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X파일] '명함주고 왔는데..내가 뺑소니?' 현직 변호사 "그게 바로 착각!"

2026.05.12 오전 11:36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6년 5월 12일 (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김정기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교통사고는요. 사고가 나는 순간만큼이나 그 직후가 참 중요합니다. 같은 사고라도 그다음 행동에 따라 단순 사고가 되기도 하고 뺑소니가 되기도 하죠. 실제 전북 익산에서 벌어졌던 일입니다. 오토바이 운전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를 치고 피해자가 쓰러져 의식까지 잃은 상황이었는데, 가해자는 “전화 좀 하고 오겠다”는 말만 남긴 채 그대로 사라져 버렸죠. 수사 당국은 곧바로 가해자를 찾기 위해 움직였지만 피해자 가족 입장에선 그 시간을 마냥 기다리기 어려웠겠죠. 결국 직접 단서를 쫓기 시작했습니다. 피해자의 누나는 사고 현장에 남겨진 헬멧과 오토바이를 단서로 중고거래 플랫폼을 뒤졌고, 결국 같은 아이디를 찾아내 가해자를 특정해냈습니다. 말 그대로 가족이 직접 뺑소니범을 추적해 잡아낸 케이스였죠. 그런데 붙잡고 보니 가해자는 아직 성인도 되지 않은 10대 남성이었습니다. 흔히 ‘촉법소년’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만 미성년자라고 해서 무조건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건 아닌데요. 오늘 에서는 미성년자 뺑소니 사고의 처벌 그리고 피해자에 대한 배상 문제까지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입니다. '로엘 법무법인' 김정기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김정기 : 안녕하십니까? ‘로엘 법무법인’ 김정기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전북 익산에서 벌어진 뺑소니 사건부터 짚어보죠.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던 건가요?

◆ 김정기 : 언론에 따르면 10대 오토바이 운전자가 보행자를 치고 아무런 구호 조치 없이 도주한 사건입니다. 2021년 11월 전북 익산에서 발생했는데요. 횡단보도를 건너던 30대 보행자가 오토바이에 치여 정신을 잃고 전치 4주에 큰 상해를 입었습니다. 그런데 가해자는 주변에 사람이 모여들자 “잠시 전화를 하고 오겠다”라고 말한 뒤 타고 있던 오토바이와 헬멧만 현장에 버려둔 채 그대로 종적을 감춰버렸습니다.

◇ 이원화 : 이거 심지어 주변에 목격자가 있었는데 도망친 거네요? 근데 이 사건이 화제가 됐던 게 가해자가 잡히긴 잡혔어요. 근데 이 가해자를 누가 찾아냈느냐? 경찰이 찾기도 전에 피해자의 누나가 이 범인을 잡아냈죠. 이게 어떻게 가능했습니까?

◆ 김정기 : 피해자의 누나분이 중고거래의 플랫폼을 수사관처럼 활용해 가해자를 직접 측정해 냈습니다. 가해자가 버리고 간 헬멧과 똑같이 생긴 물건이 거래된 기록을 찾아내 판매자에게 연락을 했고, 헬멧 구매자의 아이디를 확보했습니다. 이후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뺑소니 오토바이를 찾는다’라는 글을 올려 오토바이 판매자도 찾아내는데, 오토바이 구매자와 헬멧 구매자의 아이디가 동일하다는 것을 알아낸 겁니다. 누나 분은 물건을 거래할 것처럼 메시지를 보내 가해자의 자백을 받아냈습니다.

◇ 이원화 : 사실 굉장히 이례적인 경우긴 한 것 같아요. 가해자가 헬멧을 꼭 중고로 샀다는 보장도 없고요. 설령 중고 거래라고 해도 거래 지역이나 시점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특이했던 그런 사례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우리가 이걸 법적으로 한번 따져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피해자 가족 입장에서는 절박했겠지만 중고 거래 내역을 추적하거나 판매자, 구매자 정보를 캐묻는 과정이 자칫 법적인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는지. 어디까지는 괜찮고, 어디부터는 좀 조심하면 좋을지 말씀해 주시죠.

◆ 김정기 :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공개된 중고 거래 게시글을 검색하거나 판매자에게 일상적인 거래의 질문을 하는 선까지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알아낸 가해자의 신상 정보나 연락처를 인터넷에 함부로 유포할 경우 명예훼손이나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오히려 피해자 측이 처벌받을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사건처럼 가해자를 특정한 뒤 자백을 유도해 경찰에 증거로 제출하는 선까지만 행동하시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현명한 대처입니다.

◇ 이원화 : 아무튼 다시 사건의 핵심으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 접촉 사고가 아니라 사고를 낸 뒤 가해자가 현장을 떠났다는 점이 문제였잖아요? 우리가 흔히 ‘뺑소니’라고 부르긴 합니다만 법전에 뺑소니 죄라는 이름의 죄가 따로 있는 건 아니죠?

◆ 김정기 : 네. 형법에 뺑소니 죄라는 명칭의 죄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상황에 따라 크게 두 가지 법이 적용되는데요. 사람을 다치게 하고 구호 조치 없이 도주했다면 특정 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명 ‘특가법상도주치상죄’라는 아주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됩니다. 만약 피해자가 사망했다면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반면 사람을 다치게 한 것이 아니라 주차된 차량만 긁고 도망가는 등 물적 피해만 냈다면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혐의가 적용됩니다.

◇ 이원화 : 뺑소니 이야기가 나온 김에요. 많은 분들이 질문하시는 게 ‘분명히 피해자가 괜찮다고 가라고 했다. 근데 나중에 뺑소니라고 신고했다더라’ 또 ‘연락처를 남겨놨는데도 문제가 되더라’하는 부분들인데. 실제 어떤 경우에 뺑소니가 성립하는지 많은 분들이 착각하는 부분, 헷갈리기 쉬운 기준, 어떻게 해야 되는지 정리해 주시죠.

◆ 김정기 : 가장 많이 하시는 착각이 ‘명함만 주면 끝난다’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사고가 났을 때는 피해자의 상해 여부를 살피고 병원 이송 등의 명확한 구호 조치를 해야 합니다. 단순히 연락처만 남기고 떠났다면 뺑소니로 간주됩니다. 또 피해자가 당황해서 ‘괜찮다’라고 했더라도 어린 아이이거나 나중에 병원 진단서를 끊어오면 사법부는 ‘도주로 판단’합니다. 특히 피해자가 미성년자일 때 보호자나 경찰에게 연락하지 않고 그냥 가버리시면 실형 가능성이 극도로 높아지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 이원화 :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그냥 경찰에 신고를 본인이 해버리는 게 가장 안전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나저나 피해자 가족 인터뷰 나온 거 보니까 가해자 측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속상하다 이런 대목도 나오고 있어요. 뺑소니 사건에서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합의가 굉장히 중요하다고들 하지 않습니까? 여기서 말하는 합의란 정확히 어떤 의미고 재판이나 처벌 수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함께 짚어주시죠.

◆ 김정기 : 형사 사건에서 합의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금전적인 배상을 하고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용서를 받는 과정을 말합니다. 판사가 형량을 결정할 때 이 ‘합의 여부’는 가장 중요한 감경 요소가 됩니다. 뺑소니는 처벌 수위가 높지만 합의가 이루어지면 집행유예 등으로 형이 깎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피해 회복 노력이 없고 합의가 무산된다면 초범이라도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크게 증가합니다.

◇ 이원화 : 그렇죠. 이 특가법이라는 죄 자체가 굉장히 형량이 무겁기 때문에 이게 뭐 피해자랑의 어떤 합의를 시도를 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합의가 종국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피해자의 상해 정도가 좀 중한 정도라든지 이러면 방금 말씀하셨던 것처럼 실형 가능성이 사실 굉장히 높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은 붙잡고 보니 가해자가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10대’였다는 점도 많은 분들이 놀랐던 부분이거든요? 흔히 ‘미성년자면 처벌이 약한 거 아니냐?’ 아니면은 ‘형사처벌 자체가 안 되는 거 아니냐’ 생각하실 것 같은데. 뺑소니 사고의 가해자가 미성년자인 경우 법적인 책임은 어떻게 됩니까?

◆ 김정기 : 미성년자라고 해서 무조건 법망을 빠져나가는 것은 아닙니다. 만 14세 이상 그리고 만 19세 미만이라면 원칙적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됩니다. ‘다만 소년법의 적용을 받아 전과가 남지 않는 소년부 보호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열려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에 해당한다면 형사 처벌을 할 수 없어 보호 처분’만 받게 됩니다.

◇ 이원화 : 그리고 여기서 만약에 예를 들어서 이 가해자가 고등학교 2학년이나 3학년 정도 되는, 이제 성인이 되기 얼마 안 남은 그런 나이가 많은 소년인 경우에는 보통은 실무상으로 소년법의 적용을 받지 않고 형사처벌을 받는 편인 것 같아요. 자, 다른 사건도 좀 보고 오겠습니다. 요즘 뉴스를 보면 미성년자가 부모님 차량을 몰래 끌고 나왔다가 혹은 렌터카를 구해서 몰다가 도주하는 경우들도 적지 않아요. 최근 특히 경각심을 줬던 사례들 소개해 주시죠.

◆ 김정기 : 네, 정말 안타까운 사건들이 많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2020년 추석 연휴에는 10대 고등학생들이 타인 명의 렌터카를 빌려 무면허로 운전하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22세 대학생을 치고 무려 20km나 도주해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또한 최근 세종시에서는 중학생이 부모님 차를 훔쳐 타 2시간 동안 뺑소니를 치고 경찰과 40분간 추격전을 벌이다 붙잡히기도 했고요. 충남 아산에서도 10대가 무면허로 렌터카를 몰다가 택시를 들이받아 60대 기사님이 숨지는 끔찍한 일도 있었습니다.

◇ 이원화 : 가장 의아한 건 ;도대체 이 렌터카를 어떻게 빌렸냐;인데요. 렌터카 업체나 부모에게도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업체에서 미성년자인지 몰랐다고 하면 책임을 피할 수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 김정기 : 렌터카 업체가 단순히 미성년자인 줄 몰랐다라고 해서 법적 책임을 모두 피할 수는 없습니다. 법률상 렌터카 업체는 대여시 운전자의 자격을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엄격한 의무가 있습니다.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명의 도용 등의 소가 차를 빌려줬다면 최고 50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울러 부모 역시 평소 자녀에 대한 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점이 인정되면 민사상 막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함께 져야 합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사실 피해자 입장에서는 형사처벌보다 더 절박한 게 당장의 치료비나 손해배상 문제일 수도 있거든요? 그런데 가해자가 미성년자라면 보험 처리가 일단 되는지 이것도 궁금하고요. 배상은 또 어떻게 되는지 이거 정리 한번 해 주셔야 될 것 같아요.

◆ 김정기 : 네. 미성년자의 무면허 사고는 배상 문제가 몹시 까다롭습니다. 무면허 운전은 12대 중과실 범죄에 해당되어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더라도 형사처벌 면책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민사 배상의 경우 피해자 구제를 위해 일단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 보험사는 무면허 운전이라는 명백한 약관 위반을 이유로 가해 학생과 부모에게 지급한 돈 전액을 청구하는 구상권을 행사하게 됩니다. 결국 ‘금전적 부담은 온전히 가해자 측’이 지게 됩니다.

◇ 이원화 : 이게 이제 종국적으로는 가해자 측에 귀속이 되긴 하겠지만 피해자 측 입장에서는 당장의 보험 처리가 되지는 않기 때문에, 즉시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거나 그런 일들이 발생할 수도 있겠네요? 결국에는 그러면 민사 소송을 통해서 구제를 받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만약에 가해자인 미성년자도 부모도 배상 여력이 충분치 않다면, 제가 좀 전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종국적으로 돈을 못 받으면 민사소송을 하게 될 텐데요. 부모까지도 자력이 없다, 돈이 없다 그러면 피해자가 현실적으로 어떤 대응을 할 수 있을지.

◆ 김정기 : 가해자 측이 당장 배상할 돈이 없다면 피해자는 막막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때는 피해자 본인이나 가족이 가입해 둔 자동차 보험의 ‘무보험 자동차에 의한 상해 특약’을 활용해 먼저 치료비와 보상금을 지급받는 방법이 있습니다. 만약 가족 중 누구도 자동차 보험이 없다면 ‘국가에서 운영하는 자동차 손해배상 보장 사업 제도’를 통해 뺑소니나 무보험 차량 사고의 피해 지원을 신청할 수 있으니 이 제도를 적극 알아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 이원화 : ,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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