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X파일] 성범죄 사건, 피해자 말이라면 무조건 유죄일까? 판례보니..

2026.05.21 오후 12:32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6년 5월 21일 (목)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권은택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 재판에서 생각보다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신빙성’이죠. 특히 유무죄를 가를 만한 물증이 뚜렷하지 않고, 피해자와 피고인의 말이 정면으로 엇갈리는 사건이라면 이 신빙성이 재판의 핵심 쟁점이 되곤 합니다. 피해자는 ‘분명히 추행과 성폭행 시도가 있었다’ 말하고 가해자는 ‘그런 적 없다, 오해다’ 말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 법원은 무엇을 봐야할까요? 누구의 말을 믿을 것인지, 누구의 말이 더 신빙성이 있는지 그 판단은 어디에서 갈리게 될까요. 방금 소개해드린 사건은, 최근 공군 내에서 벌어진 재판이었는데요. 이처럼 성범죄 재판에서 피해자와 피고인의 진술 신빙성이 핵심 쟁점이 되는 경우 적지 않죠. 그리고 그 신빙성 때문에 1심과 2심, 그리고 대법원의 판단이 완전히 엇갈린 사건도 있었죠. 성범죄 재판에서의 ‘신빙성’이란 말은, 피해자의 말을 무조건 믿는다는 뜻도 아니고, 피고인의 말을 무조건 의심한다는 뜻도 아닙니다. 그러면 법원은 무엇에 집중할까요. 오늘 에서는 군 내 성범죄 사건에서 쟁점이 됐던 진술의 신빙성 문제, 그리고 법원이 피해자와 피고인의 엇갈린 말을 어떻게 판단했는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오늘 에서 이 사건,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이원화입니다. '로엘 법무법인', 권은택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권은택 : 네. 안녕하세요. 권은택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법에서 ‘신빙성’이란 말이 주는 무게 상당하잖아요? 특히 성범죄 사건처럼, 결정적인 증거, 특히 물적 증거라고 하죠? 물적 증거가 없고, 피해자와 피고인의 말이 정면으로 엇갈릴 때는 사실상 재판의 핵심이 되곤 하는데. 먼저 최근 있었던 ‘공군 대령 사건’부터 짚어보죠. 이 사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던 건가요.

◆ 권은택 : 네. 2024년 10월 공군 제17전투비행단에서 있었던 일인데요. 영외 회식이 끝난 뒤 부하 여성 장교가 상관인 대령을 관사까지 바래다주는 과정에서 즉석사진관, 택시, 관사 안으로 이어지며 신체 접촉과 추행이 있었다는 게 사건의 골자입니다. 피해자는 관사 안에서 성폭행 시도까지 있었다고 진술했고, 저항 과정에서 전치 2주의 상처를 입었다고 했습니다. 1심과 항소심 모두 이 진술을 받아들여 징역 5년을 선고했습니다.

◇ 이원화 : 이 사건의 경우, 재판에서 피해자와 피고인의 주장이 완전히 엇갈렸습니다. 피해자는 ‘분명히 추행과 성폭행 시도가 있었다’라고 말하고 있고요, 피고인은 ‘부득이한 신체 접촉이었다, 추행의도 없었다’ 주장했는데 법원은 피해자의 말에 더 신빙성이 있다 판단을 한 거거든요. 어떤 이유 때문이었죠?

◆ 권은택 : 법원이 본 건 단순히 피해자 말 한마디가 아닙니다. 피해자가 숙소에서 뛰쳐나와 곧바로 울면서 동료와 상급자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고, 수사 단계부터 법정까지 진술의 큰 줄기가 일관됐다는 점이 컸습니다. 여기에 즉석사진관이나 이동 동선 관련 객관적 자료, 다급한 연락, 상식에 맞지 않는 피고인 변소까지 함께 봤고요. 그래서 재판부가 경험하지 않은 일을 즉시,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본 겁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이 사건도 그렇고 비슷한 사건에서도 피고인 입장에서 이런 항변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니 피해자 말만 듣는 거냐. 물증은 없지 않느냐?’ 가령 ‘내가 안 한 걸 어떻게 입증하느냐’ 이렇게 말을 할 수도 있고요. 성범죄 사건이라고 해서 피해자 말만 있으면 무조건 유죄냐? 그런데 재판부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진 않죠?

◆ 권은택 : 그렇지 않습니다. 재판부는 면밀하게 검토합니다. 성범죄라고 해서 피해자 진술만 있으면 자동으로 유죄가 되는 구조는 아닙니다. 법원은 진술의 구체성, 일관성, 사건 직후 반응, 주변 정황, 피고인 해명의 합리성을 종합해 봅니다. 실제로 과거 해군 사건에서는 같은 피해자의 진술이 문제 됐어도 피고인 한 명에 대해서는 증명이 부족하다고 봐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결국 법원은 확인된 증거와 전체 맥락으로 판단하지, 인상이나 여론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 이원화 : 보도에 나온 걸 보면, 피해자가 “꽃뱀 취급을 당했다” 호소하기도 했던데, 성범죄 사건에서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곤 하거든요? 성범죄 피해자를 이런 식으로 몰아간다면 이걸 단순한 방어권 행사로 볼 수 있는 건지, 아니면 2차 가해라든지 또 다른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건지 어떻게 봐야할까요.

◆ 권은택 : 피고인에게 혐의를 부인하고 방어할 권리는 물론 있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피해자를 아무 근거 없이 꽃뱀으로 몰거나, 피해 동기 자체를 조작으로 몰아가거나, 주변에 낙인을 찍는 방식으로 공격하면 그건 단순 방어를 넘어 2차 가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군처럼 폐쇄적 조직에서는 그런 낙인이 피해자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압박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더 심각하게 봐야 합니다. 경우에 따라선 명예훼손이나 추가적인 불법행위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좀 덧붙여 말씀드리자면 사실 이 ‘꽃뱀으로 몬다’ 이런 방식의 변론은 요즘에는 안 하는 변론 방식이죠. 정말 과거에, 진짜 한 십수 년 전 이상 전에는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이런 방법의 변론을 선택을 하면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도 당연히 피고인이나 피의자를 안 좋게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방법이 별론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인 것 같아요. 이 사건이 좀 특이한 사건이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 사건은 군대 안에서 벌어진 사건이라는 점도 아주 중요해 보입니다. 피고인은 상급자, 그것도 대령이었고요. 피해자는 부하 여성 장교였습니다. 군대는 일반 직장보다 위계나 상명하복 문화가 훨씬 강하고 그리고 둘 다 군인이었다는 그런 이제 신분적인 특수성도 있고요. 이런 군대 내 위계 관계가 사건 판단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 권은택 : 굉장히 크게 작용합니다. 군대는 일반 직장보다 상명하복이 강하고, 상관의 한마디가 근무평정, 보직, 조직생활 전반에 직접 영향을 미치니까 피해자가 즉석에서 강하게 거부하거나 이후 문제 제기하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그래서 법원도 폭행·협박이 있었는지를 볼 때 왜 바로 못 피했느냐만 따지는 게 아니라, 계급관계, 장소, 당시 심리상태, 사건 전후 정황을 함께 봅니다. 이번 사건에서 재판부가 지배적 권력이라고 표현을 쓴 것도 바로 그 위력을 판단한 것입니다.

◇ 이원화 : 그렇다면 일반 직장에서 비슷한 사건이 벌어진 경우와 비교했을 때 군대 안에서 벌어진 사건이란 점, 신분, 지위 때문에 형이 더 무겁게 나올 수도 있는 겁니까?

◆ 권은택 : 자동으로 더 무거워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실제로는 형이 무거워질 가능성이 큽니다. 군인은 원래 부하를 보호하고 군 기강을 유지해야 할 지위에 있는데, 그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범행을 했다면 책임이 훨씬 무겁게 평가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상관이 부하를 상대로 범행한 경우엔 개인적 성범죄를 넘어 조직의 신뢰와 군 기강을 해치는 측면까지 함께 고려될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이번에는 과거에 있었던, 또 다른 군대 내 성범죄 사건 살펴보겠습니다. 이 사건 역시 ‘진술의 신빙성’, 다시 말해 누구의 말을 믿을 것이냐가 쟁점이 됐던 사건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은 1심과 2심, 대법원의 판단이 확연히 갈렸거든요? 일단 어떤 사건이었는지 개요부터 짚어볼까요?

◆ 권은택 : 네, 이건 과거 해군 사건인데요. 같은 부대 여성 장교가 직속상관에게 여러 차례 성폭력 피해를 입었고, 그 사실을 또 다른 상관에게 알렸다가 오히려 그 상관에게도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사건입니다. 그러니까 피해자는 한 명인데 피고인이 두 명이었던 사건이고, 그래서 같은 피해자 진술을 놓고도 각 피고인별로 따로 신빙성과 범죄 성립을 따져야 했습니다. 1심은 두 사람 모두 유죄로 봤지만, 2심은 둘 다 무죄로 뒤집으면서 큰 논란이 생겼죠.

◇ 이원화 : 말씀해주신 것처럼, 이 사건은 피해자가 한 명이고, 각각의 사건입니다만 피고인이 2명이거든요. 그런데 일단 1심과 2심의 판단이 완전히 달랐고 1심에선 유죄가 인정됐는데. 항소심에선 둘다 무죄가 나왔어요. 항소심에서는 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좀 낮게 판단을 한 건지. 이 부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 권은택 : 항소심은 시간이 많이 지난 뒤의 진술이라는 점을 크게 봤습니다. 기억이 일부 불명확하거나 객관적 정황과 정확히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이유로 진술 전체의 신빙성을 낮게 본 거죠. 그리고 강간이나 강제추행이 성립하려면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여야 하는데, 2심은 그 부분도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쉽게 말해 의심은 가지만 형사재판에서 유죄로 단정할 만큼은 아니라는 접근이었습니다.

◇ 이원화 : 여기서 이제 조금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이, 고소인의 경우에 시간이 좀 많이 지난 뒤에 고소를 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신빙성을 좀 의심받는 경우들이 실무적으로 있을 수밖에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과거의 기억이기 때문에 디테일하게 기억하기 어렵다는 그런 측면도 일단은 있을 수 있고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분은 ‘왜 그런 피해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에 고소를 하지 않았는지’ 또는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는지’ 이 부분에 대해서 순수성을 의심받는 경우들이 생기거든요. 그래서 내가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또 억울하거나 어려움에 처하는 일들이 발생을 하는데, 이런 점들을 감안을 할 때 만약에 본인이 피해를 당했다고 한다면 즉시... 법적인 문제 제기를 할 수 없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다른 경로를 통해서라도 어느 정도 증거는 좀 남겨 놓으시는 게 추후에라도 사건화를 시키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결과가 또 갈렸죠? 특히 주요하게 볼 부분은 아까 피고인이 2명이라고 하셨잖아요? 같은 피해자의 진술을 놓고도 피고인에 대한 판단은 달랐단 점이에요. 어떤 판단이 있었기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봐야 할까요?

◆ 권은택 : 맞습니다. 대법원은 같은 피해자의 진술이라고 해서 피고인 두 명에 대해 똑같이 기계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한 피고인에 대해서는 핵심 피해 진술이 수사 단계부터 일관됐고, 일부 기억의 오차만으로 전체를 배척할 수 없으며, 당시의 계급관계와 피해자의 취약한 상태까지 함께 봐야 한다고 해서 유죄 취지로 돌려보냈습니다. 반면 다른 피고인에 대해서는 객관적 정황과 구성요건 입증이 그만큼 탄탄하지 않다고 봐 무죄를 유지했습니다. 결국 신빙성 판단은 피해자 말을 믿느냐 마느냐의 단순 문제가 아니라, 각 행위별로 어떤 부분이 객관적으로 뒷받침되는지까지 따지는 작업이라는 걸 보여준 판례입니다.

◇ 이원화 : 네, 형사법 원칙이 무죄 추정의 원칙을 일단 가지고 있다 이 부분도 아마 작용을 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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