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미디어비평] 갈데까지 간 "따옴표 저널리즘"

2020.10.19 오후 12:04
YTN 라디오 FM 94.5 [열린라디오 YTN]

□ 방송일시 : 2020년 10월 17일 (토) 20:20~21:00
□ 진행 : 변지유 아나운서
□ 대담 : 조수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미디어비평] 갈데까지 간 "따옴표 저널리즘"

- 우리 어업지도원 총격사망사건.."연유 발라 태워라"가 기사 제목으로
- 울산주상복합 화재 사건.."호캉스 보내려는 것이냐" sns 댓글을 제목으로
- 추미애 장관 아들 휴가의혹 관련..당직사병이 하지 않은 말을 보도한 조선일보 제소하기도

◇ 변지유 아나운서(이하 변지유)>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조수진 겸임교수님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조수진 교수(이하 조수진)> 네, 안녕하세요.

◇변지유> 오늘 가져오신 주제가 ‘따옴표 저널리즘’이라고요? 언젠가부터 뉴스에 등장하는 용어가 됐는데, ‘따옴표 저널리즘’... 교수님 설명 좀 해주시죠.

◆조수진>
네, 뉴스기사는 그 내용을 뒷받침할 취재원을 취재해서 이뤄지죠. 그런데, 이 취재원의 말을 그대로 옮기는 것, 그 말 그 자체를 그대로 인용할 때 보통 따옴표를 넣잖아요. 그런데, 원칙적으로라면 취재원의 말 또한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할 수도 있으니까 이에 대한 상반된 의견도 취재하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검증을 한 뒤 하나의 기사로서 실리는 게 정상인데, 이런 과정 대신 취재원이 한 말을 그대로 기사로 옮겨놓는 것을 ‘따옴표 저널리즘’이라고 합니다. 요즘엔 이 따옴표 안에 들어간 내용이 심지어 제목으로 그대로 등장하는 실정이고요.

◇변지유> 따옴표 내용이 기사 제목, 헤드라인으로 그대로 등장한다? 제목을 상당히 신중히 정해질텐데, 따옴표가 제목으로 그대로 올라가는 이유가 있을까요?

◆조수진>
네, 언론이 기사 제목으로 클릭수를 유도하기 위한 거라고 보이는데요, 보통 우리는 언론이 ‘클릭장사’를 한다고 말하는데...미국에서는 1940년대부터 ‘제목 소비자(a shopper of headlines)’라는 용어가 생겨났습니다, 신문 독자들이 헤드라인 위주로 신문을 읽는 경향을 말해주는 거죠, 전세계적인 추셉니다. 그런데 유독 한국의 헤드라인의 가장 큰 특징이 직접 인용구를 그러니까 쌍따옴표를 기사 제목에 많이 사용한다는 겁니다. 미국 신문편집에서는 직접인용구를 기사제목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는데요, 한국에서는 유독 제목에서 직접 인용부호를 사용하는 것이 관행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변지유> 직접 인용구를 기사 제목으로 그대로, 쌍따옴표를 넣는 이유가 뭘까요?

◆조수진>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기사의 객관성을 부여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거나 본문 내용의 사실성에 대한 책임회피 방편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보이는 거죠, 따옴표를 넣어 쓰고 문제가 될 경우, 그 사람이 한 이야기라고 하면서 책임을 회피하는 거구요, 무책임한 행동입니다.

◇변지유> 말 나온 김에 기사제목을 만드는 원칙 좀 짚고 가시죠.

◆조수진>
보통 우리가 기사제목에 대해 가르칠 때, 유의사항으로, 중요한 정보를 빠뜨리지 않고, 과장된 제목은 피하고, 기사의 핵심을 정확하게 요약하고, 화자의 의도를 왜곡하지 않으며, 지나치게 감정적인 표현과 비약은 피하고 다른 기사와 관련성을 살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그리고... 문장부호를 요긴하게 이용한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큰따옴표나 작음따옴표, 물음표 등 문장부호를 사용해서도 표현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건데요, 때로는 문장부호 하나가 여러 말을 대신할 수도 있기 때문인데...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내용에 맞는 이야기여야 한다는 건데요, 불가피하게 사용해야할 경우에는 반드시 기사 본문 내용과 일치해야하는데...최근의 보도는 이것마저도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게 문제죠 .
지난 2006년 5.31 지방선거 보도와 관련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신문의 보도내용을 분석한 연구가 있는데요(이준웅외, 2007), 이렇게 직접인용 제목을 사용한 기사 448건에 대해 내용분석을 해보니..직접 인용된 글이 본문 내용에 없는 경우가 6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직접 인용한 제목 가운데 사실관계 서술보다는 감정을 표현한 경우가 더 많았구요, 아무래도 쌍따옴표로 말을 인용했으니 그러했겠지요..또 문제는 38%가 익명의 정보원을 직접 인용해서 제목에 제시했다는 겁니다.

◇변지유> 쌍따옴표로 제목에 들어가 있는 기사들...무심코 넘겼던 것 같은데, 그냥 넘겨선 안되겠군요. 미디어 리터러시 차원에서 우리 뉴스소비자들은 어떤 점을 특히 유의해야할까요?

◆조수진>
쌍따옴표를 무조건 따오면 안 되는 거죠. 누구의 말을 따오게 되면 반드시 확인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최근의 예로 우리나라 어업지도원의 총격사망사건 관련해 진실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확인되지 않은 정치인들의 말을 인용해 기사화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조선일보, 동아일보가 주호영 의원의 말을 따옴표로 제목에 인용해 보도했는데요. “연유 발라 태워라‘ 감청했는데... ”이런 내용이 들어간 제목들이었습니다. 따옴표 안에 들어간 말이. 사실인지 확인은 했는지..오히려 이번 주호영 대표의 말에 대해 국민의 힘 내부에서도 비판의 소리가 나온 상황이었는데요...남북관계에서는 정말 단어 선택 하나도 신중해야한다고 보는데...언론이 정치인의 말을 확인도 없이 그대로 그것도 제목으로 직접 인용한 것은 문제가 크다고 봅니다.

◇변지유> 언론이 사실 확인을 해야 하는 것은 저널리즘 원칙의 기본인데요..요즘에는 제목에 인용되는 말의 출처 자체가 알 수 없는 익명의 단체인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조수진>
네, 정치인이나 누구의 말을 직접 인용해야한다며, 그 인물이 그렇게 말한 내용의 출처는 어디인지도 확인해야죠. 출처를 확인하고 나아가 그 출처가 믿을만한가도 따져봐야 합니다. 최근 들어 개인의 SNS글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경우도 많구요, 그래서 누구누구 저널리즘 이런 말이 생길 정도로.. 그리고 커뮤니티의 댓글을 가져다 쓴 경우, 익명의 누구.. 이런 식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커뮤니티의 댓글은 주관적인 감정이 섞인 글들이 많을 수밖에 없죠, 그러다보니 정제되지 않은 표현들도 많은데, 그런 표현도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연구논문에서도 그러한 결과가 나왔다고 말씀드렸었는데요, 사실관계서술보다 감정을 표현한 경우가 25%, 그리고 38%가 익명의 정보원을 인용한 직접 인용해 제목해 사용했다라고 나옵니다.
최근 보도에 이런 제목이 실렸습니다. “평소 처 맞다가 밥 주니 꼬리 흔드는 똥개도 아니고...” (조선일보 9.26일자). 북한 통지문에 대한 우리 정부의 태도를 비판한 기사인데, 노골적인 표현을 그대로 제목으로 사용합니다. 이것 역시 지극히 감정이 노골적으로 표현된 거라 볼 수 있는데요. 이 기사 내용에 보면 성향이 다른 커뮤니티의 댓글들을 번갈아가며 소개하는데, 언론이 갈등을 부추기는 역할을 한 셈이 됐습니다. 최근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이 사건과 관련한 신문기사를 모니터한 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확인되지 않은 사항. 야당 주장을 그대로 실으며 정치권 정쟁에 동조하는 내용, 커뮤니티 발 분노를 옮기며 갈등을 키우는 양상. 월북 여부 확인과 관련해 개인SNS까지 터는 행태, 정부 비판 넘어 한반도 평화 기조까지 문제 삼는 보도들을 유형별로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변지유> 최근에는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의 댓글을 기사 제목으로 쓰는 일도 있더라고요. 이것도 문제 아닐까요?

◆조수진>
얼마 전 울산 주상복합 화재가 있었는데요, 울산시가 주상복합 화재 피해 주민의 대피소를 비즈니스 호텔로 지정한 것을 두고, 일부 언론에서 기사 제목을 “호캉스 보내려는 것이냐” 등 일부 커뮤니티에 있는 댓글을 인용해 본문 내용에 그리고 일부를 제목에 사용하기도 합니다. 기사내용에 보면, ’화재 이후 울산시가 피해자 숙소로 비즈니스 호텔을 지정했다는 내용이 알려지자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피해자들이 지원을 명목으로 호텔에서 바캉스를 즐긴다”는 식의 비판이 나왔다. 자, 여기 보면, 일부 커뮤니티로 나오죠, 그 일부 커뮤니티란 곳은 어디며, 그 커뮤니티에 글중 그런 의견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그 이야기가 대표성은 있는 건지 묻고 싶구요, 이런 재난의 상황에 이재민이 발생한 상황에서 언론이 이정도 밖에 의제설정을 못하는지 상당히 아쉽습니다. 그것도 일부 커뮤니티의 말을 빌어 쓴다는 게 객관적으로 보이기보다는 무책임해보입니다. 만약 울산시의 지원이 논란이 된다면, 적법한 것인지, 다른 대안은 없는지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논의하는 게 맞다고 여겨집니다....

◇변지유> 피해주민들을 두 번 울리는 셈인데...늘 지적하시는 ‘본질’을 놓친 보도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리고 인용을 하는 경우에도 일부만 발췌해와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은 거 같습니다.

◆조수진>
최근 추미애 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의혹을 제기한 당직사병이 조선일보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는데요...주장에 따르면 자신이 하지도 않은 말을 한 것처럼 조선일보가 왜곡보도했다는 내용입니다. 이와 관련해 양측이 공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인터뷰의 내용 중 일부만을 따오거나, 인터뷰 내용을 왜곡해 인용하는 문제 등도 심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생각해봐야할 게 취재원의 말을 인용할 때 정말 중요한 부분을 따오느냐도 살펴봐야겠죠. 언론이 본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누군가의 말을 빌어 가져다 하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그 누군가의 말 중 일부 편리한대로 무리하게 인용하지는 않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종합해보면, 누군가의 말을 인용해 내용이나 제목으로 보도할 때, 인용한 말에 대해 언론이 확인 절차를 거치는가. 그리고 따옴표의 출처가 어디인가? 그 출처는 믿을만한가? 정말 중요한 것을 따오는가? 인용을 통해 언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지는 않는가?를 스스로 살펴보길 바랍니다. 언제까지 관행이라고만 말할 수는 없을 거 같습니다.

◇변지유> 선정적이고 사실확인 되지 않은 무분별한 직접인용보도, 따옴표 저널리즘이 줄어들길 바라면서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조수진>
(인사)

◇변지유> 지금까지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조수진 겸임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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