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이 세계 경제에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하고 있지만, 그 충격파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발생했던 에너지 위기 당시보다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 글로벌 경제전문가들의 전망치를 분석한 결과, 이란 전쟁이 시작된 지난 2월 말 이후 글로벌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평균 0.8%포인트(p) 높아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3개월간 물가상승률 전망치가 2.3%포인트 상향됐던 것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입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 폭 역시 2022년보다 훨씬 작게 나타났습니다.
전문가들은 지난 5월 11일 기준 글로벌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평균 0.3%포인트 낮춰, 이 역시 2022년 같은 시점의 0.9%포인트 하향 조정보다 작은 폭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세계가 사상 최악의 에너지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실제 전망치 조정은 제한적인 수준이라고 FT는 짚었습니다.
전문가 상당수가 현재 상황이 2022년과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는 점에서 '낙관론'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우선 2022년 당시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폭발한 수요와 공급망 차질이 겹치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됐지만, 현재는 물가상승률이 상당수 국가에서 목표 범위에 근접해 있고 공급망도 견조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독일 베렌베르크은행의 홀거 슈미딩 이코노미스트는 "호르무즈 해협 위기가 해결될 가능성은 2022년 가을 당시 러시아에서 유럽으로의 가스 공급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고 서방 국가들이 모스크바에 대한 제재를 해제할 가능성이 거의 제로에 가까웠던 때보다 여전히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ING의 제임스 스미스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사태는 석유 위기이지 적어도 지금까지는 천연가스 위기가 아니다"라며 "반면 2022년은 두 가지 위기가 동시에 발생했던 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그는 많은 국가의 노동시장 과열이 상당 부분 완화된 상태라고 평가하며 "2022년 초 선진국 경제는 코로나19 기간 시행된 대규모 재정 부양책의 여파를 누리고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 투자 붐이 경제 심리를 지지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를 일정 부분 상쇄하고 있다고도 분석했습니다.
유럽 지역 뱅가드 투자전략그룹의 주마나 살레힌 대표는 "2022년에는 코로나 이후 수요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증폭시켰던 것과 달리, 현재는 AI에 대한 낙관론이 균형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미국과 이란이 협상 타결에 이르지 못하거나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에너지 시장 충격이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습니다.
이번 전망 역시 중동 위기가 조기에 진정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물가와 성장률 전망이 추가로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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