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구의원이 집에서 흉기를 가져가 시민들이 오가는 공공청사 안에서 휘둘렀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지난달 광주광역시에 있는 한 구청에서 실제 벌어진 일입니다.
모든 장면이 CCTV에 고스란히 찍혔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한 달이 넘도록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승배 기자입니다.
[기자]
광주광역시 남구청입니다.
공무원들이 점심시간을 반납하고 청사 밖으로 몰려나왔습니다.
흉기를 들고 와 청사 안에서 난동을 부린 현역 의원 때문입니다.
[안영석 / 전국공무원노조 광주 남구지부장 : 대낮에 민원인과 직원들이 다니는 공공청사에서 회칼을 들고 와서 흉기 난동을 부렸다는 것은 이건 의원으로서 할 행위가 아니다. 이건 진짜 반민주적인 행위고 반헌법적인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지난달 11일 오전 9시쯤, 누군가 품 안에서 흉기를 꺼내 구청 1층 승강기 앞에 설치된 팻말을 마구 훼손했습니다.
5선이나 지낸 중진의 구의원이었습니다.
흉기 난동은 비단 이곳 공공청사 1층 로비에서만 있었던 게 아니었습니다.
이어 엘리베이터에 타서도 품 안에서 흉기를 꺼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모든 장면은 CCTV에 고스란히 녹화됐습니다.
[서민지 / 전국공무원노조 광주 남구지부 사무국장 :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것도 사람이 타니까 그걸 보고 품에서 (흉기를 꺼내서) 다시 사람한테 내리찍듯이 하는(피켓을 찌르는) 그 모습을 보고 저희 한 서른 명이 같이 (CCTV를) 봤다고 말씀드렸잖아요. 다들 너무 놀라서….]
노조가 자신을 비판하는 시위를 계속하자 화가 났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이창호 / 광주광역시 남구의회 의원 : 3개월 동안 제가 사는 아파트 단지 입구 주변에 수십 개 플래카드를 걸어놓고 규탄, 사퇴 요구, 이런 식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건 의원 길들이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방자치제를 지키려는 의원의 몸부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흉기를 휘두른 것은 잘못했지만, 자신도 할 말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창호 / 광주광역시 남구의회 의원 :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흉기를 품 안에 갖고 있다가 꺼내서 피켓을 찔렀다, 이런 영상도 찍혀 있고 이런 행동을 했다는 증언이 있어요. 이건 왜 그러셨어요?) "피켓이 규격이 아주 컸습니다. 들고 갈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걸 잘게 썰어서 들고가기 좋게 하려고 그랬습니다.]
사건이 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가장 객관적인 증거인 CCTV는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경찰은 "수사 중인 사건이라 곤란하다", 그리고 해당 구청은 "개인 정보 보호가 우선"이라는 핑계만 대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서버에 저장된 동영상은 시간이 지나 자동으로 삭제됐습니다.
[김동헌 / 광주 경실련 사무처장 : 공공기관 안에서 그것도 지방 의원이 그런 폭력적인 행위를 했다는 것 자체는 사실 일벌백계 해야 할 문제이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공개를 신중하게 검토해서 시민들에게 알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남구의회는 윤리특위를 꾸려 해당 의원을 징계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공무원 노조는 해당 의원이 제명될 때까지 무기한 천막 농성을 벌이겠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YTN 이승배[sbi@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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