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때 늦은 '북극 한기'가 한반도를 덮치면서 전국 곳곳에 강풍을 동반한 폭설과 우박이 쏟아졌습니다.
지금은 대부분 지역에서 소강상태를 보였지만, 영동 지역의 눈은 밤까지 이어질 전망입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3월 중순에 내린 눈의 원인을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김민경 YTN 기상·재난 전문기자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지금은 대부분 지역에서 눈이 그친 것 같은데, 먼저 현재 기상 상황부터 살펴볼까요?
[기자]
네, 오전에 수도권부터 눈이 잦아들더니 지금은 눈구름이 산발적으로 분포해있습니다.
눈구름의 이동을 볼 수 있는 레이더 영상 보실까요?
지금은 강원, 호남 지역에 다소 강한 구름대가 위치해 있고요,
곳곳에는 이렇게 구름이 빠지면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2∼3시간쯤 뒤에는 대부분 지역에서는 눈이 그칠 것으로 보이는데요.
구름대가 동해안으로 빠져나가도 저기압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면서 동풍을 유입시키기 때문에 영동 지역은 밤까지 눈이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앵커]
밤사이에 눈이 제법 많이 내렸습니다.
얼마나 온 건가요?
[기자]
네, 우선 서울에서 가장 많은 눈이 내린 곳은 강북구로, 11.9cm가 쌓였습니다.
수도권에서는 이천, 의정부, 남양주 등에서 10cm가 넘는 눈이 내렸고요.
충청과 호남, 영남 내륙에도 많게는 10cm 안팎의 눈이 쏟아졌습니다.
특히 산간 지역은 적설량이 더 많았는데요, 강원 고성 향로봉이 30cm 이상, 무주 설천봉은 17.3cm를 기록했습니다.
[앵커]
많은 눈이 내리면서 전국 대부분 지역에 대설특보가 내려졌었는데, 2018년 이후 7년 만이라면서요?
[기자]
맞습니다.
3월 중순에 대설특보가 전국적으로 발령된 건 지난 2018년 3월 21일 이후, 7년 만입니다.
기상청에서 기상특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시작한 게 1999년부터인데요.
서울은 어제 내려진 대설주의보가 역대 가장 늦은 기록입니다.
3월 중순에 서울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게 관측 사상 처음이라는 겁니다.
서울에서는 이번 눈이 이례적인 기록이지만, 경기도에서는 이미 3월 24일, 강원 산간은 무려 5월 15일에도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적이 있습니다.
[앵커]
3월 중순인데 전국적으로 눈이 내린 이유, 무엇인가요?
[기자]
북극에서 '찬 소용돌이'가 내려왔기 때문입니다.
일기도 화면 보실까요?
상공 5km 부근 일기도입니다.
우리나라로 내려오는 빨간색 덩어리 보이시나요?
한반도를 기준으로 북쪽으로 3,000km 떨어진 북극에서부터 내려오는 강한 소용돌이입니다.
이 소용돌이는 상층 기온이 무려 영하 40도에 달하는 찬 공기를 동반하고 있는데요.
소용돌이의 중심이 이렇게 어제부터 오늘 사이 우리나라를 통과한 겁니다.
[앵커]
그런데 눈이 계속 내린 게 아니라 잠시 멈췄다가 다시 강해지기를 반복했는데, 그 이유는 뭔가요?
[기자]
북극에서 내려오는 소용돌이는 대기 상층에서 팽이처럼 돌면서 이동하는데요.
제가 준비한 영상이 있는데요, 보실까요?
종이컵에 커피를 타서 휘저으면 위쪽뿐만 아니라 아래까지 회오리가 퍼지잖아요?
이것처럼 상층에서 공기가 소용돌이치니까 지상에도 회오리, 즉 저기압이 생기는 건데요.
어젯밤부터 오늘 아침까지의 구름 이동 모습도 함께 준비했습니다.
구름이 태풍 모양처럼 회오리치는 것 보이시죠?
저기압 소용돌이는 시계 반대방향으로 회전하면서 움직이기 때문에
강한 구름이 지나가는 곳에서는 눈이 강해지고, 반대로 구름이 없는 부분에서는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는 겁니다.
[앵커]
이번에는 눈도 눈이지만, 바람도 무척 강하더라고요?
[기자]
네, 북극의 찬 공기가 다른 지역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한반도로 내려오기 때문입니다.
쉽게 생각하면 워터파크의 수직 슬라이드를 떠올리시면 되는데요.
수직 슬라이드를 타고 내려가다 보면 처음보다 속도가 점점 붙으면서 짜릿함을 느껴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찬 공기의 이동 속도가 원래도 빠른데, 수직으로 곧장 떨어지니까 속도가 붙어 지상에서는 더욱 바람이 강해지는 겁니다.
[앵커]
그런데 겨울이 지나갔는데도 따뜻해질 시기에 북극 한기가 내려온 이유가 궁금합니다.
[기자]
지금은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기로, 태양의 각도가 높아져서 온도 변화가 커지는 시점인데요.
내몽골 고원 같은 내륙 지역은 열이 쌓이면서 공기가 위로 올라갑니다.
풍선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듯이 대기 흐름도 공기가 한쪽에서 올라가면 다른 쪽은 내려가게 되는데요.
이렇게 내려오는 공기의 도착점이 우리나라이고, 출발지가 북극인 겁니다.
[앵커]
성층권 온도가 갑자기 급격히 오른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면서요?
[기자]
네, 보통 이 시기에 성층권 온도는 영하 50도 수준인데요.
하루 이틀 만에 0도 안팎까지 50도나 급상승했습니다.
성층권에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매우 강한 바람이 있는데, 온도가 높아지면 이 바람이 약해집니다.
이렇게 되면 지상에서도 북극 주변을 빠르게 돌면서 한기를 가두는 바람도 힘이 약해지게 됩니다.
고무줄을 팽팽히 잡았다가 힘을 빼면 축 처지는 것처럼 북극에 가둬진 아주 강한 한기가 한반도 부근으로 내려오게 되는 겁니다.
[앵커]
그렇다면 가장 궁금한 게, 이제 봄인데 북극 한기가 또 내려올 수도 있나요?
[기자]
장담할 순 없지만, 가능성은 적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성층권이나 지상의 북극 주변 바람은 겨울에 강하지만, 봄이 되면 아예 사라지기 때문인데요.
한두 번씩 꽃샘추위는 있을 수 있지만, 이번처럼 강한 북극 한기가 내려오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기온도 알아보죠, 꽃샘추위의 기세가 매서운데, 내일까지는 춥다고요?
[기자]
네, 오늘 아침에도 전국 대부분 지역의 기온이 영하권을 기록했습니다.
바람이 강해서 체감온도는 기온보다 더 낮았는데요.
내일까지는 대부분 지역에서 아침 기온이 영하권에 머물 것으로 보입니다.
낮부터는 바람 방향이 북서풍에서 따뜻한 남서풍으로 바뀌면서 기온이 점차 오르겠는데요.
목요일에는 서울 낮 기온이 14도까지 오르는 등 다시 계절이 제자리를 되찾을 전망입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앞으로 봄철 전반적인 날씨 전망도 짚어주시죠.
[기자]
네, 우선 기상청은 이번 봄이 전반적으로 평년보다 따뜻한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큰 추위는 아니더라도 한 차례씩 일시적으로 기온이 낮아지는 꽃샘추위는 있겠고요.
강수량은 3월에는 평년보다 많고, 4월과 5월은 평년 수준일 것으로 기상청이 내다봤습니다.
지난해 봄에는 주 후반마다 초여름 날씨를 보이다가 주말에는 비가 오면서 기온이 떨어졌었는데요.
겨울철 '삼한사온'처럼 고기압과 저기압이 7일에서 10일 주기로 번갈아 지나갔기 때문인데, 올해도 이 같은 패턴이 반복될 가능성, 충분히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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