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열린라디오] "월드컵 알고 보면 더 재밌다! 축구가 ‘축구’가 된 사연은?"

2026.06.07 오전 12:30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6년 06월 06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어원연구가 신동광 작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내용 인용 시 YTN라디오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최휘: 열린 라디오, 이번에는 미디어 속 언어를 재해석 해보는 미디어 언어 시간입니다. 12일부터 2026 북중미 월드컵이 개막합니다. 전 세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는데요. 오늘은 축구 용어에 대한 이야기들을 어원을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어원연구가 신동광 작가 나오셨습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신동광: 말 속에 답이 있다! 안녕하세요, 말록 홈즈 신동광입니다.

◆최휘: 작가님도 축구 좋아하시나요?

□신동광: 그럼요. 축구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열광하는 스포츠라고 하죠. 우리가 듣고 말하는 축구 용어들, 그 뜻을 알고 보면, 재미도 한층 더 커질 거라 확신합니다.

◆최휘: 네, 생각해 보니 그동안 그러려니 여기며 정확한 뜻은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오늘 이 시간도 궁금해지는데요. 그러면 축구 용어들의 의미를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축구가 왜 축구인지부터 설명해주실까요?

□신동광: 영국 기원설과 중국 기원설이 있는데요. 인류가 발로 공을 차는 놀이 자체는 아주 오래됐습니다. 약 2천 년 전인 중국 한나라 시대, '축국(蹴鞠)'이라는 놀이가 있었습니다. '찰 축(蹴)'에 '가죽공 국(鞠)', ‘가죽공을 발로 차는 놀이’였습니다. 군사 훈련 목적으로 했다는 기록도 있어요. 여럿이 함께 공을 차고 놀았다고 하죠.

◆최휘: 찰축이라는 한자를 쓰는군요. 그러면 골대에 공을 넣는 축구는 언제 발생했나요?

□신동광: 근대 축구는 19세기 영국에서 시작됐습니다. 1863년 잉글랜드 축구협회, 즉 FA가 창설되면서 규칙이 통일됐고 오늘날 우리가 보는 축구의 틀이 잡혔습니다.

◆최휘: 발로 차는 공놀이는 중국, 골을 넣는 규칙 있는 축구는 영국. 이렇게 정리되는군요.

□신동광: 네. 핵심을 정확히 정리해 주셨습니다.

◆최휘: 그런데 영어권에서는 축구를 부르는 말도 여러 가지잖아요. 풋볼, 사커, 축구… 
어떻게 다른 건가요?

□신동광: 어리둥절한 말들이죠. 영국에서는 'Football', 즉 ‘발로 차는 공’이라고 부릅니다. 반면 미국·캐나다에서의 이름은 'Soccer'입니다. 사실 사커도 영국에서 만들어진 말입니다. 축구 종주국인 영국에는 여러 종류의 공차기가 있었습니다. 손과 발을 함께 쓰는 럭비 풋볼(rugby football)과 발만 쓰는 풋볼(football)이 대표적인데, 사커(축구)는 축구 협회(football association)의 철자를 변형한 단어입니다. 사커는 association에서 핵심의미인 SOC를 흡입해 ‘~하는 것’이란 뜻의 ‘~er’을 덧붙인 이름입니다. Association Football을 줄여 ’Assoc.’이라고 부르던 것을 옥스퍼드식 학생 속어로 변형해 ‘Assoccer’ 또는 ‘Socca’처럼 부르다가, 이것이 ‘Soccer’로 굳어졌습니다.

◆최휘: 풋볼과 사커, 둘 다 영국산이군요? 그러면 우리말 '축구'는요?

□신동광: 축구(蹴球)는 '찰 축(蹴)'에 '공 구(球)'자로 이뤄졌습니다. 사실 이 말, 일본에서 왔습니다. 일본이 근대화 과정에서 서구 스포츠를 받아들이면서 한자로 번역했고, 우리나라에 그대로 들어왔습니다.

◆최휘: 풋볼을 그대로 옮기면 ‘족구(足球)'일 것 같은데요?

□신동광: 좋은 접근입니다. '발 족(足)'에 '공 구(球)'자로, 중국은 축구를 족구라고 부릅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족구는, ‘발로 하는 배구’와 비슷해 그대로 쓰기엔 혼동의 우려가 있습니다.

◆최휘: 같은 한자 문화권인데 나라마다 다르게 쓰고 있군요. 이제 본격적으로 경기장 안 용어들로 들어가 볼까요? 먼저 드리블부터요. 가끔 어떤 분은 '드리볼'이라고도 하던데, 어느 게 맞나요?

□신동광: '드리블'이 맞습니다. 영어 'Dribble'의 원래 뜻은 '방울방울 떨어지다'입니다. 공이 발 앞에서 조금씩 굴러가는 모습이 물방울이 또르르 떨어지는 것과 닮았다고 해서 이 말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농구에서도 드리블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드리볼'은 틀린 말입니다. ‘볼을 드라이브하다’라고 추측하는 분들이 계신데요. 없는 말입니다.

◆최휘: 물방울이 또르르 떨어지는 이미지라니, 정말 생생하네요. 골은요? 너무 익숙한 말이라 어원이 있다는 생각을 못 했는데요.

□신동광: 득점을 의미하는 'Goal'은 중세영어에서 온 말로 추정됩니다. ‘목표점’, ‘결승점’, ‘도착점’이란 의미를 갖죠. 스포츠에서는 공을 넣어야 할 도착점, 즉 그물 안이고, 그 안에 들어가면 득점으로 승패의 결과를 좌우합니다.  

◆최휘: 축구를 보다보면 슛보다 가장 많이 외치는 건 패쓰인 것 같아요. 저기로 패스! 패스를 바로바로 해야지~ 등 축구를 잘 몰라도 거들게 되는데, 동료한테 공을 주는 패스는 어떤 약자인건가요? 

□신동광: 아닙니다. 'Pass'는 라틴어 'Passus', 즉 '걸음, 발걸음'에서 출발해 '지나가다', ‘통과하다’란 의미로 이어진 말입니다. 공을 통과시켜 보내는 행위이죠.

◆최휘: 패스 말고 다른 표현의 어원들도 궁금한데 어떤 것들 또 있을까요?

□신동광: 트래핑(Trapping)은 'Trap', 즉 '덫으로 잡다'에서 왔습니다. 날아오는 공을 발이나 가슴으로 딱 잡아두는 동작, 덫으로 잡는다는 뜻이죠. 슈팅(Shooting)은 '쏘다'는 뜻의 'Shoot'에서 왔습니다. 화살이나 총알을 쏘듯 골대를 향해 강하게 차는 움직임입니다. ‘발로 차는 동작’인 킥(Kick)은 어원이 불분명합니다. 추정 어원으로는 ‘발로 툭 차다’를 뜻하는 게르만 조어 ‘kiken’이 있습니다. ‘툭’ 소리를 담은 의성어인데요. 말이나 소가 위협을 느낄 때 하는 강한 뒷발질에서 인간의 발길질로 확대됐다는 추측설 정도가 있습니다.

◆최휘: 직관적으로 이해되네요. 개인기 이름에도 흥미로운 어원이 있나요?

□신동광: 네, '사포'라는 말을 아시나요? 발뒤꿈치로 공을 띄워 상대방의 머리 위로 넘겨 따돌리는 고난도 드리블 기술입니다.

◆최휘: 전문적인 용어 같습니다.

□신동광: 월드컵 경기에서 가끔 나오면 탄성이 절로 나오는 기술이죠. 그런데 이 말의 뿌리가 프랑스어입니다. 원래 이름은 'Chapeau', 발음은 [샤포]입니다.

◆최휘: 샤포(Chapeau)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기도 한데요.

□신동광: 프랑스어로 '모자'라는 뜻입니다. 어원을 따라가면 라틴어 Cappa, 머리에 쓰는 가리개나 망토를 뜻하는 말에서 고대 프랑스어 Chape가 나왔고, 거기에 접사 -au가 붙어 Chapeau가 됐습니다. 그러니까 기술 이름 자체가 '모자'인 거예요.

◆최휘: 왜 축가 기술에 모자를 붙였을까요?

□신동광: 공이 상대 선수의 머리 위를 포물선을 그리며 넘어가는 모습이 꼭 머리에 모자를 씌우는 것 같다고 해서, 프랑스에서 이 기술을 Chapeau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 말이 일본을 거쳐 일본식 발음인 '사포’로 굳어져 한국에서도 자리 잡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최휘: 모자를 씌운다, 그 이미지 하나로 기술 이름이 탄생했군요.

□신동광: 언어는 늘 그렇습니다. 가장 생생한 감각 하나가 이름이 됩니다.

◆최휘: 공격에 대한 용어들을 알아봤는데 이번에는 수비 쪽도 살펴볼게요. 태클을 걸다. 축구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많이 쓰는 표현인데 태클은 어디서 온 표현일까요?

□신동광: 태클(Tackle)은 원래 '붙잡다', '달려들다'는 뜻입니다. 중세 영어에서 선박의 밧줄이나 장비를 가리키는 말이었는데,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달려드는 동작으로 의미가 넓어졌습니다. 차징(Charging)은 '돌진하다'는 뜻의 'Charge'에서 왔습니다. 기병이 말을 타고 적진으로 돌진하는 이미지, 그것이 축구에서는 상대 선수를 몸으로 밀치는 행위가 된 것입니다. 다만 정당한 몸싸움과 반칙의 경계가 있어서, 심판 재량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최휘: 이번엔 포지션으로 넘어가 볼까요? 공격수부터 골키퍼까지 이름들이 다 영어인데요.

□신동광: 근대 축구가 영국에서 탄생했으니 포지션 이름도 대부분 영어입니다. 최전방 공격수는 'Forward',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라는 뜻이죠. 그 뒤를 받치는 'Midfielder'는 가운데 들판을 뜻하는 'Mid-field'에 있는 사람입니다. 수비수는 'Defender', 지키는 사람이고요. 'Goalkeeper'는 ‘골문을 지키는 사람’입니다. 리베로(Libero)는 이탈리아어에서 왔습니다. '자유로운'이라는 뜻의 Libero, 자유롭게 수비 라인을 오가며 경기를 조율하는 역할이라는 데서 붙은 이름입니다.

◆최휘: 포메이션, 시스템이라는 말도 자주 쓰잖아요?

□신동광: 포메이션(Formation)은 '형성하다'는 뜻의 라틴어 'Formare'에서 왔습니다. 선수들이 어떤 대형을 형성하느냐, 그것이 포메이션입니다. 4-3-3, 4-4-2 같은 숫자가 바로 그 대형을 나타내는 것이죠. 시스템이라는 말도 많이 쓰는데, 이건 그리스어 'Systema', ‘함께 세운 것’이라는 뜻에서 왔습니다. 팀 전체가 함께 작동하는 구조라는 감각이 스며 있습니다.

◆최휘: 이제 판정 용어들도 알아볼까요? 오프사이드, 파울, 옐로우 카드 같은 말들이요.

□신동광: 오프사이드(Offside)는, 공격 방향 기준으로 지나치게 앞선 위치에서 이득을 얻는 상황을 막기 위한 규칙입니다. 'Off'와 'Side'의 합성어로, 본래 적진에 갇혀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군사 용어였습니다. ‘제 위치(side)에서 벗어났다(off)’, ‘대열을 이탈했다’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축구에서는 공격수의 공격 방향 기준으로, 공 뒤(공격진) 영역을 온사이드, 공 앞(수비진) 영역을 오프사이드라고 보는데요. 오프사이드 휘슬은 경기 몰입에 찬물을 끼얹는 셈이니, 관중들이 흥분하고 동요하는 경우가 흔히 일어납니다.

◆최휘: ‘위치 이탈’이라는 느낌이군요. 반칙을 뜻하는 파울은요?

□신동광: 파울(Foul)은 고대 영어 'Ful', '더럽다', '불결하다'에서 왔습니다. 규칙을 더럽히는 행위라는 감각입니다. 야구에서도 파울볼이라고 하죠. 선을 벗어난 공, 경계를 어긴 것이라는 의미가 공통적으로 깔려 있습니다. 옐로카드는 경고, 레드카드는 퇴장인데요. 카드 색깔로 위험도를 표시하는 이 제도는 1970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처음 도입됐습니다. 고안한 사람이 영국의 심판 켄 아스턴인데, 교통신호등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합니다. 노란불은 주의, 빨간불은 정지, 그 감각을 그대로 경기장에 들여왔습니다.

◆최휘: 신호등에서 나온 아이디어라니, 재치 있네요. 또 월드컵 하면 두 손을 꽉 쥐게 하는 순간이 있죠. 바로 페널티킥을 찰 때인데요. 페널티킥이나 승부차기에 담긴 뜻은?

□신동광: 페널티킥(Penalty Kick)에서페널티는 '처벌'이라는 뜻입니다. 라틴어 'Poena', 대가, 벌에서 왔습니다. 반칙을 저지른 팀에 대한 처벌로 주어지는 킥이라는 뜻입니다. 승부차기는 영어로 'Penalty Shootout'인데요. 'Shootout'은 '쏘아서 결판내다'는 뜻이니, 처벌 킥으로 최후의 결판을 낸다는 아주 직설적인 표현입니다.

◆최휘: 페널티는 잘못에 대한 처벌을 가리키는데, 승부를 내지 못한 건 잘못은 아니지 않나요?

□신동광: 1970년대까지 토너먼트 경기에서 연장전까지 비기면, 동전 던지기나 재경기로 승부를 가려야 했어요. 이건 너무 운에 맡기거나 선수들에게 가혹하다는 비판이 많았죠. 그래서 도입된 제도가 바로 ‘두 팀이 페널티 킥을 번갈아 가며 차서 승부를 내자’였습니다. 페널티 킥을 연속으로 쏘아 올린다는 의미에서 Penalty Shootout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최휘: 오늘 축구 용어를 이렇게 낱낱이 파헤쳐 주시니까, 경기 보는 눈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신동광: 말을 알면 보이는 모습에 대한 이해가 정확해집니다. 드리블 하나에도 물방울이 흐르는 감각이 있고, 오프사이드 하나에도 대열을 지킨다는 질서 감각이 있습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그 감각들을 하나씩 떠올려 보시면 재미도 커질 거라 확신합니다.

◆최휘: 아는 만큼 더 재밌게 보이고, 응원도 더 신나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신동광: 감사합니다. 대한민국 파이팅!

◆최휘: 지금까지 어원연구가 신동광 작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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