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늙고 아픈' 우리 문화재...과학적 진단·처방으로 보존

2023.09.29 오후 04:37
■ 진행 : 호준석 앵커, 이승휘 앵커
■ 출연 : 이재성 국립문화재연구원 문화재보존과학센터 학예연구사, 채정민 단국대 석주선 기념박물관 학예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시 [YTN 뉴스와이드]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오늘 명절에 고궁 박물관 가시는 가족들도 많죠. 조선시대 왕실의 혼례복, 활옷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최근에 이것이 전시가 됐는데 보존 작업이라는 아주 중요한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합니다.

우리 문화의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보존 작업의 마술사 두 분 모셨습니다. 이재성 국립문화재 연구원 문화재 보존과학센터 학예연구사, 채정민 단국대 석주선 기념박물관 학예사와 함께합니다. 두 분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명절에 나와 주셔서 감사하고요. 이게 아마 지금 복원하는 과정인 것 같은데 활옷이라는 것을 최근에 복원하셨다고. 영상을 잠깐 보여드리고 여쭤보겠습니다. 보시죠.

꽃이 수놓아진 모습이고요. 정말 압도당하는 것같이 아름다운, 이렇게 아름다운 옷이 조선 시대에 선조들이 입었구나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는. 고궁박물관에서 최근에 활옷 9점이 전시되는 전시회가 있었다고 합니다. 채정민 학예사님한테 우선 이 활옷에 대해서 설명을 들어야 될 것 같습니다.

[채정민]
활옷이 우리나라 전통 혼례복의 한 가지고요. 조선시대 이후부터 쭉 지금까지도 착용을 하고 있거든요. 조선시대 때는 공주나 옹주, 또는 대군의 부인들이 입을 수 있는 예복인 홍장삼에서 기원한 것인데요. 19세기 들어오면서 민간 여성들도 혼례 때 이 옷을 입을 수 있도록 허가가 됐기 때문에 이후에 쭉 왕실의 사람들이나 민간의 사람들이나 다 모두 입을 수 있었던 혼례 때 입을 수 있었던 예복의 한 가지입니다.

[앵커]
공주는 입고 그러면 왕비는 안 입은 건가요?

[채정민]
조선시대 왕실은 계급이 정해져 있잖아요, 내명부가. 왕비는 적의 같은 걸 입고요.

[앵커]
그렇군요.

[채정민]
왕세자비는 또 다른 거 입고요.

[앵커]
지금 화면으로 봐도 굉장히 화려한 자수들이 많이 눈에 띄는데요. 하나하나 의미가 있는 거겠죠?

[채정민]
그럼요. 주로 모란 또 봉황도 있고요. 나비도 있고 또 기암괴석도 있고 여러 가지 문양이 있는데 다 모두 길상무늬로써 부부의 화합을 축복하는 그런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앵커]
어떤 것은 동자승 같은 것이 새겨진 것도 있고. 잠깐 한번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래픽. 글자가 새겨진 것도 있다고 하던데 보시죠.

[채정민]
이것은 지금 제가 보존 처리한 LA라크마에 소장된 활옷인데요. 지금 복여하해, 수여하해라고 해서 복과 장수가 바다와 같다는 뜻으로 복과 장수를 기원하는 문장이고요. 그다음에 양옆에 지금 한쪽은 한지에 가려져 있지만 동자가 연꽃을 들고 있어요. 연꽃을 들고 있는 동자. 동자는 다남, 다산을 의미하고요. 그런데 연꽃을 들고 있어서 연달아 연달아 많이 아들을 낳았으면 하는 기원을 담고 있고요. 뒤쪽에는 또 다른 문양이 있어요. 그래서 이성지합 만복지원 이렇게 해서 결혼이 만복의 근원이다, 이런 뜻을 담고 있어요. 모든 것들이 결혼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여러모로 좋은 의미가 담긴 활옷인데요. 앞서 얘기를 해 주셨지만 민가에서도 활옷을 입은 날이 있었습니다. 과거 혼례날로 가보겠습니다.

[앵커]
이 신부는 아마 10살이 좀 넘었으려나요. 12살 이 정도인 것으로 보이는데요. 지금 저기 활옷인 거죠, 입은 게?

[채정민]
그렇습니다.

[앵커]
저게 조선 시대 후기로 가면서 민가에서도 입은 거군요, 활옷을.

[앵커]
신랑의 모습도 보이고요. 조금 미소를 지었습니다.

신랑도 한 13살, 14살 정도 됐으려나요. 조선시대 아주 후기, 19세기쯤인가요?

[채정민]
19세기, 20세기로 보여집니다. 저 영상은.

[앵커]
찍었으니까요. 저렇게 동영상을 찍었으니까 아마 20세기 초반의 모습인 것으로 보입니다. 활옷을 입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렇게 민가에서도 특별한 날, 중요한 날 혼례 날에는 활옷을 입었던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습니다.

아까 그 활옷 한 점을 보존 작업을 직접 하셨다. 그러니까 라크마를 하셨다고 하는데 라크마가 뭔지하고 어떤 걸 어떻게 보존하셨는지 말을 해 주시죠.

[채정민]
라크마는 그냥 앞자를 딴 약자인데요. LA카운티 뮤지엄 오브 아트라고 합니다. 그래서 LA에 있는 미술관이고 미국 안에서도 유수의 미술관으로 알려져 있고, 제가 보존 처리한 활옷은 라크마에 소장된 여러 한국 문화재 중의 한 점입니다. 이것들이 저희가 국외 소재 문화재재단에서 이런 외국에 있는 문화재 보존이나 환수 작업에 대해서 많이 노력들을 하시잖아요.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알고 있습니다.

[앵커]
방탄소년단 멤버가 저걸 지원했나 보네요?

[채정민]
저도 몰랐는데요. 이게 2020년부터 계속 소장처와 국외재단 통해서 이런 옷을 보존 처리했으면 좋겠다, 가능하냐, 이런 연락이 계속 있어왔어요. 그런데 추진이 지지부진하다가, 코로나도 있었고요. 그래서 계속 해마다 연락이 왔었는데 작년에 갑자기 추진을 한다. 미국에 좀 와봐라 해서 가서 그분들이 너무 유물에 대해서 궁금해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이걸 누가 지원했는지는 그때까지는 저도 몰랐고 소장처도 몰랐기 때문에 궁금해들 하셨고, 이런 좋은 일을 하시는 분이 누군가. 그래서 가서 유물에 대해서 어떤 처리를 할 건지, 또 이 유물이, 그분들은 결혼 예복이라는 것만 알지 유물에 담긴 뜻 같은 것은 잘 모르시잖아요. 상태가 어떤지. 그런 것들을 자세히 설명을 드리는 시간을 가졌고요. 그래서 거기에 대충 어떤 내용, 처리를 할 건지에 대한 합의와 논의를 거치고 와서 유물을 보내주셔서 국내에서 작업을 했습니다.

[앵커]
처음에 보셨을 때 어떠셨습니까? 손상이 많이 된 상태였나요?

[채정민]
국외에 활옷 유물이 꽤 있어요. 한 20여 점, 외국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유물이 있는데 저희가 사실 실제로 보지는 않았는데 사진이나 이런 걸로 봤을 때는 그거에 비해서 라크마에 소장돼 있는 것은 굉장히 양호한 편이었고요. 겉으로 보기에, 훑어보기에는. 그런데 갖고 와서 처리를 하려고 보니까 많은 손상도 있었고 또 처리할 때 문제들이 좀 있어서 저희가 5개월에 걸쳐서 처리를 했습니다.

[앵커]
저 색깔들, 저 화려한 색감들 저게 중요한 부분이었을 것 같은데 어떤 과정으로 어떻게 절차를 거쳐서 하셨는지 그것을 좀 설명을 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채정민]
우선 복식 유물의 보존 처리는 모든 유물이 마찬가지인데 처리 전에 조사를 실시를 합니다. 그래서 이 유물의 상태가 어떤지, 어디가 손상이 됐는지, 또 어떤 오염들이 있는지 그런 것들을 조사하고 또 특이점들이 있는지, 그걸 바탕으로 보존 처리 계획을 수립을 하게 되고요. 그런 수립한 계획을 차근차근 진행시켜나가는 과정이 본격적인 보존 처리 과정이죠. 그래서 구체적으로는 우선 오염을 제거를 했습니다. 지금 보여지는 아까 적외선 촬영 같은 경우에는 활옷은 예복이기 때문에 형태를 유지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그 안에 두꺼운 한지를 집어넣어요. 그런데 종종 그 안에 글자가 쓰여 있기도 하고 이렇기 때문에 적외선 촬영을 실시했습니다. 그랬을 때 이 라크마 유물은 글자가 없는 깨끗한 한지를 사용을 했어요. 그래서 그런 사실도 밝혀내고 클리닝하고 그다음에 심각한 오염들이 있었거든요. 그런 것들을 처리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앵커]
옷의 형태를 잡기 위해서 안에 한지를 덧대는 거다라고 생각을 하면 될 것 같고요. 한지에 만약에 글자가 적혀있는 경우에는 어떤 글들이 담겨 있습니까?

[채정민]
종종 있는데요, 그렇게 글자가 담겨져 있는 한지가 쓰여진 게. 몇 년 전에 고궁에서 창덕궁 활옷이라는 유물이 공개가 된 적이 있어요. 그것들을 조사해서 공개했는데 그 안에 많은 글자들이 적외선 촬영으로 감지가 됐고요. 그것을 조사해보니 과거시험에서 떨어졌던 답안지를 재활용한 것으로 밝혀졌어요. 그런데 이렇게 종종. 왜냐하면 두꺼운 한지가 매우 귀하잖아요. 그러니까 이렇게 옷에서 쓰던 한지를 쓰기도 하고. 그런데 지금 저희가 보존 처리한 유물에는 깨끗한 그냥 한지를 여러 겹, 두꺼운 한지를 썼더라고요.

[앵커]
과거시험에서 떨어진 답안지도 뜻밖에 발굴하셨겠네요.

[채정민]
제가 한 것은 아니고요. 고궁박물관에서 했습니다.

[앵커]
이재성 박사님 오래 기다리셨는데요. 문화재 보존은 이런 일이다, 이런 가치와 의미있는 것이다라는 것을 한마디로 정의하신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재성]
문화재 보존은 아프고 병든 문화재를 보호하는 것입니다. 문화재 보존 과학자는 문화재 의사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고요. 이런 보존 처리를 위해서는 현재 첨단 과학기술과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전통기술 2개를 융합을 해서 하는 보존 기술을 이용해서 문화재 보존 처리를 직접적으로 하고 있고요. 이런 보존 처리를 통해서 문화재 보존과 아울러서 가치를 증진시키고 있습니다.

[앵커]
단순히 우리 문화재를 잘 지키는 것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고요. 이 박사님은 금속문화재 전문이라고 하셨는데 어떤 걸 담당하고 계십니까?

[이재성]
저는 국립문화재연구원에서 우리나라 국보나 보물 같은 국가지정 금속문화재를 보존 처리하고 있고요. 이런 보존 처리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유적에서 중요한 유물들이 출토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중요한 유물들이 출토될 때 많이 부식되고 손상된 상태로 출토되기 때문에 이런 유물을 저희가 현장에 직접 가서 수습하는 그런 일도 하고 있고, 아울러서 우리 야외에는 근현대 문화유산 중에 금속으로 된 것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계속 야외에 있기 때문에 부식이 되고 손상되기 때문에 이런 야외에 설치된 근현대 금속문화유산을 과학적으로 진단하는 그런 일도 하고 있습니다.

[앵커]
가야시대, 삼국시대, 아주 옛날 것들도 하시지만 사실은 우리가 70년 전에 겪었던 비극, 6.25 전쟁. 그런 유물 같은 것, 그런 것들도 담당하고 계시다고요?

[이재성]
저희가 울산 하대리 유적이라든지 함안 말이산 고분 같은 그런 우리나라 유적에서 출토된 그런 유물뿐만이 아니라 최근에 말씀하신 것처럼 70여 년 전 한국전쟁과 관련된 한국전쟁 전사자 유품에 대해서도 보존 처리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이런 사업을 시작한 지는 지금 한 3년 정도 됐고요. 3년, 4년 정도 됐습니다. 그리고 이런 보존 처리를 통해서 유품을 저희가 보존하는 그런 역할들도 하고 있습니다.

[앵커]
저런 철모라든가 수통, 숟가락, 이런 것들은 어떻게 보존을 하시는 겁니까?

[이재성]
1차적으로는 저희가 과학적인 진단, 조사를 하게 되고요. 그래서 과학적인 조사, 즉 엑스선 투과 조사라든지 CT 촬영 이런 것들을 통해서 현재의 유품의 보존 상태와 내부 상태 그리고 이 유품이 가지고 있는 어떤 가치 이런 것들을 저희가 찾게 되고 이런 과정을 거친 이후에는 안정화 처리라든지 부식물 제거 이런 등등의 보존처리 방법을 적용해서 우리가 국보나 보물 문화재를 처리하는 방법 그대로 하고 있습니다.

[앵커]
유품뿐만 아니라 많은 것들의 보존 작업을 하셨을 텐데 그중에 인상 깊은 게 있으십니까?

[이재성]
지금까지 했던 것 중에 저희가 큰 성과라고 말씀을 드리면 예전에 만 원권 지폐에 있었던 자격루입니다. 자격루는 물시계인데요. 최초로 만들어진 것은 세종대왕께서 장영실에게 지시를 해서 만들어지게 됐습니다. 그런데 그 장영실이 만든 자격루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고, 현재는. 1536년도에 중종 시기에 다시 만들게 됩니다. 그래서 다시 만든 자격루는 창경궁에서 운영을 하고 있었는데요. 안타깝게도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창경궁을 일제가 창경원으로 만드는 그런 만행을 저지르게 됩니다.

그래서 이 만행 때문에 창경궁에 설치되어 있던 자격루는 덕수궁에 야외에 전시실에서 전시가 되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오랜 기간 야외에서 보관 전시가 되다 보니까 표면에 부식도 많이 생겼고 그리고 굉장히 많은 오염물들도 붙게 됐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다시 이거에 대해서 다시 보존 처리를 하는 그런 과정을 거쳤고 약 1년 7개월 정도의 전면적인 보존 처리를 실시했습니다.

그래서 이 보존 처리를 통해서 저희가 그동안 몰랐던 네 분의 이름을 다시 찾게 됐습니다. 그전에는 글자 위에 부식물이라든지 오염물이 많이 있어서 파악하기가 어려웠는데 보존 처리를 통해서 새롭게 찾아내게 됐고요. 그래서 이분들을 이름을 말씀을 드리면 이공장, 안현, 김수성, 채무적이라고 하는 분들이고요. 그 당시에 천문 전문가로 활동하셨음을 다시 또 찾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건 저희가 최초로 발견을 했던, 찾아냈던 그런 사례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앵커]
그래서 완전히 복원시켜놓은 상태가 조금 전에 봤었던, 화면 잠깐 볼까요? 그것이 중종 때 처음 만들었을 때는 그런 상태였다. 그 상태하고 거의 흡사한 거다라고 이렇게 볼 수 있는 것입니까?

[이재성]
사실상 그렇게 보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오랜 기간 부식이 계속 생기기 때문에 실제로 만들 때는 저렇게 초록색은 아니거든요. 이게 청동 부식물이라고 하는 것이 표면에 생기면서 어느 일정 기간이 지나면 안정화된 부식물도 생기고 굉장히 표면을 우리가 소위 말하는 계속해서 침식시키는 그런 부식물도 생기는데 현재는 두 가지의 부식물들이 다 생성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만들어질 때 표면 상태는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앵커]
이런 유물들을 보존 처리를 할 때 엑스레이 촬영, CT 촬영을 활용하신다고요?

[이재성]
보존 처리에서 보존 상태나 내부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엑스선 투과 조사나 CT 촬영은 아주 필수입니다. 그래서 엑스선 투과 조사 같은 경우는 밀도 차이를 이용을 해서 이미지를 저희가 관찰을 해서 보존 상태나 내부 구조 그리고 제작 기법 같은 것들을 저희가 찾아낼 수가 있는데요. 특히 출토 유물 같은 경우에는 흙으로 완전히 뒤덮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엑스선 투과 조사를 하게 되면 흙 속에서 유물이 어느 정도로 어떤 상태로 있는지도 파악할 수가 있고요. 그리고 금속 유물 같은 경우는 금속마다 밀도가 다르거든요.

그래서 엑스선 투과 조사를 하면 이 금속문화재에 사용된 금이나 은으로 된 입사 흔적이나 금 도금 같은 것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말씀드리면 한국전쟁 전사자 유품 같은 경우는 엑스선 투과 조사를 하게 되면 당시에 격발되다가 만 총알도 저희가 총에서 찾을 수가 있고 수통 같은 경우는 거기에 남아있는 총탄 흔적들도 저희가 찾아낼 수가 있습니다.

[앵커]
저런 복원하실 때 과거에 숭례문 복원할 때도 그랬고 아주 오래 된 수백 년 된 재료들하고 지금 우리가 어쩔 수 없이 거기에 덧대는 것들하고 그것이 잘 융합이 되는지, 혹시 거기서 부작용이 생기지 않는지 그런 부분들이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았었거든요.

[이재성]
당시의 소재와 지금의 소재가 맞지 않는 경우는 매우 많습니다. 소재나 성분이 같더라도, 그러니까 금속 같은 경우는 같더라도 부식이나 노화에 따라서 완전히 두 가지가 다른 성질을 가지게 되고요. 그러니까 물성 자체가 완전히 다르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존 처리를 우리가 할 때 과거에 사용됐던 재료를 그대로 사용하기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말씀드린 것처럼 부식이나 노화에 따라서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그래서 이런 경우는 저희가 보존 처리에 사용하는, 덧대는 보강재 같은 경우는 지금 우리가 보존 처리하는 대상에 맞는 정도의 노화 상태 정도까지를 저희가 일부러 만들어서 보강 재료로 사용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런 재료들을 사용을 하면 원 재료에 미치는 손상에 대한 위험성을 낮출 수가 있고요. 또 한 가지는 금속 같은 경우는 동일한 금속이라고 해도 새로운 부식을 촉진시킬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금속과 원래 있었던 금속의 하중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균열을 일으킬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경우는 아무래도 합성수지를 이용을 해서 보존 처리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앵커]
최대한 예전 것과 비슷하게 해서 복원을 한다라고 얘기를 해 주셨는데요. 채정민 학예사님, 활옷 보존 작업할 때도 비슷하게 하십니까?

[채정민]
기초 원칙은 같습니다. 왜냐하면 열화된 것과 지금 있는 재료들이 맞닿으면 같이 퇴화하더라도 퇴화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선생님 말씀하신 것처럼 열화를 시켜서 사용하고요. 그런데 저희 같은 경우는 직물 같은 경우는 유기물이기 때문에 조금 더 조심스러운 면이 있어요. 그래서 부작용이라기보다는 어느 정도까지 처리를 할 것인가. 만약에 지금 활옷 같은 경우에 지금 소매에 한삼에 덧대거든요, 흰 한지를.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서. 깃과 소매. 지금 붙였던 방법이 꿰매기도 하고, 실로. 풀로 붙이기도 하는데 지금 이 LA에 소장된 옷은 풀이 많이 남아있었어요. 그래서 이 풀을 제거하는 과정이 어느 정도까지 제거할 것인가. 왜냐하면 완전히 제거하면 직물이 손상이 될 것이고, 또 완전히 제거도 안 되지만. 그래서 그 적정선을 찾아가는 과정들이 굉장히 중요했거든요. 최대한 제거하되 직물에 손상을 입히지 않는, 그 경계점을 찾는 게 저희의 의무였고 그다음에 그게 굉장히 고민이었습니다.

[앵커]
저 활옷, 라크마에 있던 것을 방탄소년단 RM이 1억 원 지원하고 해서 잘 복원을 하셨는데 그러면 저게 국내에 있는 겁니까? 아니면 도로 가는 겁니까?

[채정민]
이거는 소장처가 라크마이기 때문에 저희가 보존 처리해서 여러 사람이 힘을 합친 거잖아요. 국외 소재 문화재 재단도, RM 씨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힘을 합쳐서 외국에 있는 문화재를 보존하는 데 의미가 있기 때문에 전시가 끝나면 되돌아가요.

[앵커]
우리 가치를 높이고 가치를 알게 됐으니까 더 소중하게 하고 전시도 하고 그러겠죠?

[채정민]
아마 그렇게 고민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제가 관계자들을 만나서 그때 가서도 회의하고 여기 전시 개관할 때 담당 큐레이터가 방문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너무 고맙다고 말씀을 하시면서 관련된 전시관이 있거든요, 그 박물관에. 거기에 아마 잘 전시될 거다, 이렇게 말씀을 하셨어요. 그래서 굉장히 뜻깊은 작업이 아니었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앵커]
한류가 될 수 있겠군요.

앞서 금속에는 엑스레이 촬영이나 CT 촬영이 동원이 됐는데 활옷 보존할 때는 어떤 기법이 사용됩니까?

[채정민]
아까 말씀드린 대로 한지에 글씨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적외선 촬영을 했고요. 그다음에 어깨에 다채로운 직물이 덧대어져 있는데요. 이것에 금속사가 포함된 직물이었어요. 그런데 이 금속사가 금색은 아니었기 때문에 금속사의 성분을 조사하기 위해서 엑스선 형광분석이라는 비파괴 분석을 했어요. 그랬더니 순은에 가까운 금속이었고요. 그래서 은사로 만든 직물이었거든요. 이 은사는 은박을 얇게 펴서 얇은 한지에 붙여서 그것을 얇게 잘라서 직물을 제직할 때 삽입해서 문양을 내는 거거든요. 이것을 편은사라고 하는데 금을 사용하면 편금사가 되고요. 그래서 아마 민간에서는 쓰기 어려운 고급의 직물이었습니다. 그래서 이것들이 어깨에 덧대어져 있는 지금 상태입니다.

[앵커]
이렇게까지 첨단 기술이 동원된다는 사실은 저희도 다 처음 듣는 얘기인데 우리나라에 지금 이 문화재를 복원하고 보존하고 복원하는 기술의 수준은 어떻습니까? 세계적으로 비교하자면요?

[이재성]
먼저 우리 문화재, 국외에 소재되어 있는 우리 문화재를 우리가 직접 보존 처리한다는 것만으로도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고 보이고요. 또 한 가지는 제가 지금 근무하는 곳을 기준으로 말씀을 드리면 저희는 지금 보존과학센터에서는 보존 처리를 하고 복원기술연구실에서는 재료 개발을 하고 그리고 보존과학연구실에서는 분석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보존과학 분야에 있어서 각각의 업무를 각각으로 수행을 하고 이것들이 하나로 묶일 수 있도록 역할을 하는 그런 기관을 가진 곳이 없거든요.

그런 면에서는 굉장히 우리나라가 보존 과학 분야에서 선도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가 있고 이런 것들이 결국은 이런 기술력이라든지 노하우 이런 것들이 쌓여서 최근에는 우리가 국외, 특히 아시아권의 국가들을 대상으로 저희가 보존 처리 기술을 직접 그 국가에 가서 가르치기도 하고 저희가 불러서 그분들을 한국으로 초청을 해서 교육을 시키고도 있습니다.

[앵커]
긍정적으로 평가를 해 주셨는데 두 분도 열심히 노력을 하고 계시지만 아무래도 국민들의 관심이 더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채정민]
그렇습니다. 관심이 있어야 또 저변이 확대되고, 그리고 연구도 활발해질 거라고 생각을 하고요. 또 특히 저희 직물류 유물 같은 경우에는 다른 소재의 재질의 유물에 비해서 보존 과학이 늦게 연구되고 활발해지기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관심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그런데 마땅한 교육 기관이 지금 없는 형편이고. 또 연구자들이, 관심 있는 분들이 찾아서 연구해야 하는, 익혀야 하는 그런 실정이라서 이런 것들이 조금 개선이 된다면 조금 더 발전해나가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앵커]
우리나라 대중문화를 시작으로 해서 세계인들이, 특히 젊은이들이 한국 대중문화에 처음 관심이 있다가 그다음에 음식에도 관심이 생기고 그다음에 나중에는 역사에도 관심이 생기고 그런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우리나라의 오래된 문화재들, 옛날 예술들에 대해서도 이런 것이 한류를 일으킬 그런 잠재력, 그런 가능성을 관계자로서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

[채정민]
우선 광화문에만 나가봐도 많은 한복을 입은 외국인들 너무 많잖아요. 말씀하신 대로 그런 작은 관심들이 점점 문화 전반으로 확대되어 갈 거라고 생각을 하고 제가 활옷을 소장하고 있는 소장처의 관계자들을 만났을 때도 이 유물에 대해서 너무 알고 싶어 하거든요. 우리 문화유산을 저희보다 더 전문적인 지식을 갖기를 원하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질적으로, 양적으로 확대되어나가는 과정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조금 더 발전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오늘 우리 전통의 명절인 추석을 맞아서 혹시 꼭 하시고 싶은데 표정이 약간 못 하신 말씀이 있는 것 같아서. 꼭 하시고 싶은데 못 하신 말씀이 있으면 1분만 드리겠습니다.

[이재성]
말씀하신 것하고 같은 결에서 말씀드리는데요. 우리 문화재에 대해서 많이 애정을 가지고 그리고 우리가 보존 과학이라든지 이런 업무는 사실상 앞에서 드러내고 하는 업무들은 아니지만 우리가 전시실에서 문화재를 저희가 보기까지 이렇게 많은 과정들을 거쳐서 국민들이 전시실에서 유물을 보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보존 과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한번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우리도 사실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우리 문화재, 잘 복원하고 또 세계인들한테도 보여주고 하는 것의 중요성,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알겠습니다. 오늘 이재성 학예연구사, 채정민 학예사 두 분과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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