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밀수용 체험을 위해 '60년 노후' 안양교도소를 가다
법무부가 법조 기자단을 상대로 과밀수용 체험을 추진한 건, 시설 개선과 재범 방지의 방향성을 함께 모색하기 위해서입니다.
범죄자 인권 향상에 따르는 반감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존 수용 시설은 한계치에 달했고, 지역 이기주의로 인해 새로운 공간을 마련하기도 어렵습니다. 가석방 요건을 무작정 완화할 수도 없는 딜레마 속에서, 교정 시설의 개선이 정말 필요한 것인지 현장 취재했습니다.
■ 수용자가 되어 직접 들어가 본 교도소
"방귀만 뀌어도 싸움이 나는 곳입니다." 교도관의 말과 함께 철문이 둔탁한 쇳소리를 내며 열렸습니다. 1963년 완공 이후 60년 동안 시간이 멈춰버린 안양교도소가 법조 기자단 앞에 나타났습니다.
법조 기자단은 휴대전화를 포함한 모든 전자기기를 반납하고 수용복으로 갈아입는 것으로 체험을 시작했습니다. 까다로운 신원 확인과 신체검사 등 입소 절차를 거쳤습니다. 가족이나 지인에게 입소 사실을 알릴지도 결정해야 하고 수술과 질병 여부도 확인했습니다.
■ 빛바랜 벽지엔 온갖 낙서…정신 질환자 괴성도
수용자가 된 뒤 처음 마주한 곳은 '징벌방'이었습니다. 다른 수용자를 폭행하거나 교도관 지시를 따르지 않은 규정 위반자가 격리되는 곳입니다.
성인 남성 2명이 누우면 꽉 차는 비좁은 공간, 한 사람이 서 있기도 버거운 구식 화장실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빛바랜 벽지에는 온갖 낙서가 빼곡했습니다. 노랫말부터 수학 문제, 그리고 의미를 해석하기 어려운 기괴한 문구까지 눈에 띄었습니다.
징벌방을 나와 복도를 걸을 땐 중증 정신질환자가 수용된 보호방 쪽에서 괴성이 터져 나와 교도소의 삭막한 현실을 실감케 했습니다.
■ '정원 15명' 방에 18명 우글우글…한계 초과
안양교도소가 맞닥뜨린 문제는 '과밀수용'입니다. 전체 수용실은 406개, 수용률은 135%로 전국 평균인 125%를 훌쩍 웃돕니다. 수용 정원 1,700명보다 300명 이상 많은 2,200명가량이 형을 살고 있습니다.
딱딱한 바닥과 좁은 공간이 주는 압박감. 정원을 훌쩍 넘긴 인원이 뒤엉켜 생활하는 안양교도소는 수용자는 물론 교정 직원들마저 한계로 내몰고 있었습니다.
정원이 15명인 일반 수용실에는 통상 17~18명이 부대끼며 생활합니다. 워낙 비좁다 보니 누군가 화장실을 10분 이상만 차지해도 심각한 갈등의 불씨가 됩니다. 하나뿐인 화장실에서 볼일도 보고 샤워도 해야 하고 설거지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진짜' 수용자들이 있는 곳도 전혀 다르지 않았습니다. 좁은 철창 너머엔 백발의 노인부터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앳된 얼굴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수용자가 있었습니다.
■ 5시간 만에 기자단 체험 포기…"정신병 걸릴 듯"
직접 갇혀 본 기자단의 체험은 고역의 연속이었습니다. 수용자들이 만든 식사로 끼니를 때운 뒤엔 화장실 변기 앞에 쪼그려 앉아 쫄쫄 흐르는 물로 식판을 닦아냈습니다.
가장 견디기 힘든 건 '공간의 압박' 그 자체였습니다. 정자세로 앉아만 있어도 방이 꽉 찼고, 냄새나는 화장실 앞자리를 피하기 위해 눈치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낮에는 눕는 것조차 금지되며, 운동 시간은 주말을 제외하고 하루 단 30분. 좁은 방을 벗어나기 위해 수용자들이 배식 등 사역 활동이나 직업 교육 참여에 열을 올리는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결국, 허리 통증과 밀폐된 공간이 주는 공포를 견디지 못한 기자단은 일정 중간에, 저녁 식사를 포기할 테니 내보내 달라고 호소하며 5시간 만에 체험을 중단했습니다. 없던 정신병도 걸릴 것 같단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 수용자들뿐만 아니라 교정 직원들도 '폭발 직전'
현재 안양교도소 수용자 약 2,200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1,300명가량이 정신적·신체적 질환으로 매일 약을 받고 있습니다. 매일 집중 치료가 필요한 환자도 70여 명에 달합니다.
빽빽한 공간이 주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더해, 누구 하나 감기라도 걸리면 방 전체로 옮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 아프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입니다.
문제는 안양교도소 의료진은 의사 2명과 간호사 12명이 전부라는 겁니다. 여기에 전체 수용자의 10%를 차지하는 고령 수용자 문제까지 겹치며 교정 직원들의 부담은 말 그대로 폭발 직전입니다.
열악한 수용 환경이 낳은 연쇄 작용의 피해자가 된 겁니다.
■ "너무 지치고 힘들다"…교도관들은 매일매일 '전쟁'
교도관들은 범죄자 보호와 폭동 방지 등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궂은일을 도맡고 있습니다. 처우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인데, 업무 환경마저 극악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교도관들은 수용자들의 범죄 개요를 보지 않는다고 합니다. 교정과 교화가 목적이기 때문에 '사람' 그 자체로 보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그들을 지치고 힘들게 하는 건 수용자들의 정신 질환입니다. 소통이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예민한 상태에선 어떤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 만난 한 교도관은 너무 지치고 힘들다며 모범수들을 관리하는 건 괜찮지만, 정신 질환을 겪는 수용자들에겐 심각한 위협감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 '세금 낭비' 프레임 넘어 진정한 '재범 방지' 고민할 때
'교정·교화되지 않은 수용자가 다시 사회로 나온다면 어떨까.'
물론, 반나절 가까이 열악한 교도소에서 수용 체험을 하며 느낀 건 '다시는 들어오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죄를 짓지 말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더군요. 범죄자가 죗값을 치르기 위해 고생을 한다는 건 당연한 순리인 것 같습니다.
다만, 과밀수용 상태인 교도소에선 제대로 된 교정과 교화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수용자의 정신 질환이 심해질 것이고, 폭력성을 키울 가능성이 큽니다. 출소 후엔 재범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국민 안전을 다시 위협하는 악순환을 낳지 않기 위해선 어떤 방안을 세워야 할까요. 교정 시설 개선을 단순히 '세금 낭비' 차원으로 보는 게 맞을까요.
법무부는 수용자를 상대로 체계적인 정신 치료와 실효성 있는 직업 교육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거라 보고 있습니다.
사회 안전과 질서를 위해선 '장기적 투자'로서 '현실적인 대안'을 세워야 한다는 겁니다. 흉흉한 범죄 소식이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선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교정 시설을 갖춰야 할지 함께 고민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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