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스칼렛 요한슨·톰 행크스도 당했다...AI에 권리 침해 당한 할리우드

2024.05.22 오전 07:00
엑스
할리우드 배우 스칼렛 요한슨이 뿔났다. 챗GPT의 신규 음성 서비스 중 하나인 스카이가 요한슨의 목소리를 모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관건은 오픈AI가 요한슨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요한슨과 흡사한 목소리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오픈AI는 모방이 아니었다고 부인했지만, 인공지능(AI)의 권리 침해로 한 차례 들끓었던 할리우드에 또 한 번 기름을 퍼붓는 꼴이 돼버렸다.

오픈AI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오후 블로그에 "우리는 챗GPT, 특히 스카이(Sky)의 목소리를 어떻게 선택했는지에 대해 많은 질문을 받았다"며 최근 논란을 언급했다.

앞서 오픈AI는 지난 13일 보고 듣고 사람과 음성으로 자연스럽게 대화까지 할 수 있는 새 AI 모델 'GPT-4o'를 공개했다. 이 AI 모델은 기능뿐만 아니라 사람이 AI와 사랑에 빠진다는 2013년 개봉작 영화 '그녀'(Her)가 현실이 됐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그 중에서도 스카이라는 이름의 모델 음성이 영화 '그녀' 속 AI 목소리의 주인공인 스칼렛 요한슨과 매우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도 'GPT-4o'를 공개할 당시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그녀(her)'라고 영화 제목을 언급해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이에 대해 오픈AI 측은 "스카이의 목소리는 스칼렛 요한슨을 모방한 것이 아니라 그녀만의 자연스러운 말투를 사용하는 다른 전문 배우의 목소리"라고 주장했다. 다만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성우의 이름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AP/연합뉴스

하지만 요한슨은 오픈AI 측의 해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앞서 올트먼이 요한슨 측에 목소리를 사용해도 되냐고 허락을 두 차례나 구했지만 이를 모두 거절한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요한슨은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올트먼이 작년 9월에 이어 'GPT-4o' 발표 이틀 전 연락을 해왔다. 고민 끝에 개인적인 이유로 올트먼의 제안을 거절했다"며 자신의 목소리 사용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친구들은 물론 미디어도 구분하지 못할 만큼 자신의 목소리와 흡사한 스카이의 목소리를 접하고 충격과 분노를 느꼈다고 말했다.

이에 변호사를 고용했다고 밝힌 요한슨은 오픈AI에 대한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그는 지난해 AI 도입에 따른 배우의 권리 보장을 주장한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 이하 배우조합) 소속인 만큼 이번 일에 강경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AP/연합뉴스

지난해 7월, 할리우드 배우 16만 명이 소속된 배우조합은 넷플릭스, 디즈니, 디스커버리-워너 등 대기업 스튜디오를 대표하는 영화·TV제작자연맹(AMPTP)과의 고용계약 협상이 결렬되자 약 4개월 동안 파업에 들어간 바 있다. 당시 파업에 동참한 배우들은 자신의 외모나 목소리 등이 AI가 생성하는 이미지에 무단으로 사용될 것을 우려하면서 이를 방지할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또 대형 제작사들이 AI로 제작한 배우를 영화 제작에 활용할 경우 많은 배우가 일자리를 위협받을 수 있으며, 특정 배우의 연기 장면을 AI에 학습시켜 새로운 가상 배우를 만들거나 해당 배우의 창작물을 활용할 경우 충분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약 43년 만에 이뤄진 배우조합의 파업 영향으로 수많은 방송 및 영화 제작이 미뤄지면서 대형 제작사들은 큰 손해를 입었다. 노사 잠정 협의로 파업이 종료되고서야 할리우드는 비로소 정상화될 수 있었다. 노사가 합의한 잠정 계약안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배우들이 요구한 AI 활용에 관한 새로운 규칙도 확립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유명 할리우드 배우들은 AI, 딥페이크로 인한 고통을 호소해 왔다. 일례로 톰 행크스는 자신의 젊은 시절 모습이 딥페이크로 제작된 치과 광고에 도용당했다며 주의를 당부한 바 있다.

이후에도 행크스는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배우의 유사성(likenesses)을 지식재산으로 보호해야 한다"며 배우의 모습을 토대로 AI가 제작한 가상 배우를 영화에 출연시킬 경우 해당 배우에 대한 '디지털 초상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 CBS 방송의 인기 진행자 게일 킹도 자신의 동의 없이 만들어진 AI 이미지가 체중 감량 제품 홍보 영상에 쓰였다며 "AI 영상에 속지 말라"고 했다.

한편, 영화 '타이타닉' '아바타' 등을 연출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AI가 감독의 역할은 대체할 수 있어도 배우의 영역은 감히 침범하지 못할 거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주목받았다.

카메론 감독은 "기계가 그럴듯한 연기를 보여줄 수는 있지만 인간의 인생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특별한 창조의 순간까지 따라잡을 순 없다"며 "AI는 이미지를 제공할 순 있어도 감정을 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디지털뉴스팀 이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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