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버리고 또 버린 무소유'

2010.03.12 오전 12:19
[앵커멘트]

법정 스님은 평생 불교의 가르침을 지키는 수행자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은 분이었습니다.

직접 창건한 길상사에서 법회를 주관하는 회주를 한 동안 맡았을 뿐 수행자로서 청빈함을 잃지 않았습니다.

이승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관도 수의도 없이 그저 청빈했던 생전 모습 그대로 스님은 이번 생을 마무리했습니다.

법정 스님은 지난 1996년 고급 요정이었던 이 곳을 아무런 조건없이 기증받아 길상사로 탈바꿈시켰고 1년에 몇 차례씩 법문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곤 했습니다.

이런 청빈과 겸손한 삶의 모습은 스님의 생애를 관통하는 하나의 원칙이었습니다.

한국전쟁을 겪으며 시작된 인간 존재에 대한 고민.

대학 재학중이던 1955년 어느 겨울 집을 나서며 선택한 입산 출가의 길.

스님은 당대의 선승 효봉스님을 만나 대화한 뒤 그 자리에서 머리를 깎았고, 평생을 이어간 수행 생활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녹취:현호 스님, 송광사]
"이불 옷에 조용히 가사 입혀서 그냥 다비해라 태워서 산에 뿌려라 사리탑도 만들려하지 말고 사리도 주우려 하지 말고 탑도 세우지 말고 조용히 그냥 대자연으로 돌아가겠다."

1975년 인혁당 사건 이후 송광사 뒷산에 불일암을 짖고 홀로 살기 시작한 법정 스님.

암자 생활 17년째 되던 1992년 스님은 강원도 화전민이 살던 산골 오두막으로 옮겨 최근까지 홀로 수행자로서의 삶을 이어왔습니다.

건강상태 악화로 최근 병원에서 생활해 왔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산골 오두막 청빈함에 머물렀습니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모든 것을 버린 채 생을 마감한 법정 스님.

하지만 한 시대를 담아낸 선각자의 가르침은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YTN 이승현[hyun@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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