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엎친 데 덮친 쿠바...베네수엘라 봉쇄에 에너지 대란 위기

2025.12.22 오전 10:15
전쟁 가능성까지 제기된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갈등 사태가 쿠바 정권을 존망의 기로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지시간 21일,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을 차단하기 위한 봉쇄 조치를 강화하면서 쿠바가 에너지 대란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쿠바의 에너지 시스템을 지탱하는 핵심은 반미 이념을 공유하는 베네수엘라로부터 값싸게 공급받는 원유입니다.

한때 하루 10만 배럴에 달했던 베네수엘라산 원유 공급은 현재 3만 배럴 수준으로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쿠바가 수입하는 원유의 40%를 차지하는 핵심 물량입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테러 단체'로 지정하고, 제재 대상 유조선 출입의 전면 봉쇄를 선언하면서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 자체가 위협받게 됐습니다.

현실적으로 쿠바의 대응 카드는 많지 않습니다.

쿠바는 러시아와 멕시코로부터도 원유를 수입하고 있지만, 베네수엘라를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의 원유 공급이 끊길 경우 쿠바 경제가 사실상 붕괴 국면에 들어설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 텍사스주립대의 호르헤 피뇽은 "베네수엘라 원유를 대체할 수단이 거의 없어 쿠바 경제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미 쿠바는 하루 18시간 이상 정전이 이어지는 지역이 적지 않습니다.

노후화된 발전 시설과 연료 부족 때문입니다.

베네수엘라 원유 공급이 추가로 준다면 전력 생산과 교통, 생필품 유통 전반이 마비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 같은 사태는 쿠바 정권에 직접적인 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쿠바 경제는 2018년 이후 15% 이상 위축됐고, 물가는 450% 급등했습니다.

통화 가치 폭락과 식량 부족 속에서 쿠바를 탈출하는 국민의 행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5년간 쿠바를 떠난 국민은 전체 인구의 4분의 1인 27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최근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이 미국의 베네수엘라 유조선 압류를 '해적 행위'로 규정하고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한 것도 봉쇄 조치가 쿠바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으로 보입니다.

2021년 수도 아바나를 비롯한 쿠바 곳곳에서 이례적으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것도 잦은 정전과 생필품난에 지친 국민의 분노 때문이었습니다.

아메리칸대 소속 경제학자 리카르도 토레스 페레스는 "베네수엘라 원유 공급이 더 줄어든다면 쿠바 입장에서 도저히 버틸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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