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요즘은 부모를 꼭 부양해야겠다는 인식이 예전보다는 많이 약해졌죠.
가족에게는 물론 빈틈이 많은 복지제도 때문에 국가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노인들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힘들더라도 아직은 내 손으로 부모를 모시겠다는 가족들을 만나봤습니다.
김평정 기자입니다.
[리포트]
잘게 찢어놓은 김치와 살이 말랑말랑한 조기가 상에 올랐습니다.
올해로 꼭 백 살, 이가 약해 잘 씹지 못하는 할아버지를 위해 정성스럽게 차린 밥상입니다.
옆에 앉은 사람은 며느리 강영주 씨.
벌써 20년 넘게 시아버지를 모셔 왔습니다.
힘들지 않느냐는 주변 반응에 오히려 이런 일상이 조금 더 지속되는 게 소원이라 말합니다.
[인터뷰:강영주, 서울 녹번동]
"하다못해 시장에 가면 순대 같은 거 무르니까 잘 드시니까 (생각나서) 사오게 되고... 조금 더 사셨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요. 남들이 가실 때 됐다고 해도 나는 그런 생각 안 들어요."
살아생전 못한 효를 나눔으로 실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40년을 시어머니에 아픈 남편, 자식 3명까지 도맡아 가정을 이끌어온 서정자 할머니.
치매를 앓던 시어머니를 하늘로 보낸 뒤 이제 지역 노인들을 직접 돌보며 삶의 의미를 찾고 있습니다.
[인터뷰:서정자, 서울 남현동]
"돌아가실 때는 나도 얼마 안 돼서 저렇게 되는가 싶어서 불쌍하기도 하고 잘못 한 것은 다 잊어버리고 혼자 측은하게 누워서 눈물 흘릴 때 나도 보기가 그렇더라고요."
긴 세월 전통의 미덕을 계승하며 살아온 39명에게 어버이날을 맞아 효행상과 장한 어버이상이 돌아갔습니다.
갈수록 주변에서 희미해지는 효의 개념.
이들이 지켜온 가치를 어떻게 계승할 것인가는 뒤 세대의 몫으로 남았습니다.
YTN 김평정[pyung@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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