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너 대신 투표하고 왔다" 홍콩을 울린 구의원 선거 만화

2019.11.27 오후 04:20
ⓒ SXTbit 페이스북
지난 24일 치러진 홍콩특별행정구 구의회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압도적으로 의석을 차지한 가운데 "선거에 투표하고 온 홍콩 어머니" 만화가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5일 페이스북에서 10만 가까운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른 이 만화는 투표장에 다녀와서 자녀의 방문을 열고 "네가 우리에게 투표하러 나가라고 해서 너희 아빠랑 같이 투표하고 왔다"고 말하는 엄마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네가 젊은 후보에게 투표하라고 해서 했다. 우리 웡타이신 구역에서 친중파는 1석도 못 얻었다"라며 자녀의 물건을 정리하던 엄마는 홀로 우두커니 침대에 앉아 "네가 이 사실을 알면 위로받았을까?"라고 혼자 읊조린다.



이 만화는 홍콩 민주화 시위에 나섰다가 죽은 자녀 대신, 친중파가 아닌 진보 성향 후보들에 투표한 부모 세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댓글에는 홍콩 민주화 시위 도중 경찰의 최루탄을 피해 도망치다 빌딩에서 추락해 사망한 홍콩 과기대생 차우츠록에 대한 추모도 올라왔다.

지난 24일 치러진 홍콩 구의원 선거는 만화의 내용처럼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에 나선 20대·30대가 대거 제도권 정치인으로 나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선거라는 평가다.

이번 선거로 홍콩 민주화 시위를 이끄는 민간인권전선의 지미 샴(32) 대표가 친중파 후보를 이기고 당선돼 제도권 정치를 통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그는 시위를 이끌다가 지난 10월 괴한들에게 습격당해 중상을 입기도 했다.

친중파 대표 정치인인 '주니어스 호' 역시 스무 살 어린 캐리 로(37)에게 지는 이변이 벌어졌으며, 조던 팡(21) 홍콩대 학생대표도 호레이스 청 후보를 꺾고 학생 신분으로 구의원에 당선됐다.

이번 선거로 범민주 진영이 의석의 85%를 차지하자 홍콩 시위대는 '홍콩의 봄'을 잠시나마 만끽하는 중이다.

그러나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기자회견을 열어 시위대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캐리 람 장관은 구의원 선거 참패 책임에 대해 중앙정부로부터 선거 결과에 책임지라는 지시를 받은 적 없으며, 이번 선거가 구의원 선거라며 홍콩 정부에 대한 재신임 투표라는 해석을 부정했다.

YTN PLUS 최가영 기자 (weeping07@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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