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수천 날려도 "계좌 못 묶어"...지급정지 제도 '사각지대'

2026.05.30 오전 05:07
[앵커]
노쇼사기나 투자 리딩방 사기를 당해 수천만 원, 수억 원을 송금했더라도 사기 계좌의 인출을 막는 건 쉽지 않습니다.

지급정지 제도의 적용 대상이 15년째 보이스피싱에 한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진화하는 사기 수법을 법이 따라가지 못해 피해 구제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단 지적이 나옵니다.

이현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과학기자재 사업을 하는 A 씨는 최근 대학병원 관계자를 사칭한 이른바 '노쇼 사기'로 8천만 원의 피해를 봤습니다.

돈을 찾지 못할까 봐 불안해하는 A 씨에게 경찰은 사기 계좌의 지급 정지를 신청하라고 제안했습니다.

[A 씨 / 노쇼 사기 피해자 : 지금 빨리 경찰관분께서 지급정지를 요청하라고 하셔서 (은행에) 전화를 했다고….]

범인들이 피해금을 해외나 다른 계좌로 빼돌리기 전에 계좌를 막아두라는 거였는데, 은행의 답변은 뜻밖이었습니다.

현행법상 노쇼 사기 피해는 지급정지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계좌 동결을 거절한 겁니다.

[A 씨 / 노쇼 사기 피해자 : 보이스피싱으로 분류가 안 되고 개인 간 사기로 분류가 되기 때문에 이거에 대해서는 은행에서는 어떠한 조치를 해 줄 수가 없다고….]

실제로 '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 지급정지제도는 적용 대상이 보이스피싱에 한정돼 있습니다.

개인 간 상거래 분쟁에 제도가 악용되는 걸 막기 위해 재화나 용역 제공을 가장한 행위는 제외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난 15년 동안 관련법이 제자리걸음 하는 사이, 노쇼 사기와 투자 리딩방 사기 등 신종 범죄가 빈틈을 파고들었습니다.

자영업자들이 사칭범에 속아 수천만 원, 수억 원을 보냈더라도, 지급정지를 거부당하는 이유입니다.

[B 씨 / 노쇼 사기 피해자 : 9천만 원 정도 (피해를 봤어요.) 신속하게 어떤 조치를 했다면 돌려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힘들다고….]

이런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은 좀처럼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기 수법이 진화하고 범죄수익 유출 위험도 커지고 있는 만큼, 현실을 반영한 제도 개선이 시급해 보입니다.

YTN 이현정입니다.


영상기자 : 김현미
디자인 : 정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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