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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허리 펴면 실격" 으름장...동계체전 때 무슨 일이?

2022.03.23 오전 05:08
스피드스케이팅이 순위싸움?…모레 스포츠공정위 개최
경기감독관, 출발 직전 선수 소집해 '구두 공지'
오픈 레이스로 진행돼…기록 대신 '순위 경쟁'
"허리 펴면 실격" 기습 공지…현장 지도자와 언쟁
국제경쟁력 저하…올림픽 5천m·만m 출전권 못 따
[앵커]
'허리를 펴고 달리면 실격이다', 지난달 동계체전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나온 구두 공지입니다.

다소 낯설고 황당한 으름장 때문에, 관계자들은 감정싸움 끝에 빙상연맹 조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무슨 일인지, 조은지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달 25일, 동계체전 스피드스케이팅 종목 남자 만m 일반부 경기 때입니다.

"출발선으로 모두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레이스 직전, 겉옷까지 벗은 선수들이 3분 정도 경기감독관의 공지를 듣습니다.

이후 시작된 경기, 올림픽 같은 국제대회에서는 두 명씩 정해진 자기 레인을 달리지만,

동계체전은 시간관계상 무더기로 함께 출발해 때론 팀 추월처럼 뭉쳐서, 때론 매스 스타트처럼 순위 경쟁을 하면서 레이스를 치렀습니다.

베이징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정재원이 우승하며, 4관왕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출발 총성 직전, 어떤 얘기를 한 걸까, 선수들을 불러 모은 심 모 경기이사는 '허리를 펴고 반 바퀴 이상 돌면 실격'이고, '다들 허리를 펴고 달린다면 재경기한다'고 전달했다고 합니다.

'오픈 레이스'로 열리다 보니 자칫 순위 싸움이나 눈치 게임 양상으로 흐를까 봐 기록에 최선을 다하라고 미리 경고한 겁니다.

무더기 출발까지는 전날 감독자 회의 때 합의된 사항이지만, '허리 펴면 실격'이라는 '기습 공지'에 현장 지도자가 항의하면서 반말과 고성까지 오갔습니다.

빙상연맹은 오는 25일 오후 양측을 스포츠 공정위원회에 불러 진술을 듣고 징계 회부를 결정할 계획입니다.

이와 별개로, 국제 경쟁력을 강화할 경기 방식 도입이 급선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우리나라에서 만m를 올림픽 방식으로 탈 기회는 일 년에 고작 한두 차례뿐, 실제 베이징올림픽 때 5천m, 만m는 남녀 모두 출전권 한 장 따지 못했습니다.

[김민석 /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유튜브 '꽉 잡아 윤기') : 하루에 40분밖에 안 태워주고 주말에도 안 된다고 하고 공휴일이면 문 닫고 그러니까…. 심하면 하루에 40분씩 4일밖에 못 타는 거예요, 일주일에.]

[정재원 /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유튜브 '꽉 잡아 윤기') : 방에다 공부를 못 하게 가둬두고, 갑자기 어느 순간부터, 책을 못보게 하다가, 이제 (수능) 다가오니까 이제 책 봐!]

우리나라는 밴쿠버올림픽 '빙속 3총사'를 시작으로 매 대회 시상대에 오른 스피드 강국이지만, 아마추어 행정 속에 영광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YTN 조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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