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33살 나이 차를 극복한 할머니와 청년의 사랑, 상상하기 쉽지 않죠.
배우 고두심과 지현우가 영화 '빛나는 순간'에서 불가능할 것 같은 이 설렘을 그려냈습니다.
일흔 나이에 첫 멜로를 연기한 배우 고두심, 김혜은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기네스북에 오른 실력파 해녀를 취재하러 온 젊은 PD 경훈.
고집스러운 진옥을 어렵사리 카메라에 담으면서 두 사람은 점차 가까워집니다.
제주도의 파도가 바위를 감싸듯, 둘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주는 친구이자 연인이 됩니다.
[고두심 / 배우 : 연민의 사랑이었다 생각이 들어요. 특별한 사랑이지 보편적인 사랑은 아니죠.]
데뷔한 지 49년, 다채로운 역할을 맡았지만 고두심의 멜로 연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고두심 / 배우 : (멜로를) 맨날 목말라 했죠. 그런데 저도 소녀 시절이 있었고 그런 시절이, 감성이 풍부한 시절이 있었을 거 아니에요? 그런 거를 자꾸 상상하고 회상하면서 찍었습니다.]
서른 넘는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두 배우는 설레는 감정을 잘 살려냈습니다.
[지현우 / 배우 : 나는 이 감성을 이해할 수 있는데 보시는 관객들도 이해할 수 있을까?]
[고두심 / 배우 : 나도 아직도 어느 구석에 그런 게 남아있구나. 이런 생각을 해봤어요. 그 영화를 보면서.]
고두심은 이 영화로 이탈리아에서 열린 '아시안 필름 페스티벌' 여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제주 출신인 만큼 자연스러운 방언을 구사했는데, 특히 4·3 사건의 상처를 내뱉는 독백 연기가 백미입니다.
[고두심 / 배우 : 제가 꼭 (4·3 사건을) 당한 사람인 것 같은 기분, 늘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거 같아요. 감독님 '컷' 소리와 함께 멍해서 내가 이거를 감독님이 써준 것도 아닌데 어떻게 내 입에서 나왔지?]
저마다의 삶을 돌아보고 빛나는 순간은 언제였나 짚어보게 되는 영화 '빛나는 순간'.
배우 고두심의 '빛나는 순간'은 언제인지 물었습니다.
[고두심 / 배우 : 여자로서는 아기를 잉태한 그 신비로움에 싸였을 때가 빛나는 순간이 아닌가.]
YTN 김혜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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