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여교사가 숨진 사건을 계기로 전국에서 '공교육 멈춤의 날' 추모집회가 열린 가운데 BBC 등 외신이 한국의 교권 침해 실태를 조명했다.
4일(현지 시간) 영국 BBC 방송은 이날 '한국에서 교사의 자살이 학부모들의 괴롭힘을 드러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서이초 사건을 거론하며 "이 비극은 한국 전역의 초등학교 교사들로부터 분노의 물결을 일으켰다"고 보도했다.
서이초에서 근무하던 교사 A(24)씨는 BBC에 그는 숨지기 전 남긴 일기에서 교단에 서는 데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6월 5일 그는 "가슴이 너무 꽉 조인다. 어디론가 떨어질 것 같은 기분이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썼다.
A씨의 사촌 박 모 씨는 고인이 살던 빈 아파트를 정리하며 1학년 학생들이 선생님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 그림, 우울증 대처 방법이 담긴 책 등 유품을 발견했다고 BBC는 전했다.
BBC는 "지난 6주간 교사 수만 명이 서울에서 시위를 벌였다"며 "아동학대범으로 불리는 것이 두려워 학생들을 훈육하거나 싸우는 아이들 사이에 끼어들 수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14년 아동학대처벌법이 제정된 이후 폭력적인 아이들을 제지하는 것이 아동학대로 신고되고, 호되게 꾸짖는 일이 감정적 학대로 낙인찍히고 있다고 BBC는 짚었다.
BBC는 "이런 문화를 부채질하는 배경에는 모든 것이 학업 성공에 달린 한국의 초경쟁 사회가 있다"며 "학생들은 아주 어린 나이부터 언젠가 명문대에 들어가고자 치열하게 경쟁을 벌인다"고 언급했다.
커지는 불평등도 이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꼽힌다고 지적했다. 서울교대의 김봉제 교수는 전통적으로 한국에서는 스승을 존경하는 강한 문화가 있었으나 국가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많은 부모가 고등교육을 받게 됐다는 배경을 짚었다.
그는 "교사를 업신여기는 일이 종종 일어나게 됐다는 뜻"이라며 "학부모들은 자신이 낸 세금으로 교사들에게 봉급을 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BBC는 한국 교육계 내에서 학생들 사이 괴롭힘과 폭력이 큰 문제이며, 이를 소재로 다룬 K드라마 '더글로리'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교실만 무너져 내린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교육 시스템에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고 강조했다.
로이터도 이날 "한국 교사들이 동료의 죽음 이후 집회를 열고 있다"며 예정된 대규모 집회 일정과 함께 한국의 교권 추락 논란을 소개했다. 또 올 6월 기준, 지난 6년간 공립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가 100명에 이르며 이 중 57명이 초등학교 교사로 집계됐다고 짚었다.
이어 세계보건기구(WHO) 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인용해 "한국은 인구 10만명당 20명이 넘는, 선진국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국가"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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