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베이징, 화재 빌미로 농민공 10만 명 강제 퇴거

2017.12.02 오전 01:54
[앵커]
중국 베이징에서 10만 명에 달하는 농민공들이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고 차가운 거리로 내몰렸습니다.

당국이 안전을 빌미로 무허가 건물 등에 대한 강제 철거에 나섰기 때문인데요.

베이징에서 박희천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기자]
베이징시의 한 빈민가.

대형 굴착기가 불법 건축물을 때려 부수고 있습니다.

시 당국이 빈민들을 내쫓기 위해 강제 철거에 나선 겁니다.

저가 임대 아파트와 영세 공장, 쪽방촌 등이 철거 대상입니다.

주민들은 이삿짐을 쌀 틈도 없이 한파 속에 쫓겨나야 했습니다.

[농민공 : 오늘 밤만 자고 내일 나가면 안 됩니까? 밖이 너무 추워요. (경찰 : 안 돼. 당장 나가!)]

이번 철거는 지난달 18일 한 임대 아파트에서 불이 나 농민공 19명이 숨진 게 발단이 됐습니다.

시 당국이 화재대책의 하나로 빈민가를 철거하기로 한 겁니다.

10만 명 정도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고 피난 행렬에 올라야 했습니다.

[농민공 : 우리도 중국인입니다. 우리를 왜 이렇게 대하는지 모르겠어요. 우리는 외국인이 아닙니다.]

특히 당국이 철거 작업을 진행하면서 '하층민 정리 작업'이란 용어를 써 계층 갈등을 유발한다는 비난이 일었습니다.

[농민공 : 우리 같은 하층민을 쫓아내고 상층민을 들이려고 합니다. 전 하층민과 상층민이 무엇인지 모르겠어요.]

지식인들이 당국에 강제 철거 중단을 요구했지만, 오히려 상하이와 선전 등 다른 대도시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해 중국 경제 성장의 한 축을 담당했던 농민공들이 당국의 냉대 속에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되고 있습니다.

베이징에서 YTN 박희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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