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북극곰이 어미 잃은 새끼를 거두어 키우는 희귀한 입양 사례가 포착돼 전 세계에 감동을 주고 있다.
현지시간 17일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비영리 보존 단체인 ‘폴라 베어 인터내셔널(PBI)’과 캐나다 연구진은 최근 마니토바주 허드슨만 인근에서 암컷 북극곰 한 마리가 고아 새끼 곰을 입양해 돌보는 장면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발견은 연구진이 개체군 조사를 위해 부착한 GPS 추적 장치를 통해 드러났다. 지난 봄, 연구진이 ‘X33991’로 명명된 암컷 북극곰을 처음 발견했을 당시 곁에는 새끼가 단 한 마리뿐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다시 포착된 영상 속에는 비슷한 크기의 새끼 곰 두 마리가 어미 뒤를 졸졸 따르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새로 나타난 새끼 곰에는 연구용 표식이 전혀 없었으며, 이를 통해 연구진은 해당 암컷이 고아 새끼를 입양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캐나다 환경기후변화부 소속 에번 리처드슨 박사는 "암컷 북극곰은 타고난 훌륭한 엄마들"이라며 "해안가에서 엄마를 잃고 울부짖는 어린 새끼를 보면, 모성 본능이 강한 암컷들은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자신의 품으로 거두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북극곰의 입양은 극히 드문 사례로 꼽힌다. 지난 45년간 허드슨만 일대에서 연구된 약 4,600마리의 북극곰 중 입양이 확인된 사례는 이번이 13번째다. 전문가들은 입양된 새끼가 홀로 남겨졌을 때보다 어미의 보호 아래 있을 때 생존 확률이 비약적으로 높아진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통계에 따르면 북극곰 새끼의 절반은 성체가 되기 전에 목숨을 잃으며, 과거 12건의 입양 사례 중에서도 현재까지 생존이 확인된 경우는 3건뿐이다. 특히 지구가 따뜻해지면서 바다 얼음(해빙)이 빨리 녹아 북극곰의 사냥 기간이 짧아지고 있는 점이 가장 큰 위협이다.
PBI의 알리사 매콜은 "이 경이로운 광경은 북극곰들이 서로를 돌보고 있다는 희망을 준다"면서도 "이 놀라운 종을 지키기 위해서는 인류가 탄소 배출을 줄여 해빙 소실을 막는 근본적인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입양 가족은 바다 위 얼음 지대로 이동한 상태이며, 새끼 곰 두 마리는 앞으로 1년 반 동안 어미로부터 물개 사냥법 등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술을 배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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