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립 공연단체가 실험적 창작 작품을 잇따라 무대에 올렸습니다.
100분 공연 중 무려 95분을 누워서 무한 경쟁사회에 지친 X세대의 모습을 연기하고, 또 판소리를 시각화한 작품도 있습니다.
김상우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여기 이렇게 누워서 모든 사회적 활동을 거부한다"
공연이 시작하자마자 갑자기 누워버린 40대 남자 주인공 강현서.
막이 내릴 때까지 일어나지 않습니다.
무한 경쟁 사회에서 탈진해 쓰러진 'X세대'의 이른바 '번아웃 증후군'을 위트 있게 담았습니다.
전체 공연 시간 100분 중 무려 95분을 바닥에 누워 열연하는 배우,
"내 육신과 영혼을 갈아서 바쳐야 하고, 아직도 그래야 하는데, 세상에"
국내외 공연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입니다.
[김명기 /국립극단 시즌 단원 (현서 역) : 화장실도 못 가잖아요. 그래서 그런 어떤 심리적인 압박감이 굉장히 심하고, 그래서 공연 거의 1시간 전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습니다. 입에 침이 고일 때가 있는데 그럴 때 가끔 대사도 까먹게 되고….]
창작 희곡 활성화를 위한 국립극단의 상시 투고제와 낭독회 등의 심사절차를 거쳐 마련된 무대입니다.
[이유진 / 'X의 비극' 작가 : 낭독회를 작게나마 열어준다는 그 자체가 굉장히 큰 플러스가 됩니다. 그래서 그 기회를 통해서 자기 작품을 다시 점검하는 기회도 되고요. 관객들과 만나는 접점도 되고요.]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
인간이 사는 세상과 신기루와 같은 허상의 세상.
두 세상의 시공간을 달랑 부채 하나만 들고 자유롭게 넘나듭니다.
소원나무를 찾아 여정에 오른 9명의 이야기,
제주와 인도, 중국 등의 설화를 바탕으로 소리꾼 이자람이 새로운 몽환적 판소리 곡으로 엮어냈습니다.
연출가는 자신의 '부캐' 중 하나인 극작가로도 참여해 판소리의 시각화라는 실험 무대에 도전했습니다.
[배요섭 /연출 감독 : 소리의 어떤 감각을 즐기는 게 저는 제일 중요하다고 봐요. 그러다 보면 눈앞에 벌어지는 장면들이 소리랑 이렇게 연결되는 것을 느낄 수 있거든요. 그러면 관객의 즐거움은 2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혈세로 운영되는 국립 공연단체의 실험적 신작들이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관객 반응 등을 반영하는 작업이 필요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YTN 김상우[kimsang@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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