절대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 모두 A씨에게 '징역 4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는데요. 여기서 재판부가 이 혼인을 '무효'라고 판단한 근거가 아주 구체적입니다. 법원은 "A씨가 오로지 사기를 치기 위해 혼인신고를 했을 뿐, 실질적인 부부 생활을 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라고 봤습니다. 그 근거로 세 가지를 들었는데요. 첫째, A씨가 교도소에서 갓 출소한 사실은 숨긴 채 직업, 재산, 학력을 모두 속였다는 점. 둘째, 혼인신고를 한 지 불과 두 달 만에 2억 원에 가까운 거액을 뜯어냈다는 점. 그리고 셋째, 결혼식이나 신혼여행은 고사하고, 주민등록상 한 집에서 산 적도 없다는 점입니다. 결국 이 혼인신고는 범죄를 위한 도구에 불과했으니 '무효'이고, 대법원 판례에 따라 '친족상도례' 또한 적용할 수 없다고 못 박은 것입니다.
◇이원화: 아무튼 판결만 보면 속이 다 시원해지긴 합니다만, 피해자 입장에서는 처벌만큼 중요한 게 돈을 돌려받는 거잖아요? 피해자가 실제 돈을 회수하려면,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할까요?
◆송주희: 네, 돈을 돌려받으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형사 재판 과정에서 할 수 있는 '배상명령신청' 제도입니다. 아주 간편하고, 비용도 들지 않는 효율적인 제도죠. 두 번째는, 전통적인 방법인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입니다. 만약 배상명령이 기각되거나, 피해액이 특정되지 않았을 때는 이 방법을 써야 합니다. 다만, 여기서 조언을 하나 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진짜 문제는 '집행'으로 이러한 사기꾼들은 검거될 당시 이미 돈을 다 써버렸거나, 재산을 이미 빼돌려 놓은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래서 소송 전에 가압류를 걸어두시거나, 판결 이후 '재산명시신청'이나, '채무불이행자 명부 등재' 같은 압박 수단을 총동원해야, 그나마 회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원화: 네, ,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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