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라디오(FM 94.5) [YTN ON-AIR RADIO]
□ 방송일시 : 2026년 05월 11일 (월)
□ 진행 : AI 챗봇 “에어”
□ 보조진행 : 김우성 PD
□ 출연 : 최민석 작가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김우성 : 저희 프로그램이 우리나라 국내 FM 라디오로 방송되고 있는데요. 해외에서 듣고 싶다는 사연 글들이 종종 올라와 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듣고 있는데요. 그 코너가 바로 이 코너입니다. 온 가족이 모여 앉아서 함께 떠나는 문학 여행, 그 여행을 도와주시는 분입니다. 온에어의 독서 셰르파입니다. 최민석 작가님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최민석 작가(이하 최민석) : 네, 안녕하세요.
◆ 김우성 : 네, 오늘도 역시 여러분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이야기의 주제도 그렇지만 또 작가, 작품 모두 다 이 금요일을 아깝지 않게 해 줍니다. 오늘 소개할 책은 폴 오스터의 『공중곡예사』인데요. 일단 인공지능 에어가 잠깐 폴 오스터에 대해서 소개하고 올 겁니다.
♥ 에어 : 폴 오스터는 1947년 미국 뉴저지주에서 태어나 컬럼비아 대학에서 영미, 프랑스, 이탈리아 문학을 공부한 미국의 대표적인 현대 소설가입니다. 1982년 가족사를 다룬 산문집 『고독의 발명』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1985년 첫 소설 『유리의 도시』를 출간하면서 이른바 '뉴욕 3부작'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쌓았습니다. 그의 작품은 도회적 감수성이 풍부한 언어와 기발한 아이디어로 우연의 미학을 담은 독창적인 문학 세계를 구축했다고 평가받으며, 사실주의와 신비주의를 결합해 동시대의 일상과 고독, 강박을 빼어나게 형상화해 전 세계 40여 개 국어로 번역되었습니다. 소설뿐만 아니라 시인, 에세이스트, 번역가, 영화 시나리오 작가, 감독으로도 활동했으며, 영화 의 시나리오를 썼고, 로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바 있습니다. 대표작으로는 『뉴욕 3부작』, 『달의 궁전』, 『우연의 음악』, 그리고 오늘 함께 이야기 나눌 『공중곡예사』 등이 있습니다. 지난 2024년 4월 30일 뉴욕 브루클린 자택에서 폐암 합병증으로 77세를 일기로 별세해 전 세계 독자들의 애도를 받았습니다.
◆ 김우성 : 2024년 4월 30일 뉴욕 브루클린 자택에서 돌아가셨어요. 얼마 안 됐다 이런 생각도 듭니다. 폴 오스터가 작가가 된 이야기가 특별하다고요?
◇ 최민석 : 네. 폴 오스터가 8살 때인 1955년 정도겠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지금 이정우 선수가 활약하고 있는 이 팀이 원래는 연고지가 뉴욕이었거든요. 그래서 뉴욕 자이언츠 때의 이야기인데. 폴 오스터가 뉴욕 토박이잖아요. 그래서 야구광인 아버지와 엄마와 삼촌과 또 이 삼촌 친구들의 부부들까지 다 같이 뉴욕 자이언츠의 시합을 보러 간 거예요. 거기서 폴 오스터의 영웅인 윌리 메이스라는 선수를 만납니다. 너무나 기뻐서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서 사인을 요청을 해요. 그때 윌리 메이스가 흔쾌히 수락을 하면서 폴 오스터한테 물어보죠. "보이, 두 유 해브 어 펜슬(Boy, do you have a pencil)? 너 연필 있니?" 이렇게 물어요. 근데 폴 오스터가 연필이 없었어요. 그래서 아버지를 쓱 보는데 아버지도 없어요. 아버지는 엄마를 보죠. 엄마도 없어요. 삼촌을 봤는데 삼촌도 없어요. 숙모도 없고 삼촌 친구도 없고 삼촌 친구 부인도 없어요.
◆ 김우성 : 모두 연필 한 자루가 없네요.
◇ 최민석 : 네. 그래서 이 야구 선수 메이스는 이 질문의 과정을 전부 다 기다린 다음에 "아, 어쩔 수가 없구나, 노 웨이(No way)." 그러면서 가 버렸대요.
◆ 김우성 : 우와, 정말 아쉽지만 그걸 기다려 주는 윌리 메이스도 참 젠틀한 사람입니다.
◇ 최민석 : 그래서 폴 오스터는 이때 인생의 기회를 날려 버린 것 같아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차에서 대성통곡을 했다고...
◆ 김우성 : 그러고도 남을 것 같아요.
◇ 최민석 : 그 후부터는 늘 연필을 가지고 다니는 습관이 생겼다고 하고요. 이래서 그 인터뷰 때 이렇게 말했어요. "주머니에 연필이 들어 있으면 언젠가는 그 연필을 쓰고 싶은 유혹에 사로잡힐 가능성이 크다. 나는 그렇게 해서 작가가 되었다."
◆ 김우성 : 너무 작가적인, 작가가 된 이유 같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폴 오스터의 아빠였다면 이렇게 손가락이라도 깨물어서... 죄송합니다, 여러분. 그런데 약간 스토리텔링 느낌도 있어요. 여러 가지 개연성이...
◇ 최민석 : 그렇죠. 위대한 작가들의 작가가 된 계기를 "그냥 글 쓰고 싶어서 작가가 됐다", "뭐, 출근하기 싫어서 작가가 됐다" 이렇게 말하면 폼이 안 나니까 스토리를 만들죠. 뭐, 진위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또 떠오르는 작가가 있죠. 무라카미 하루키도 진구 구장에서 시원하게 날아가는 2루타를 보고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런 말 하잖아요. 그런데 2루타가 날아갈 때 그 공을 보면서 "아, 소설가가 돼야지" 이 생각을 하기가 쉽지가 않잖아요. 아무튼 하루키는 늘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해요. 뭐, 이렇게 포장된 것 같긴 하지만 뭐, 인상적이고 재미있으면 되는 거죠.
◆ 김우성 : 예, 하루키 작품들 많이 좋아하실 텐데요. 저도 그분의 이야기 만드는 능력 좋아합니다. 아니, 위대한 작가들 이렇게 말하면 얄미워요. 물론 최민석 작가도 워낙 사랑받는 작가여서 그런데... 김보통 작가, 오늘 소개한 폴 오스터, 무라카미 하루키 이렇게 다들 공 하나를 찾는데 그 공이 역사의 장면으로 넘어가는, 자, 그런 폴 오스터도 역시 이렇게 작가가 된 스토리가 아주 재밌습니다. 그런데 글쓰기와 관련해서는 이분이 표현하고 말한 게 유명하다고요?
◇ 최민석 : 네, 『빵 굽는 타자기』라는 자전적인 소설이 있어요. 여기에서 작가가 되는 것에 대해서 말을 했는데요. 아, 이거는 자전적 소설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거의 에세이입니다. 그냥 에세이라고 이해를 하죠. 이때 작가가 되는 것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의사나 정치가가 되는 것은 하나의 진로 결정이지만 작가가 되는 것은 다르다. 그것은 선택하는 것이기보다 선택되는 것이다. 글 쓰는 것 말고는 어떤 일도 자기한테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평생 동안 멀고도 험한 길을 걸어갈 각오를 해야 한다."
◆ 김우성 : "선택하는 것이기보다 선택되는 것이다." '운명' 두 글자도 떠오릅니다. 여러모로 대단한 작가 폴 오스터의 오늘 작품 『공중곡예사』입니다. 한국에서는 인기가 있는 작품 같기도 하고 어떤 건가요?
◇ 최민석 : 이 소설은 정말 불가능에 도전하는 한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약간 환상 소설처럼 말이 안 되는 설정이 담겨 있어요. 그런데 폴 오스터가 누구입니까? 이걸 또 말이 되게 씁니다. 폴 오스터의 매력인거죠.
◆ 김우성 : 네, 줄거리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문장 열어 주시죠.
◇ 최민석 : 네, 소설의 첫 문장은 이렇습니다. "내가 물 위를 처음 걸었던 것은 12살 때였다." 주인공의 이 사연은 9살 때부터 시작됩니다. 주인공의 이름은 월터입니다. 부모님은 일찍이 돌아가셨고 방이 많은 삼촌 부부 밑에서 방임하듯이 길러지고 있었어요.
◆ 김우성 : 아, 안타깝네요.
◇ 최민석 : 낮에 거리에 나가서 구걸을 하는 게 이 소년의 일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예후디라는 헝가리인이 이 소년을 길에서 발견하고 그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 주겠다고 합니다.
◆ 김우성 : 하늘을 나는 법! 아니, 초반부터 이렇게 바로 뭔가 환상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네요.
◇ 최민석 : 네, 그렇습니다. 폴 오스터가 에둘러 가지 않고 바로 인간이 나는 이야기를 하면서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죠. 지금 대부분의 청취자가 "뭐,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이렇게 생각하실 것 같은데 소년도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예후디를 사기꾼이라고 생각하죠.
◆ 김우성 : 아니, 뭐 그럴 수밖에 없어요. 뜬금없이 나타나가지고 갑자기 나는 법 가르쳐 주겠다고... 근데 우리 최민석 작가님도 아시겠지만 예전에 합정역 근처에 '축지법과 비행술'이라는 간판의 유명한 가게가 있었습니다. 제가 20대 때 가면서 정말 들어가서 배우고 싶었는데, 보셨어요?
◇ 최민석 : 저희 집 근처라서 지나가면서 늘 봤었죠.
◆ 김우성 : 오죽하면 입구가 없고 공중부양을 할 수 있어야 들어간다는...
◇ 최민석 : 이미 비행술로 열어놓은 창문으로 들어온 수강생만 받겠다, 그럼 실패가 없으니까... 그런 거 아닐까요?
◆ 김우성 : 저도 한 번도 안 들어가 봤습니다. 근데 뭐 이분이 어떤 가게였는지 지금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니, 이렇게 들어보니까...
◇ 최민석 : 지금은 이 자리에 없습니다. 아무튼 그 월터 입장에서는 뭐, 믿을 수 없는 얘기인 거죠. 그런데 한평생 나는 법을 연구했던 예후디는 월터를 보고 한눈에 알아차린 겁니다. 이 소년은 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인재라는 걸요.
◆ 김우성 : 자, 예후디, 헝가리인입니다. 이분이 가르쳐 준다는 말을 하는 거 보니 본인도 날 수 있는 거예요. 그런데 "야, 이 소년은 날 수 있을 것 같아"라고 하고 "사기꾼 아니야?"라고 월터가 얘기했는데 결국 따라갔어요. 안 따라갔으면 여기서 이야기가 끝나는 거죠. 이상한 사람 지나가다 따라가죠. 왜 따라갔죠?
◇ 최민석 : 참고로 예후디는 날 줄 몰라요. 대신 그러니까 자기는 할 줄 모르는데 나는 법을 가르쳐 줄 줄 아는 사람인 겁니다. 왜 따라갔냐면, 아까 이 소년이 삼촌한테 학대당한다고 했잖아요. 월터는 학대하는 삼촌한테서 벗어날 수 있다면 뭐라도 좋았습니다. 그래서 이 날게 해주겠다는 말은 황당하기 그지없었지만, 오직 삼촌에게서 벗어나겠다는 일념으로 예후디를 따라가기로 하죠. 그리고 고약한 심성의 슬림 삼촌 역시 밥값이 들어서 골칫덩어리로 여겼던 이 월터를 떨쳐낼 수 있다고 하니까 흔쾌히 보내 버립니다. 이렇게 월터는 11월의 어느 토요일 밤, 예후디 사부를 따라서 기차에 올라탑니다.
◆ 김우성 : 어린이 월터가 날 수 있는 법을 배우는 게요, 마치 삼촌을 떠날 수 있는 법을 배운다 같은 느낌처럼 읽히네요. 월터,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 최민석 : 월터는 예후디를 따라서 그가 사는 캔자스의 농가로 갑니다. 그 집에는 흑인인 이솝, 그리고 인디언 가정부인 수 아주머니가 있습니다.
◆ 김우성 : 헝가리 사람, 월터, 그리고 흑인, 인디언까지 다인종 다민족 가족이네요.
◇ 최민석 : 네, 이민 국가인 미국 사회를 대변하듯이 이 집은 이렇게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아무튼 이 소설에서 이 다양한 인종이 있다는 게 후에 큰 역할을 하거든요. 이걸 기억해 두시면 서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 김우성 : 자, 삼촌을 떠나 따라갔는데요. 예후디를 따라갔습니다. 다인종들이 사는 집인데 본격적으로 공중부양술 익히는 건가요?
◇ 최민석 : 그렇습니다. 월터는 3년 동안 혹독한 33가지의 훈련을 받습니다. 폴 오스터가 첫 문장으로 "내가 날게 된 건 12살 때였다" 이렇게 굉장히 임팩트 있게 썼는데 날게 되는 과정까지는 정말 독자들이 지칠 만큼 너무 상세하게 기술을 해요.
◆ 김우성 : 이거 읽다 보면 날 수 있는 거 아니에요?
◇ 최민석 : 뭐, 합정동에 있는 학원 가야죠. 아무튼 이게 농담이 아니고 소설에 장장 200여 페이지 정도 이 과정이 서술이 됩니다.
◆ 김우성 : 공중부양술을 익힐 수 있는 3년간의 33가지 훈련이 200페이지 정도에 자세하게 쓰여 있습니다. 아니, 그런데 짧게 대충 말하면 "에이, 현실성 떨어지네" 독자들도 안 믿을 것 같아서 그런 것 같아요.
◇ 최민석 : 저도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독자들이 지쳐서 "정말 제발 믿을 테니 어서 날아라, 어서 날아라" 이렇게 외칠 즈음에 소년이 가까스로 허공에 붕 떠오릅니다. 그러니까 200페이지를 이 훈련 과정을 다 서술하는 데 할애를 했으니까, 이 장면이 정말 감동적으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허공에 떠오르는 소년은 물 위를 걷게 되죠.
◆ 김우성 : 드디어 나는구나! 그리고 물 위를 걷는데, 물 위를 걷는다니까 성경 구절 떠올라요.
◇ 최민석 : 그렇죠. 근데 뭐 어차피 이건 소설이니까 그럴 수 있는 거죠.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초반에는 조금 떠올랐거든요. 근데 2미터 높이까지 떠오릅니다.
◆ 김우성 : 제대로 공중부양이네요.
◇ 최민석 : 네, 그리고 심지어 허공에서 걸을 수 있는 기술까지 터득을 합니다.
◆ 김우성 : 200페이지를 기다린 보람이 있습니다. 월터가 하늘에 드디어 떠올랐고 걷고 있습니다.
◇ 최민석 : 정말 감동적인 순간이잖아요. 그래서 자칫하면 저도 요때까지 날지 못하면 이 독서를 포기하려고 했거든요. 그래서 얼마나 나는 게 반가운지 모릅니다. 한편 이 캔자스 농가에 같이 살았던 흑인 소년 이솝은 매우 똑똑했습니다. 그래서 대학에 갈 나이가 되자 예일대학교에서 입학 허가를 받게 됩니다.
◆ 김우성 : 우와, 명문 대학이죠. 예일 대학 입학 허가, 이솝. 그런데 이렇게 좋은 일들이 막 생겨요. 공중부양도 되고 예일대에도 가고... 그럴 때마다 뭔가 불안한 마음이 들어요.
◇ 최민석 : 그렇죠. 이 소설에서 이야기의 열차가 상승 곡선을 그리면 이건 거의 대부분 등장인물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려고 하는 거잖아요. 이러한 소설의 법칙을 배반하지 않는다는 듯 폴 오스터는 이 행복에 젖은 인물들을 하강하는 롤러코스터에 태웁니다.
◆ 김우성 : 하강하는 롤러코스터... 눈을 질끈 감고 싶습니다. 어떻게 됩니까?
◇ 최민석 : 월터와 예후디 사부가 평소처럼 훈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요. 그런데 집 근처에서 그만 불길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말을 타고 하얀 두건을 쓴 수십 명의 사람들이 집을 향해 달려가는 것을 보게 됩니다.
◆ 김우성 : 불안합니다. 하얀 두건, 고깔 거꾸로 쓴 것 같은 미국 시골 캔자스... 이거 완전 불안한 요소인데요.
◇ 최민석 : 그렇습니다. 이들은 바로 쿠 클럭스 클랜(Ku Klux Klan) KKK라고 하죠. 바로 극단적인 백인 우월주의자들이었습니다.
◆ 김우성 : 살인을 일삼는 자들이잖아요.
◇ 최민석 : 네, 감이 오시죠. KKK가 흑인인 이솝과 인디언인 수 아주머니를 살해해 버렸습니다.
◆ 김우성 : 예일대에 붙었는데 이솝은...
◇ 최민석 : 예후디 사부와 월터는 눈물을 삼키면서 이 과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후디 사부와 월터는 상흔이 남은 이 캔자스에서 더 이상 살 수 없다고 여깁니다. 그리고 이곳을 떠나죠.
◆ 김우성 : 떠납니다. 사부 예후디와 월터는 떠나는데 어디로 가야하고 마음의 상처도 깊을 텐데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요.
◇ 최민석 : 그래서 월터는 세상을 떠난 이 둘의 몫까지 더 열심히 살아내기로 결심을 합니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훈련에 임하죠. 그 덕에 사람들 앞에 나서서 공중부양술을 보여줄 실력에 다다랐습니다. 그래서 마침내 열게 된 첫 공연 날입니다. 그런데 첫 공연에는 술주정뱅이들이 던진 맥주병에 맞아서 그만 허공에 떠오르기도 전에 정신을 잃어버렸습니다.
◆ 김우성 : 독자의 관점에서는 아, 제대로 세상에 보여줘야 하는데 맥주병에 맞아서 실패했네요.
◇ 최민석 : 폴 오스터가 밀당을 하는 거죠. 아무튼 뭐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잖아요. 되는 사람들은 실패까지도 성공의 걸음으로 삼죠. 그래서 월터와 사부는 실패 요소를 모두 점검해서 꼼꼼하게 준비한 끝에 둘째 공연에서 대성공을 거둡니다. 둘은 전국을 유랑하면서 공연을 하죠. 그리고 어느 날 월터는 예상치 못한 사람들을 만납니다.
◆ 김우성 : 폴 오스터 작가님 뭐 될 만하면 자꾸 떨어뜨리고 이렇게 밀당하니까 정말 지쳐요. 뭡니까?
◇ 최민석 : 바로 과거에 자신을 그토록 학대했던 슬림 삼촌...
◆ 김우성 : 아, 잊고 있던 빌런.
◇ 최민석 : 네, 이 슬림 삼촌이 나타나서 예후디 사부한테 조카의 몸값을 요구한 겁니다. 성공하니까 "키워낸 내 몫이다."
◆ 김우성 : 돌보지도 않고 입 덜었다고 좋아하더니...
◇ 최민석 : 이렇게 돈 달라는 거죠.
◆ 김우성 : 사부는요?
◇ 최민석 : 사부는 일언지하에 거절해 버립니다.
◆ 김우성 : 당연한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불안불안합니다.
◇ 최민석 : 그렇습니다. 삼촌은 쉽게 물러나지 않았습니다. 불안하긴 했지만 몇 달 동안은 시간이 잠잠하게 흘러갔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렇게 사부가 거절을 한 몇 달 후에 삼촌 일당은 기어이 월터를 납치하고야 맙니다.
◆ 김우성 : 아이, 못된 사람들... 납치된 월터 안부가 궁금합니다. 어떻게 됐습니까?
◇ 최민석 : 월터가 보통 소년이 아니잖아요. 월터의 납치 소식이 일간지 1면을 연일 장식합니다. '하늘을 나는 소년 납치당하다' 이렇게요. 이 소식 덕분에... 뭐, 덕분이라고 해야 되나요, 탓이라고 해야 되나요? 월터는 전국적인 인사가 되고, 우여곡절 끝에 월터는 가까스로 혼자서 탈출을 해냅니다.
◆ 김우성 : 역경을 이겨낸 주인공 이야기입니다. 다행이네요.
◇ 최민석 : 네, 그리고 결국 이 납치 사건은 월터를 원래 유명했지만 더 유명하게 만들었어요.
◆ 김우성 : 맞아요. 이 노이즈 마케팅인데 저희 용어로. 잘됐네요.
◇ 최민석 : 이 둘은 미국의 유명 도시들을 다니면서 공연을 하는데 또 새로운 위기를 맞이합니다.
◆ 김우성 : 폴 오스터님, 그만 밀고 당기세요. 뭔가요, 새로운 위기?
◇ 최민석 : 이 위기는 묘기를 선보이면 월터가 끊임없는 두통과 복통에 시달리게 되는 겁니다.
◆ 김우성 : 이게 대가가 있네요. 왜 그래요?
◇ 최민석 : 사부는 이것이 사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역사상 이런 사례가 2건이 있었는데 프랑스 사람은 거세를 통해서 이 문제를 해결했고, 헝가리 사람은 거세를 했지만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 김우성 : 사춘기 아이한테 거세라니!
◇ 최민석 : 그렇죠. 그래서 이 둘은 결국 공연을 포기합니다. 대신 할리우드로 가서 연기자가 되기로 결심을 하죠.
◆ 김우성 : 알려졌잖아, 전국적이야. 뭐 하늘 못 뜨면 어때? 우리 연기하자!
◇ 최민석 : 그렇죠. 월터는 배우가 되기 위해서 할리우드가 있는 LA로 가는데, 이 LA로 갈 때 사막이 많잖아요. 이 사막 한가운데서 강도 일당을 만납니다. 이 일당이 누구냐? 바로 슬림 삼촌의 일당입니다.
◆ 김우성 : 할리우드 만화 같아요. 사라졌는데 다시 나타나서 쫓아오는, 끊임없이 쫓아오는 슬림 삼촌이네요. 어떻게 위기를 극복합니까?
◇ 최민석 : 그래서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이것은 여러분이 직접 읽어보시면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김우성 : 친절한 셰르파가 업어서 정상에 가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과정 여러분 재미있었죠.
◇ 최민석 : 세상에 발을 딛는 건 등반가여야 하죠. 셰르파는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거죠.
◆ 김우성 : 맞습니다. 결말을 그래도 어느 정도는 대충은 그려주셔야 될 것 같아요.
◇ 최민석 : 적당한 해피엔딩입니다.
◆ 김우성 : 적당한 해피엔딩이라는 말 참 신기하고 재밌어요.
◇ 최민석 : 그러니까 이게 뭐냐 하면 갑자기 너무 행복하게 살게 됐다 이렇게 끝나지도 않고, 그렇다고 막 비탄에 빠질 정도도 아니고, 적당한 고충과 적당한 기쁨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소년을 독자한테 보여주는 거죠.
◆ 김우성 : 야, 친구가 "너 요새 어떻게 지내? 행복하게 지내?" 하니까 "적당히 행복하게 지내" 이러면 이상할 수 있는데 그게 현실이잖아요. 뭔가 폴 오스터답다 이런 평가도 있나 봐요.
◇ 최민석 : 맞습니다. 폴 오스터는 황당한 이야기까지도 그럴싸하게 만드는 이야기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순문학 작가로서 현실성을 잃어버리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이 폴 오스터의 작품 결말은 꽤 현실적입니다. 아마 설정에 오늘 작품은 나는 요소가 있잖아요. 이런 환상적인 요소가 있기 때문에 결론을 더 현실적으로 내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 김우성 : 뭐 날아오르는 욕망은요, 슈퍼맨 때문에 팔 부러뜨린 친구도 참 많았고요. 정말 재미난 주제잖아요. 하늘을 난다니... 뭐 이라는 OTT 드라마도 생각나고 이 작품 그 자체로도 매력적인데 최민석 작가님이 뽑은 이 작품 매력, 뭔가요?
◇ 최민석 : 설정이 정말 대담해요. 그냥 날아간다고 하면 날아가는데 이게 설득력을 가지기 어렵잖아요. 그런데 이걸 폴 오스터는 문장을 매력적으로 쓰고 또 독자의 호기심을 적당히 자극했다가 또 이걸 적당히 충족시켜 주면서 결국은 독자로 하여금 납득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흔히 말하는 그 떡밥이 이 소설에는 굉장히 많이 나오는데 이걸 아주 잘 수습을 합니다. 그리고 책이 보면 꽤 두껍거든요. 그렇지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솜씨가 너무 좋아서 독자들이 술술 읽어낼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이 작품의 매력 요소죠.
◆ 김우성 : 33가지, 3년간 수련해야 할 200페이지 분량의 하늘을 나는 방법... 혹시 여러분들 배워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저는 갑자기 그게 너무 끌려요. 어떤 분들이 읽으면 좋을까요?
◇ 최민석 : 간만에 두꺼운 책을 완독한 보람을 느끼고 싶으신 분, 그리고 뻔한 이야기가 아닌 뭔가 독특한 이야기를 읽고 싶으신 분, 그리고 책의 줄거리가 지적인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그렇다고 또 자극적인 이야기로 점철된 거는 싫어하시는 분, 아니면 그냥 폴 오스터가 궁금하신 분 누구라도 읽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김우성 : 덧붙이면요, 앞서 야구장에서 연필 없어서 사인을 못 받아서 울던 아이가 그 계기로 작가가 됐다라고 했잖아요. 이 책 안에 들어 있는 문장 하나만 소개하겠습니다. "삼세번이라는 말은 잊어버리자. 3스트라이크면 아웃을 당하지만 포볼이면 걸어 나간다." 야구를 좋아해서 그럴까요? 여러분 힘든 일 3아웃으로 생각하지 마시고 포볼을 기다린다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최민석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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