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앵커리포트] '서울대→옥스퍼드' 1인치 장벽 허문 자막·통역의 힘

2020.02.12 오후 12:58
[봉준호 / 영화 '기생충' 감독 : 1인치 장벽 또는 언어 장벽, 자막이라는 장벽들에 대한 발언은 저는 오히려 제가 했던 발언들이 뒤늦은 감이 있지 않았었나 하는 생각이 들고 특히나 오늘 이런 좋은 일이 있으므로 더더욱 그 장벽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시점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빨리 올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인들 자막 읽고 통역을 거치는 것에 익숙하지 않죠.

'1인치의 장벽'을 뛰어넘게 한 번역과 통역의 힘! 알아봅니다.

[영화 '기생충' 中 : 서울대학교 문서위조학과 뭐 이런 거 없나?]

서울대는 영국의 유명 대학 옥스퍼드로 번역됐습니다.

한국에 20년 이상 거주한 영화평론가 달시 파켓의 솜씨였는데요.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합친 짜파구리는 '람동'으로 번역했습니다.

[달시 파켓 / 영화 '기생충' 영어 자막 번역(CBS 김현정의 뉴스쇼, 지난달 15일) : 짜파게티하고 너구리 아무래도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잘 모를 것 같아서…. 그래서 모두가 다 아는 라면, 우동 합쳐서….]

영미권을 뺀 다른 나라는 한국어 기반이 아닌 영어 자막을 자국어로 바꿨는데요.

일본은 우리를 잘 알다 보니 서울대 문서위조학과는 그대로 썼고 짜파구리에는 '짜짜라멘'이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한국 짜장면을 일본에서 '짜짜면'이라고 부르는데, 이 '짜짜'와 자국의 음식 '라멘'을 합친 겁니다.

[박소담 / 영화 '기생충' 출연 배우 : 안녕하세요. 박소담입니다. 저의 초인종 노래를 배우고 싶으신 분들께 이 노래를 바칩니다. 제시카, 외동딸, 일리노이 시카고, 과 선배는 김진모, 그는 네 사촌.]

물론 특별한 번역 없이도 그 자체로 많은 사람을 웃긴 대목도 있습니다.

노래 제시카 송이었는데요.

심지어 관련 머그잔! 티셔츠와 같은 상품이 판매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통역사 '샤론 최', 최성재 씨도 화제입니다.

통번역 전공자가 아닌 미국에서 단편영화를 제작한 한국 국적 영화학도인데, 가장 어렵다는 한국어 유머 통역하기를 이뤄냈습니다.

송강호 씨가 한 무대에서 이번 작품을 통해 "저를 원 없이 볼 수 있습니다"라는 말은 "You'll be almost sick of me after this film"으로 번역했는데, sick of me! 질렸다, 지긋지긋하다 이런 뜻인데 우리 말의 뉘앙스를 정말 잘 살렸죠.

한 영화 전문매체는 '샤론 최'가 오스카 시즌의 MVP라고 소개하기도 했는데요.

이렇게 숨은 공로자들이 있어 영화 '기생충'이 더 빛날 수 있었다는 분석입니다.

박광렬 [parkkr082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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