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약국도 개인정보 유출...버려진 처방전

2014.03.18 오전 12:11
[앵커]

개인 정보 관리가 허술한 것은 금융 기관, 통신사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약국에서 2년간 의무 보관해야 하는 처방전이 길거리에서 발견됐는데, 개인정보뿐 아니라 민감한 질병 정보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신경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충남 보령의 길거리에서 발견된 종이 뭉치입니다.

자세히 보니 병원에서 약국으로 보내는 처방전입니다.

[인터뷰:이 모 씨, 제보자]
"3월 4∼5일 그 전에, 충남 보령시 웅천역 부근이었거든요. (흙바닥에) 그냥 이대로 있었어요."

처방전에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다녀간 병원과 방문날짜까지 나와 있습니다.

심지어는 남에게 감추고 싶은 질병명과 처방된 약 종류 등 개인 사생활과 관련된 민감한 정보까지 기록돼 있습니다.

입수한 처방전을 들고 약국을 찾아가 봤습니다.

약사들은 처방전이 버려지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입을 모읍니다.

[인터뷰:김 모 씨, 약사]
"처방전, 이게 어떻게 밖으로 돌아다녀요? 2년 동안은 약국에서 안전한 곳에다가 보관해야 한다고요."

유출된 자료는 모두 2012년과 2013년, 병원에서 발행한 것입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2년이 지난 처방전은 약사회에 수거를 의뢰하거나 완전히 파기해야 합니다.

하지만 기간이 지나기도 전에 폐휴지처럼 취급된 겁니다.

피해자들에게 정보가 유출된 사실을 알고 있는지 확인해봤습니다.

[인터뷰:이 모 씨, 피 해 자]
"놀랐어요, 제가. 그게 돌아다닐 리가 없잖아요. 정신이 멍하네요, 주민등록번호까지 다 적혀 있는데 거기에..."

약국의 처방전 관리에 대한 감독을 맡고 있는 관할 보건소는 유출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인터뷰:보령보건소 담당자]
(최근에 적발된 사례가 있나요?)
"보령시에 약국이 네 군데 있는데 적발된 곳은 한 곳도 없습니다."

하지만 며칠 뒤 처방전이 유출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행정조치했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보령보건소 담당자]
"대상 업소에 대해 집중 점검을 해봤어요. 약사법 위반 사항이 있어서 행정처분 진행 중이거든요."

카드사와 통신사에 이어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약국까지, 곳곳에서 소중한 우리 개인정보는 무책임하고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었습니다.

YTN SCIENCE 신경은[scinews@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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