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앵커리포트] '표 더 얻고도 지는' 美 대선제도...노예제의 산물?

2020.11.03 오후 01:51
"트럼프 대통령이 개표 초반 주요 경합주에서 앞서면 '조기 승리'를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

미 인터넷 언론 악시오스의 보도 내용인데요.

앞서 트럼프 대통령 수차례 대선 불복 가능성을 내비치는 발언을 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 미국 대통령 : (우편투표는) 역대 최고의 사기극이 될 것입니다. 존경받는 연방 판사들이 이 상황을 분명히 파악하고 멈추게 해주길 바랍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몇몇 대도시는 가림막 공사가 한창입니다.

대선 결과에 불복한 시위대가 약탈에 나설 것에 대비하는 건데요.

단 몇 표로도 선거 결과가 크게 바뀔 수 있는 미국의 복잡한 대통령 선거제도에 대한 지적도 나옵니다.

내용 짚어보죠.

오늘 진행되는 일반 유권자 투표.

우편투표 결과를 더 하면 주별 대선 투표 결과가 나오겠죠.

이 결과에 따라 각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이 다음 달 대통령을 뽑게 되는데요.

전체 538명인 선거인단은 인구에 따라 배분되는데 캘리포니아가 55명으로 가장 많고 가장 적은 주는 3명입니다.

문제는 선거인단 투표가 '승자독식'이라는 겁니다.

예를 들어 A 주 유권자 투표에서 한 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면 주 민심은 거의 5:5겠죠.

하지만 한 표 더 얻은 정당의 후보가 모든 선거인단을 독식합니다.

전체 50개 주 가운데 48개 주가 '승자독식'을 활용합니다.

그러다 보니 지난 20년 사이 유권자로부터 더 많은 표를 얻고도 대통령이 되지 못한 경우가 두 차례나 나왔습니다.

특히 지난 2000년 대선, 선거인단 4명 차이로 당락이 갈렸는데 플로리다 선거인단이 29명이었습니다.

플로리다주 내 일반 유권자 표 차이는 불과 537표였습니다.

이게 승패를 가른 셈이죠.

투표기에 문제가 있었다, 재검표를 해야 한다, 오랫동안 논란이 이어졌습니다.

이런 제도를 만든 이유가 있겠죠.

미국은 여러 주가 합쳐져 만든 연방 국가입니다.

작은 주가 연방에 편입됐다고 최소한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걸 경계합니다.

55대 3의 주별 선거인단 차이는 매우 커 보이지만, 실제 인구 차이 비율보다는 덜합니다.

그만큼 소규모 주의 영향력이 인정받게 되는 거죠.

여기에 하나의 주는 한 명의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원칙도 한몫합니다.

노예제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과거 남부는 흑인 노예가 많았습니다.

인구는 많아도 '투표권자'가 적던 남부에서 흑인 노예도 백인의 0.6으로 계산해서 선거인단 숫자에 반영하도록 한 겁니다.

대통령 선거에서 영향력을 늘리기 위해서였죠.

20세기 중반 유색인종에 똑같은 참정권을 줄 때까지 남부는 흑인 인구만큼 선거인단은 배정하지만, 투표권은 주지 않는 일종의 '꼼수'를 이어왔습니다.

표심과 결과가 왜곡된다는 비판이 계속 나오지만, 이를 바꾸는 건 쉽지 않습니다.

헌법을 바꿔야 하는데, 전체 3분의 2, 34개 주 이상 동의가 필요합니다.

규모가 작은 주가 자신들의 선거인단 포기하기 쉽지 않고, 중앙 정부보다 개별 주를 중요시하는 목소리도 여전한 상황입니다.

박광렬 [parkkr082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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