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6년 4월 25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선정수 팩트체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내용 인용 시 YTN라디오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 (이하 최휘) : 사실 확인이 필요한 허위 의심 정보에 대해 짚어보는 팩트체크 시간입니다. 선정수 팩트체커 전화로 만나보죠. 안녕하세요.
◇ 선정수 팩트체커 (이하 선정수) : 안녕하세요
◆ 최휘 : 오늘 팩트체크 주제는 인데요. 얼마 전 대전 동물원에서 빠져 나온 늑대 늑구가 9일 만에 포획돼서 다시 동물원으로 들어갔죠. 그런데 이 늑구에 대해 굉장한 대중적인 관심이 일었단 말이죠. 그런데 허위정보도 많았다면서요?
◇ 선정수 : 네, 동물원에서 사육하던 동물이 동물원을 빠져나오는 일이 왕왕 생기는데요. 그때마다 언론은 물론이고 대중적인 관심이 굉장히 커집니다. 이번 늑구 사건도 마찬가지였는데요. 대중의 관심은 커졌고, AI 기술이 널리 보급된 상황에서 이를 이용한 허위 정보도 굉장히 많이 유포됐습니다. 늑구가 동물원에서 나온 날인 8일 대전소방본부는 늑구가 대전 오월드 네거리 도로 위를 활보하는 사진을 언론사와 대전시에 배포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수많은 기사가 보도됐고, 대전시는 이 사진을 근거로 ‘오월드에서 탈출한 늑대는 오월드 네거리 쪽으로 나간 것으로 확인됐으니 인근 시민분들은 안전에 유의 바란다’는 재난 문자를 주민들에게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근처 산성초등학교는 자녀를 귀가시키려는 학부모들이 몰려 혼란을 빚었고요. 이 학교는 9일 하루 휴교를 실시했다고 합니다. 주민 불안이 커지면서 8~9일 경찰과 소방 당국, 대전시 등에는 “늑대를 봤다”는 신고가 100여 건 쏟아졌는데요. 대부분 오인 신고로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해당 사진은 AI를 이용해 조작한 것으로 판별됐습니다.
◆ 최휘 : 소방이 언론과 지자체에 배포한 자료였잖아요. 사전에 걸러내지 못한 이유가 있었을까요?
◇ 선정수 : 이틀 뒤인 10일 대전소방본부는 “8일 제공한 사진은 AI를 활용해 만든 합성 사진으로 의심된다. 해당 사진을 삭제해 달라”고 밝혔습니다. 사진을 자세히 살펴보면 배경 건물과 도로 표면이 다른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현장 상황실에 파견된 한 공무원이 시중에 돌고 있는 사진이라면서 해당 사진의 진위를 물었고, 대전소방본부는 동물원에 문의한 뒤 배포했다고 합니다. 대전소방본부 관계자는 사진을 동물원 직원에게 보여줬더니 ‘탈출한 늑대가 맞는 것 같다’는 답을 들었다고 합니다. 소방본부측은 다급한 상황이라 더 확인하지 못했다고 하고요. 목격자가 직접 찍은 사진을 받은 것도 아니고 온라인에 도는 사진을 철저히 검증하지 않고 배포한 것은 문제가 커 보입니다. 이것 말고도 학교 운동장을 활보하는 사진도 시청자 제보라면서 일부 언론이 보도하기도 했는데 역시 조작된 걸로 확인됐습니다.
◆ 최휘 : 초기에는 늑구가 사냥 본능이 없기 때문에 빨리 동물원으로 돌려보내지 않으면 폐사할 위험이 있다는 보도도 많이 나왔어요. 결과적으로 사실이 아니었다고요?
◇ 선정수 : 우리나라 언론의 고질적인 병폐가 익명 인용 관행인데요. 늑구의 폐사 위험 이런 이야기도 익명의 관계자 또는 전문가를 인용해서 보도를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전혀 사실과 다른 이야기가 됐고요. 사나흘이 고비다 이런 이야기를 했다가 일주일을 넘겨서 9일 만에 포획해 동물원으로 돌아갔죠. 그런데 포획될 당시에도 약간 말랐을 뿐 건강에 큰 이상은 없는 상태였던 걸로 밝혀졌습니다. 언론이 생태 분야에 대해 너무 모르고, 전문가라고 인용된 사람도 결국 전문적인 지식이 없다는 게 밝혀진 셈입니다. 언론계의 익명 인용 관행과 전문성 부족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으면 좋겠습니다.
◆ 최휘 : 늑구의 이름에 대해서도 잘못된 정보가 많이 떠돌았다고요?
◇ 선정수 : 이렇게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이 발생하면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브, 블로그, SNS 등을 통해서 온갖 낭설이 퍼집니다. 늑구의 이름에 대해서도 늑대의 늑자와 한자 개 구 자를 합쳐서 만든 이름이다. 공식 이름이 아니고 인터넷에서 떠도는 이름이다. 형제 늑대 9마리 중에 막내라서 늑구라고 이름을 지었다 등등 굉장히 많은 설이 나돌았습니다. 동물원 측은 늑대가 태어날 때마다 숫자나 알파벳 등 특정 규칙을 적용해 이름을 짓는데, 늑구가 태어났을 당시 마침 ‘4’와 ‘9’가 비어 있어 붙여진 이름이라고 설명합니다. 또 “늑구라는 이름은 순서와 관계가 없다”며 “늑1, 늑2, 늑3가 또래 늑대라는 말도 나오는데, 이 늑대들도 태어난 연도가 꽤 다르다”라고 밝혔습니다.
◆ 최휘 : 늑구 모양으로 만든 빵도 팔리고, 대전시장은 늑구를 캐릭터로 만들라고 지시도 내렸다면서요?
◇ 선정수 : 늑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온갖 마케팅이 난무할 조짐이 나타나는데요. 늑대 모양의 늑구빵을 만들어서 파는 빵집이 여럿 나왔고요. SNS에는 늑구 이미지를 이용한 합성 사진이 굉장히 많이 나돌고 있습니다. 늑구가 탈출한 대전오월드는 표면적으로 반성과 재발방지대책 마련에 집중하는 모양새인데요. 시민들이 늑구 근황을 알려달라는 요청을 많이 한다면서 SNS를 통해 늑구가 먹이 먹는 모습 등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보다 마케팅이 앞장서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고요. 이 오월드는 대전도시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시설이거든요. 대전도시공사는 대전시의 지방공기업이고요. 그런데 대전시장은 주간업무회의에서 동물원 개편과 관련해 시설 전반에 대한 긴급 점검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지시하면서 신규 캐릭터 개발도 함께 주문했다고 합니다. 대전시가 이 늑구 사건을 마케팅 적으로 활용할 마음을 먹고 있다는 뜻이죠.
◆ 최휘 : 마케팅도 좋은데 동물원에서 사는 동물들이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안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는데요?
◇ 선정수 : 네 그냥 한 때의 열풍으로 단순히 소비만 되는 게 아니라, 동물원 동물과 야생동물을 보전하고 연구하고, 복지를 증진하는 방향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늑구빵을 만들어 판다면 수익의 일정 비율을 대전 오월드에 기부하는 거죠. 동물원 동물 복지 증진에 써달라는 취지로요. 야구단도 늑구를 마케팅이 활용한다고 하면 동물원 동물에 대해 바로 알고, 동물원 동물들의 복지를 증진하는 취지를 담은 프로그램을 만들면 좋을 것 같고요. 개인이 SNS나 블로그를 통해 늑구 콘텐츠를 만들어 올린다고 하면 일단 정확하게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동물원 동물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한 번 관심을 기울여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최휘 : 그런데 이번 늑구 사건을 계기로 동물원을 없애야 한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면서요?
◇ 선정수 : 이게 사실 고민이 많이 되는 지점이긴 한데요. 늑구가 지내고 있는 대전오월드는 늑대 사육장을 사파리 형식으로 꾸며놨는데요. 면적이 1만3000제곱미터 축구장 두 개 정도 되면 면적으로 꾸며놨습니다. 이 정도면 동물원 중에서는 굉장히 큰 면적입니다. 그렇지만 야생에서 늑대의 서식 영역은 100제곱킬로미터, 축구장 1만4000개 정도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인위적으로 조성한 동물원은 야생상태의 늑대 영역과 비교하면 정말 작죠. 늑대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가장 환경이 좋다는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가봐도 동물들에게 허용되는 공간은 실제 서식환경과는 동떨어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말도 안 되게 좁은 공간에 갇혀 있다 보니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고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정형행동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동물원 측은 행동풍부화 조치를 하기는 하는데요. 한계가 명확하고요. 동물원을 폐지하자고 주장은 동물이 자연적인 본성을 충족하면서 살 수 있는 환경을 만족시키지 못하므로 없애자는 논리입니다. 갇혀 있는 동물을 보면서 신기함보다는 가슴 아프게 느끼는 사람들이죠.
◆ 최휘 : 그렇지만 동물원을 좋아하는 분들도 많단 말이죠. 아이들도 많이 찾는데 방법은 없을까요?
◇ 선정수 : 동물 복지 또는 동물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예전보다 높아졌습니다. 그래서 지방의 열악한 사설 동물원은 폐원하거나 공공이 인수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기는 합니다. 정부도 동물원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꾸면서 허가 기준을 높이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속도를 더 높인다는 방침을 내놨습니다. 더 높은 수준으로 관리하도록 제도를 정비한다는 취지죠. 동물원의 기능을 교육/보전/연구/여가 문화/생태계 인식 개선 등으로 상정하고 있는데요. 동물원을 없앤다면 이런 기능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를 먼저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동물원이 없다면 우리 아이들은 어디에서 살아있는 늑대를 만날 수 있을까요? 자연 상태에서 늑대 등 대형 포식자가 살아가는 것을 우리나라 국민들은 용납할 수 있을까요? 동물원에서 태어난 동물들은 동물원이 없어지면 어디로 가야할까요? 이런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많이 있습니다.
◆ 최휘 : 이번 늑구 탈출을 계기로 동물원 관리가 강화돼야 한다는 점은 분명해진 것 같은데요.
◇ 선정수 : 네, 현장 브리핑에 오월드 관계자가 나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본인들도 멘붕 상태라고 말하는데요. 이미 저질러진 일이니 최선을 다해 수습해야 할 것 같고요. 근본적인 체질 개선 대책을 내놔야겠습니다. 실수가 반복되는 건 실력 부족이니까요. 현행 동물원수족관법에는 동물원에서 동물이 탈출하는 사고가 일어날 경우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는데요. 국회에서 이 부분도 논의를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강력한 제재가 있어야 최선을 다해 탈출 사고를 방지하려고 노력하겠죠. 늑구가 탈출한 대전 오월드의 경우엔 사파리 형태로 야산 지역에 울타리를 둘러 넓은 면적으로 늑대 구역을 만들어놨는데요. 늑구가 울타리 밑 땅을 파서 탈출한 거죠. 제대로 관리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좀 더 철저히 관리하고, 정부와 지자체는 더 신경써서 감독해야 하겠습니다.
◆ 최휘 : 늑구 탈출을 계기로 동물에 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데요. 반려동물 키우는 분들도 많단 말이죠. 동물과 관련해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건 뭐가 있을까요?
◇ 선정수 : 동물원은 왜 만들었을까? 언제든 사람이 찾아가면 동물을 구경할 수 있게. 반려동물은 왜 키울까? 항상 나를 반겨주는 자식같은 동물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뭐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대체로 우리 사회의 동물에 대한 인식은 이 정도에 머물지않나 싶습니다. 동물원에서 전시돼다가 아프고 병들면 버려지는 게 현실이고. 동물원 경영이 어려워지면 동물이 방기돼서 갈비 사자 같은 사례도 나오고요. 이런저런 이유로 더 키우기 어려워졌다고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사례는 연간 10만 건이 넘습니다. 생명에 대한 존중과 책임감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 최휘 :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선정수 팩트체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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