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공문서를 위조해 물품 대리 구매를 유도한 뒤 잠적해버리는 이른바 '노쇼 사기'가 횡행하는 가운데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공무원인 척 매장을 방문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표적이 될 뻔한 업체 사장이 되려 사기꾼을 속여 경찰과 함께 검거에 성공했습니다.
윤해리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6일 오후 서울 문정동에 있는 컴퓨터 수리 매장 앞, 종이 뭉치를 손에 든 여성이 기다리던 남성에게 서류를 한 장 건넵니다.
잠시 얘기를 나누고 돌아가려는 찰나, 사복을 입은 경찰관 세 명이 막아섭니다.
공무원 행세를 하며 물품 대리구매 사기에 가담한 30대 여성 A 씨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컴퓨터 수리 매장을 운영하는 박 모 씨가 A 씨의 윗선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건 지난 2일입니다.
전화를 건 남성은 자신을 인근 고등학교 소속 김 모 주무관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고등학교 주무관 사칭범 (지난 2일) : 여기 XX고등학교인데요. 정밀 점검이랑 설치 좀 요청 드리려고 하거든요. 가능하다고 하면 오늘 잠깐 방문해서 설치 요청서 좀 전달해 드리려고 하는데 ….]
잠시 뒤 실제로 공무원증을 손에 든 여성이 찾아와 학교장 직인이 찍힌 공문서를 전달해줬습니다.
[박 모 씨 / 컴퓨터 수리업체 운영 : 우리가 흔히 보는 행정실 공무원증인가 보다 생각했지 자세히 볼 겨를도 없었고, 이렇게 직접 사람이 오고 통화를 10번 넘게 하다 보니까 완전히 신뢰가 가요, 그 사람이.]
그런데 다음 날, 이 남성은 컴퓨터와 함께 복합기를 급하게 설치해야 한다며 특정 업체를 통해 물품을 대리로 구매해달라고 요청했고, 업체는 2,400만 원 선납을 요구했습니다.
미심쩍은 마음에 고등학교로 직접 연락해보니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었습니다.
앞서 남성은 명함도 보내며 신뢰를 샀는데, 자세히 보면 이메일 아이디는 '꾼꾼', 도메인도 학교 등 공공기관이 사용하는 게 아닙니다.
다른 업체도 피해를 볼 수 있겠다는 우려에 박 씨는 경찰에 잠복을 요청한 뒤 대리구매 지급 확약서를 직접 가지고 오라며 되려 사기꾼을 속였습니다.
[박 모 씨 / 컴퓨터 수리업체 운영 : 공공기관을 사칭하는 사람들한테 전화가 오면 꼭 (해당 기관에) 전화 한 통을 해서 이러이러한 일이 있는지 확인을 한 번만 해봐야 해요.]
경찰은 A 씨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을 토대로 구체적인 사건 경위와 추가 공범 여부를 조사하는 동시에 다른 범행이 없는지도 살펴보고 있습니다.
YTN 윤해리입니다.
영상기자 : 한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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