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유산과 첨단기술, '이유 있는' 만남

2026.10.25 오전 04:41
[앵커]
오랜 세월의 흔적을 품은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보존하는 과정에 첨단기술이 속속 도입되고 있습니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분야의 만남이 역사의 숨결을 지키는 현장에 변화를 불러오고 있는데요.

강진원 기자가 그 모습들을 담아왔습니다.

[기자]
해시계와 이를 받친 석조물을 '3D 스캐너'로 꼼꼼히 훑자, 표면의 굴곡 하나하나까지 세밀하게 재현한 '3차원 모형'이 화면에 나타납니다.

인공지능을 접목한 소프트웨어로, 유물 조사 과정에서 꼭 필요한 '실측 도면'을 만든 겁니다.

사람이 그릴 때보다 소형 토기 기준 12배가량 작업 속도가 빠른데, 정부도 지난 2022년부터 4년 동안 25억 원을 지원하며, 기술 개발을 뒷받침했습니다.

[서 현 주 / 문화유산 IT 기업 이사 : (소형 토기 기준) 손으로 그렸을 때 4시간이 걸렸던 게 지금 디지털 기술을 활용했을 때는 20분 내외로 가능합니다.]

완성된 '디지털 도면'에서 손쉽게 추출한 글자나 문양은 연구와 교육 자료로 쓰입니다.

실측과 기록에 드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 개발 사업 도중에 문화재가 발견되더라도, 공사 지연에 따른 부담을 덜 수 있을 거로 기대됩니다.

'라이다(LiDAR)'와 '비전 AI' 등 최신 장비를 갖춘 자율주행 로봇은 '궁궐 지킴이'로 등장했습니다.

레이저를 이용한 '정밀 센서'로 장애물을 피해 다니며, 궁 내부의 이상 징후를 '인공지능 영상 분석' 시스템으로 실시간 감지합니다.

화재나 침입자, 환자 등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곧바로 관제실에 알립니다.

[덕수궁관리소 관제 상황실 관계자 : 지금 사람이 쓰러졌습니다. 가서 확인 부탁드립니다.]

24시간 운용하면서 야간과 새벽 등 취약 시간대의 '순찰 사각지대'를 메우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정 배 영 / 궁능유적본부 덕수궁관리소 주무관 : 순찰 보조 업무를 같이하면서 상황실과 현장 인력과의 대응 관계를 협력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문화유산을 수리하고 관리하는 현장에선 이렇게 작업자들의 체력 부담을 덜어주는 '착용 로봇'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팔을 들어 올릴 때 로봇 안에 탑재된 '근력 보상 모듈'이 힘을 보태주는 방식입니다.

어깨 관절 부하를 최대 60% 경감 할 수 있다는 게 제조사의 설명인데, 반복적으로 위를 바라보며 일해야 하는 일선의 반응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최 병 남 / 경기문화유산돌봄센터 경미수리반장 : 손을 들어 올려서 일을 계속 해야 되니까 또 이게 무겁기도 하고, 그런데 이게 받쳐줌으로 인해서 (가볍게 일할 수 있고)….]

첨단기술의 존재감은 훼손된 문화재를 되살리는 곳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최근 국내에 도입된 세계 최대 규모 원통형 CT는 유물 내부의 손상 상태를 정밀 조사해, 최적의 복원 방법을 찾는 역량을 한층 끌어 올렸습니다.

지름 1.1m, 길이 3m에 육박하는 대형 문화재도 '컴퓨터 단층 촬영'이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2차 손상' 없이 오염 물질만 제거하는 '비파괴 레이저 세척' 등 훼손 문화재 복원 기술도 날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 태 종 / 국립문화유산연구원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 학예연구사 : 오염 물질들이 레이저를 흡수해 스스로 타서 없어지는 원리를 이용하는 건데 (목조 유산과) 벽화 문화유산, 이런 부분에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발굴부터 복원까지, 문화유산을 지키는 최전선에 스며든 첨단기술.

과거의 발자취를 오늘과 내일로 이어주는 새로운 버팀목이 되고 있습니다.

YTN 강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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