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탈레반, 유학길 오른 여학생들도 탄압..."공항서 발길 돌려"

2023.08.29 오전 11:20
'여학생 교육 금지' 발표를 지켜보는 아프간 여학생 / 출처=EPA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부가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대 장학금을 받고 유학길에 나선 여학생 수십 명의 출국을 막았다고 영국 BBC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탈레반은 여성들이 출국할 경우 남성 보호자와 동행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마흐람(가족 중 남성 보호자)을 대동하고 비행기에 탑승한 여학생들까지도 모두 비행기에서 내려야 했다고 BBC는 전했다.

아프간 여학생들을 위한 두바이대 장학금은 탈레반이 지난해 12월 여학생의 대학 입학 응시 기회를 박탈한 직후 UAE 억만장자 사업가인 셰이크 할라프 아흐메드 알 합투르의 후원으로 마련됐다.

BBC는 지금까지 총 100명의 아프간 여학생이 이 장학금 수혜자로 선정됐으며, 외국에 살고 있는 아프간 여학생들은 이미 두바이에 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새 학기에 유학을 떠나려던 아프간 여학생들은 수도 카불 공항에서 제지당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들 중 한 명인 나트카이(20·가명)는 자신처럼 공항에서 출국을 금지당한 여학생이 60명에 이른다고 밝히며 "탈레반 관리들이 우리 탑승권과 비자를 보더니 여자들은 학생 비자로 출국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아프간 선악(Vice and Virtue)부 관리들은 마흐람을 동반하고 이미 비행기에 탑승했던 여학생 3명도 끌어 내렸다"고 말했다.

나트카이 외 다른 여학생들은 자신들의 안전을 우려해 언론과의 접촉을 피했다고 BBC는 전했다.

유학생으로 뽑힌 누이와 함께 공항에 갔다는 샴스 아흐메드는 "국내 대학이 여학생들의 입학을 금지한 뒤 누이는 두바이대 장학금을 받고 희망에 부풀었는데 눈물을 흘리며 돌아와야 했다"고 참담한 심정을 밝혔다.

그는 출국하지 못한 여학생들 가운데는 돈을 빌려 마흐람의 비자 비용을 마련한 이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탈레반 당국은 여학생 출국 금지에 대해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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