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6년 5월 9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어원연구가 신동광 작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내용 인용 시 YTN라디오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 (이하 최휘) : 이번에는 미디어 속 언어를 재해석해 보는 미디어 언어 시간입니다. 어원연구가 신동광 작가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 어원연구가 신동광 작가 (이하 신동광) : 네 안녕하세요.
◆ 최휘 :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25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정당들도 선거 승리를 위해 유세에 몰입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선거와 관련된 용어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선거 분위기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는데요. 이번 선거 이름이 ‘전국동시지방선거’예요. 국회의원 선거는 ‘총선’이라고 부르는데, 이름이 다른 이유는 뭘까요?
◇ 신동광 : 저도 항상 궁금했었어요. 핵심은 한 단체 구성원을 뽑기 위한 ‘총체적 선거’인지, 여러 단체 수장과 구성원을 선택하기 위한 ‘한꺼번에 하는 선거’인지에 있습니다. 국회의원 총선(總選)은 대한민국 국회의 핵심 구성원인 국회의원 총원(總員)을 뽑습니다. 반면 동시지방선거는 시장, 도지사 같은 각각 지역의 수장과 지역 교육을 총괄하는 교육감, 지방의회 의원들을 ‘같은 때에’, 즉 ‘동시(同時)’에 뽑는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 최휘 : 명쾌하게 이해를 했습니다. 여당과 야당들이 치열하게 경쟁 중인데요. 이 뜻도 알아볼까요?
◇ 신동광 : 여당(與黨)은 ‘함께할 여(與)’자와 ‘무리 당(黨)’자로 이뤄진 단어입니다. 국가 통치 권력과 한 무리라는 뜻입니다. 반면 야당(野黨)은 ‘들 야(野)’자와 ‘무리 당(黨)’을 쓰죠. 여기서 ‘조정’이 아닌 ‘들판’에 있는 무리란 의미입니다. 요약하면, 여당은 집권당, 야당은 비집권당을 뜻하는데요. 영어 단어로 보면 훨씬 이해하기 쉽습니다. 여당은 ‘ruling party’나 ‘government party’라고 부릅니다. 즉 ‘통치당’을 뜻하고, 야당은 ‘opposition party’, ‘반대당’이나 ‘경쟁당’을 뜻해요. 정권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역할을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 제목 ‘왕과 사는 남자’를 인용하면, ‘여당은 대통령과 뜻을 함께하는 무리’, 야당은 ‘대통령을 견제하는 무리’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 최휘 : 그런데 집권당이나 경쟁당이라는 의미가 명확한 말을 두고, 왜 여당과 야당이란 표현을 쓰게 된 걸까요?
◇ 신동광 : 여기서 또 일본이 나옵니다. 일본이 근대화 시절 서구의 정치개념을 도입하면서, 기존에 없던 단어를 만들죠. 이 과정에서 일본적 정서를 적용해 만들었고,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도입되었습니다. 말도 짧아서 쓰기 편하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 최휘 : 여당, 야당의 정확한 유래와 의미를 말씀해 주시니까 앞으로 좀 더 잘 이해하고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신동광 : 그래 주시면 저도 기쁘고 보람찹니다.
◆ 최휘 : 여당과 야당처럼 또 좌파 우파라는 말도 자주 쓰지 않습니까? 이 의미도 좀 짚어주시죠.
◇ 신동광 : 좌파(左派)와 우파(右派)는 '공간적 위치'라는 우연에서 비롯됐습니다. 1789년 프랑스 혁명기의 국민의회에서 의장석을 기준으로 왼쪽에 급진 개혁파 의원들이 앉으면서 정치적 의미가 부여되었습니다.
◆ 최휘 : 그러면 자연스럽게 의장석 오른쪽에는 보수파가 앉았겠군요?
◇ 신동광 : 정확합니다. 상대적으로 온건한 왕권 옹호파 의원들이 앉았습니다. 왼쪽과 오른쪽에서 나온 의미가 아니라, 어쩌다 보니 앉은 자리의 위치 때문에 생겨난 말입니다.
◆ 최휘 : 의장석을 기준으로 오른쪽과 왼쪽에 이렇게 나눠 앉은 우연이 만들어낸 단어군요. 혹시 이 말들의 어감으로 인해 생기는 영향도 있을까요?
◇ 신동광 : 은근히 있습니다. 어원적 오해에서 발생하는 현상인데요. 영어의 'Right'가 '오른쪽'과 '옳다'를 동시에 의미하다 보니, 우파는 옳고 좌파는 그르다는 인식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정치적 기원과는 무관한 언어적 우연일 뿐입니다.
◆ 최휘 : 그럼 말이 나온 김에 그럼 오른쪽과 왼쪽의 어원도 알아볼까요?
◇ 신동광 : 형태소 중심으로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오른쪽’의 어원은 ‘옳다’와 연관이 아주 깊습니다. 중세 국어에서도 ‘오란/올한’ 등으로 나타나며, 이는 ‘바르다(正)’, ‘옳다’라는 가치 판단과 결합해 있습니다.
◆ 최휘 : 오른손을 ‘바른손’이라고 불었던 것 같아요. 같은 이름의 문구 브랜드도 유명했죠.
◇ 신동광 : 1980년대 연말 풍경이 떠오르네요. 동서양을 막론하고 대다수의 사람이 오른손잡이였습니다. 그래서 오른손은 ‘바르게 사용하는 손’, ‘도구를 잡는 주된 손’으로 인식되면서 ‘오른손’은 ‘바른 손’이란 인식이 굳어진 것이죠.
◆ 최휘 : 그렇군요. 그럼 왼쪽의 어원도 궁금해집니다.
◇ 신동광 : ‘왼쪽’의 어원은 ‘외다’라는 말에서 왔습니다. 이 부분이 ‘그르다’와 연결되는 핵심이에요. 옛말에서 ‘외다’는 ‘그르다’, ‘어긋나다’, ‘비뚤어지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외고집’, ‘외딴’, ‘외골수’ 같은 말들에 들어갑니다. 주류인 오른손잡이 시각에서 볼 때, 왼손은 다루기 힘들고 서툰 손이었기에 이를 ‘바른 길에서 벗어난’, 즉 ‘외어 있는 상태’로 명명했습니다.
◆ 최휘 : 영어로는 레프트와 라이트인데 영어권에서도 이런 오해나 현상들이 있을까요?
◇ 신동광 : 영어에서도 'Right'와 'Left'의 어원을 따라가 보면, 우리말의 '오른/왼'과 놀라울 정도로 사고가 닮았습니다. 영어의 Right는 '곧다'는 감각에서 출발해 '올바름'으로 확장된 단어입니다. 인도유럽조어(PIE) 뿌리인 ‘reg-‘는 ‘곧게 움직이다’, ‘이끌다’, ‘통치하다’를 뜻합니다. 이 뿌리에서 '바른’을 의미하는 ‘Rect-'라는 어근이 나왔고, Correct(올바른), Direct(직접적인) 같은 단어가 탄생했죠. 의미가 확장되며 '곧게 뻗어 있는 것'이 도덕적·법적으로 '바른 것'이 되었고, 대다수의 사람이 사용하는 손의 방향인 '오른쪽'을 지칭하게 되었습니다.
◆ 최휘 : 우리나라와 어원이 아주 많이 비슷하네요. 레프트의 어원은요?
◇ 신동광 : 반면 Left는 '약하다' 혹은 '쓸모없다'는 부정적인 감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고대 영어 단어인 'lyft'에서 유래했는데요. 본래 '약한(weak)', '어리석은(foolish)', 혹은 '쓸모없는(worthless)'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오른손에 비해 힘이 없고 서툰 손이라는 의미에서 '약한 쪽'이라고 부르던 것이 '왼쪽'이라는 방향 명사가 된 것이죠.
◆ 최휘 : 다른 언어권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을까요?
◇ 신동광 : 오른쪽은 ‘Dexter’, '기민한’, ‘솜씨 좋은'을 의미합니다. ‘손재주’를 나타내는 영어 단어 ‘Dexterity’의 어원이기도 하죠. 왼쪽을 뜻하는 ‘Sinister’는 '불길한’, ‘사악한'이라는 뜻입니다. 마블코믹스에도 ‘미스터 시니스터’란 이름을 가진 빌런이 있습니다. 영어에서 Sinister는 지금도 '불길한'이라는 의미로 쓰이는데, 옛날 사람들이 왼쪽을 얼마나 부정적으로 보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 최휘 : 왼쪽, 레프트의 어원이 상당히 부정적인 의미를 많이 담고 있는데 왼손잡이이신 분들이 이 방송을 듣고 계시다면 서운하실 것도 같습니다. 언어가 달라도 왼쪽과 오른쪽의 어어는 비슷하다는 게 오늘 좀 판명이 됐네요.
◇ 신동광 : 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른쪽은 ‘바르고 강한 것’, 왼쪽은 ‘굽거나 약한 것'으로 이름 붙였다는 사실이 참 흥미롭죠?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정치적 '좌우'는 이런 편견 섞인 어원과는 무관하게 '어디에 앉았느냐'라는 우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최초로 좌파와 우파란 단어가 나온 배경을 보면, 지금 우리나라의 좌파 정당과 우파 정당은 성격이 정반대이기도 하니까요.
◆ 최휘 : 네 저희가 여당, 야당 또 좌파, 우파, 오른쪽, 왼쪽의 어원을 알아봤는데요. 말씀을 오늘 이렇게 쭉 나누다 보니 보수 그리고 진보의 어원도 궁금해졌어요.
◇ 신동광 : 하나로 한 방향으로 이어지는 생각의 흐름입니다. 굉장히 자연스럽고요. 보수라는 말은 한자로 쓰면 ‘지킬 보’에 ‘지킬 수’를 씁니다. 영어로는 ‘컨절베이티브(Conservative)’라는 뜻이고요. 그러니까 말 그대로 기존에 있는 가치라든지 질서를 지켜 나가는 거죠.
◆ 최휘 : 네 기존의 것을 좀 지키다라는 의미가 아무래도 핵심적인 의미라고 보면 되겠죠.
◇ 신동광 : 생활 관념으로서의 보수가 있고 정치 용어로서의 보수가 있는데요. 생활에서는 보수적이라고 하면 조금 더 사려 깊게 생각하고 지금의 질서를 해치지 않으면서 뭔가를 바꿔 나가거나 혹은 유지를 하는 쪽에 쓰이는 말이에요. 정치적으로는 당연히 어느 정도는 기존 질서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경향들이 좀 있는데 마찬가지로 이게 단순하게 특정 계층만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안정지향형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아요. 반면에 진보란 말은 ‘나아갈 진’자에 ‘걸음 보’자를 씁니다. 영어로 '프로그레시브(Progressive)'라고 하죠. 그러니까 지금에 있는 것들을 조금 더 혁신적으로 빠르게 바꿔 나간다라는 개념을 갖고 있어요. 우리가 몸에 어떤 종기가 났다라고 가정을 해 볼게요. 그러면 보수는 우리가 식이요법이라든지 약을 써서 아프게 상처를 짜거나 짜지 않고도 치료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는 개념이라고 하면 진보는 피가 나고 아프더라도 빨리 짜내야지 새 살이 돋아난다, 바꿀 수가 있다는 개념을 가진 거죠. 생각을 해보면 서로가 대립되는 것 같지만 어떻게 보면 궁극적으로는 한 방향으로 우리가 바꿔 나가야 될 것들 좋아져야 될 것들에 대해서 고민하고 행동한다는 의미에서는 대립 관계가 아니라 서로 상호 보완하는 관계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최휘 : 생활 속에서 우리가 진보적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또 정치 성향적으로 진보적이다라고 말하는 것에 좀 차이가 있겠어요.
◇ 신동광 : 보통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서 그런 얘기들이 있는데요. 아버지는 ‘아버지 말 들어’, ‘옛날 어른들 얘기 틀린 거 하나 없어’ 하면 아들은 ‘아버지 시대가 변했습니다’, ‘이제는 이렇게 이렇게 해야 됩니다’라고 하는 밥상머리 대화로 쉽게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최휘 : 바로 이해가 됐습니다. 다음 달 열리는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와 정당의 유래와 의미를 알아보는 아주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 신동광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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