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공격 명분은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란에게 핵무장의 강력한 동기와 명분만 쥐여주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권영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전쟁 목표가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원천 차단'하는 것이라고 천명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 미국 대통령 (2월 28일) : 미국, 특히 우리 행정부의 일관된 정책은 이 테러 정권이 결코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시설 파괴'라는 전술적 성공은 이란의 '핵 보유 의지'라는 전략적 결단을 막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핵 보유국이 핵이 없는 나라를 타격하면서, '조약을 준수하면 안전을 보장받는다'는 핵확산금지조약, NPT의 근간이 무너졌습니다.
우크라이나나 리비아처럼 '핵이 없어서 당한다'는 인식이 이란 내에서 확신으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메흐디 샤미르자 / 이란 정치 분석가 : 우리가 조약 당사국임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이스라엘은 강대국은 우리의 모든 핵 시설을 표적으로 삼고 있습니다. 전쟁과 적대 행위를 막아야 할 이 조약이 실제로는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더 심각한 건 핵 개발을 억제하던 마지막 심리적 빗장마저 풀렸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이란에는 "핵무기는 신의 뜻에 반하는 죄악"이라며 핵 개발을 스스로 금기시해온 '종교적 약속'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무차별 공격으로 지도부가 붕괴 위기에 처하자, 이런 종교적 신념은 절박한 생존 논리에 밀려나게 됐습니다.
이미 60% 농축 우라늄을 확보한 이란에게 미국의 압박은 핵무장의 '도덕적 명분'과 '안보적 당위성'을 동시에 쥐여준 꼴이 됐습니다.
[세스 몰튼 /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 : 우리는 이란에게 핵무장을 서둘러야 한다는 강력한 명분만 제공한 꼴이 됐습니다. 오히려 더 강경하고 핵 개발에 의지가 강한 새 지도자를 등극시키는 데 우리가 일조하고 만 것입니다.]
이란의 핵 임계점 돌파는 사우디와 터키 등 주변국들의 연쇄 핵무장을 부르는 '중동판 핵 도미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핵무기를 제거하겠다며 시작한 전쟁이 국제 핵 질서의 붕괴를 자초했다는 냉혹한 성적표를 미국은 받아들게 됐습니다.
YTN 권영희입니다.
영상편집 : 정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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