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내부에서 미국의 국제형사재판소(ICC) 제재에 반발하며 제재가 적용되지 않도록 차단 규정을 발동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습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은 네덜란드의 더르크 호팅크 유럽의회 의원이 "ICC와 직원들을 보호해야 한다"며 EU 집행위원회에 제재 차단 규정 발동을 촉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 등을 문제 삼아 아카네 도모코 ICC 재판소장 등 재판관 9명과 검사 4명을 미국의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습니다.
또 ICC 기관 자체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만약 미국이 ICC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면 직원 급여 지급과 IT 서비스 접근, 구금시설 유지 등 ICC 운영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유럽의 기업과 은행들은 거의 모든 경우 미국의 제재 조치를 즉각 적용하지만, 만약 EU가 차단 규정을 발동하면 적용을 막을 수 있습니다.
중도우파 유럽국민당(EPP) 소속인 호팅크 의원은 "미국 행정부는 명확한 신호가 있을 때만 움직인다"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EU 집행위의 지도력"이라고 말했습니다.
호팅크 의원은 미국의 제재를 자동으로 적용하는 관행이 "아직도 미국을 친구라고 생각하던 시절에서 비롯됐다"며 "하지만 그 시절은 끝났고 미국을 자동으로 따르는 일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유럽의회 경제위원회 청문회에서 발언한 프랑스 출신 니콜라 기요 ICC 재판관은 "쟁점은 우리가 21세기에 민주주의 국가로 남을 것인가 하는 문제"라며 "유럽에 법치주의가 존재하게 될 것인가"라고 물었습니다.
기요 재판관은 자신을 비롯한 ICC 관계자들이 "알카에다와 IS의 테러리스트들, 도둑 정치인들, 국제 마약 밀매업자들과 같은 명단에 올라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과 톰 베렌트선 네덜란드 외무장관은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ICC를 방문해 지지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독일이 그동안 이스라엘을 확고히 지지해 온 점을 고려하면 바데풀 장관의 방문은 특히 주목할만하다고 폴리티코는 분석했습니다.
베렌트선 네덜란드 외무장관은 바데풀 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제재 차단 규정을 "핵 옵션"이라고 표현하며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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