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전학 조치' 가해자가 학교에 다니고, 피해자는 못 가는 기막힌 현실

2021.07.09 오후 08:57
[앵커]
학교 폭력으로 전학조치가 내려진 가해자는 계속 학교를 다니고, 피해자는 두려워서 3개월째 학교에 못 나가고 있습니다.

강제 전학 조치에 대해 교육청이 집행정지 결정을 내리면서 벌어진 일인데요.

피해자가 숨어야 하는 기막힌 현실에, 폭력을 당한 학생은 수차례 자해 행동을 보이며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양동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무릎에 멍이 들고, 입술은 찢어졌습니다.

머리가 한 움큼 뽑혀 두피가 보일 정도입니다.

지난 4월, 충남 예산에 있는 고등학교 학생 A 양은 학교 복도에서 동급생 B 양에게 폭행을 당했습니다.

[A 양 어머니 : 복도에서 발로 차고, 아무 데나 닥치는 대로 얼굴이고 뺨이고 이마고 머리고 그렇게 때렸대요. 하여튼 애가 넘어져서 질질 끌려다녔대요.]

A 양 어머니는 학교 복도를 찍은 CCTV가 있다는 말에 얼른 문제가 마무리되기를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폭행이 벌어진 후 석 달이 지났지만, A 양은 아직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서 B 양에 대한 전학 조치를 결정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 학교에 다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B 양 측은 학폭위 결정에 불복해 교육청에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전학 조치 집행 정지를 받아냈습니다.

또, 일방적으로 때린 게 아니라 쌍방 폭행에 해당한다며, A 양을 상해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A 양은 고소 소식을 들은 뒤 여러 차례 자해 행동을 보여, 12주 이상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내려진 상태입니다.

[A 양 어머니 : 제일 두려운 건 그거에요. 아이가 자꾸 잘못된 선택을 하려고 하는 게 제일 무섭죠.]

학폭위·행정심판·전학 조치의 경우 모두 일정 기간 이내에 마치라는 지침이 있지만, 지침을 모두 지키더라도 넉 달이 넘는 시간이 걸립니다.

이런 이유로 지난 3월 국회입법조사처도, '강제전학 처분에 맞서 버티는 가해 학생'에 대한 보도자료를 내고 행정심판 등을 통해 전학을 거부할 수 있는 현실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대전해맑음센터 관계자 : (행정심판이) 몇 개월이 소요될 수도 있는데 그 기간 동안 피해는 고스란히 피해 학생들이나 학부모가 짊어지게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조사해 지난달 말 B 양을 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넘겼습니다.

상해, 재물손괴, 모욕 등의 혐의를 검찰에 넘길 수 있을 만큼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학폭위를 열었던 교육지원청에서도, 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쌍방 폭행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 양 어머니 : (아이가) 커져 버린 교복을 맨날 입고 거울을 보고 또 보고 입어보고 또 입어보고….]

A 양의 어머니는 얼른 딸이 학교로 돌아가, 친구들과 웃고 떠들 수 있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

YTN 양동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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