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생태통로 조성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동물이 없는 곳에 통로를 만들거나 정작 필요한 곳에는 설치되지 않는 식입니다.
심지어 생태통로 바로 옆에 발전소 건설을 허가하는 바람에 야생동물 서식지가 아예 사라진 곳도 있습니다.
송세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강원도 삼척 7번 국도.
비탈면을 깎는 공사가 한창입니다.
지난 7월부터 야생동물 이동을 돕는 육교 형 생태통로를 짓는 겁니다.
세금 30억 원이 투입됩니다.
환경부의 백두대간 생태통로 복원 사업계획에 따른 것입니다.
그런데 불과 몇백 미터 떨어진 임야는 황량한 벌판으로 변했습니다.
2만 제곱미터가 넘습니다.
태양광발전소를 짓고 있는 겁니다.
환경영향평가를 내준 곳은 생태통로 복원 사업계획을 만든 환경부입니다.
[원주지방환경청 관계자 : (환경영향평가 협의서에) 생태통로에 대한 내용이 없었잖아요. 저희는 그쪽에 대해 검토하지 않은 상황이죠.]
발전소 공사가 시작된 뒤 주변 야생동물 서식지는 거의 사라졌습니다.
생태통로를 만들어봤자 움직일 동물이 없는 셈입니다.
게다가 이 일대는 생태통로를 대신할 시설도 이미 많습니다.
생태통로 설치 장소 바로 옆에는 야생동물들이 도로 아래로 충분히 다닐 수 있는 이런 터널형 박스가 이미 2개나 있습니다.
동해 백봉령 정상 부근 42번 국도.
이곳은 상황이 정반대입니다.
국토부가 야생동물이 차에 치여 죽는, 이른바 로드킬 방지 울타리를 설치했습니다.
길이만 1km에 이릅니다.
하지만 도로 사이를 잇는 생태통로가 없는 상태에서 울타리만 설치하다 보니 오히려 동물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이런 엇박자 행정은 구조적인 문제 탓입니다.
국토부와 환경부, 지자체 사이에 야생동물 보호시설 사전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겁니다.
[조범준 / 야생동물연합 사무국장 : 진짜 야생동물을 위한 위치에 설치했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생태통로를 이용도 안 하고 펜스 때문에 생태단절이 된다는 것은 야생동물을 죽이는 일이기 때문에….]
예산 수십억 원이 들어가는 생태통로.
하지만 주먹구구식으로 설치하면서 동물을 위한 통로가 아닌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구조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YTN 송세혁[shsong@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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