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강원도에서 외국산 돼지갈비를 국내산으로 속여 수년간 음식점에 납품한 40대 업자가 검거됐습니다.
음식점조차 외국산인지 몰랐다고 하는데요.
사실 양념이 돼 있는 돼지갈비의 경우 국내산 여부를 구별하기 쉽지 않죠.
하지만 이런 눈속임, 이젠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취재 기자 연결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지 환 기자!
수입산 돼지갈비를 국내산으로 속인 업자가 검거됐다고요. 현장 단속 영상이 있죠?
[기자]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제공한 영상입니다.
강원도 춘천에 있는 축산업체 창고인데요.
검은색 비닐을 붙여놔 밖에서 들여다볼 수 없게 위장했습니다.
업체 대표 40대 A 씨는 이 안에서 혼자 돼지갈비 포를 뜨고 가공했다고 합니다.
창고에는 돼지갈비 상자가 잔뜩 쌓여 있었는데요.
대부분 칠레산입니다.
그런데 포장을 마친 뒤에는 돼지갈비 원산지를 국내산으로 표시했습니다.
거래명세서에 적은 축산물 이력 번호도 가짜, 위조였습니다.
[단속 현장 화면 : (맞는 게 없어. 뭘 적어주신 거예요? 그냥 막 적어주신 거죠? 그냥 적어줘야 하니까. 이력 번호?) 네.]
[앵커]
돼지고기 원산지 위반 사건,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걸 어디에 납품한 건가요?
[기자]
국내산으로 둔갑한 돼지갈비는 강원지역 유명 음식점에 들어갔습니다.
확인된 곳만 4곳인데요.
2년간 납품된 양이 최소 26톤, 액수로는 3억 원어치입니다.
음식점도 이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실 당국이 이 사건을 처음 알고 단속한 게 고기 맛이 영 이상하다는 제보가 있었다는데요.
돼지고기 원산지는 눈으로 구분하기 어렵죠.
양념까지 된 갈비는 더 어렵습니다.
농산물품질관리원은 A 씨를 형사 입건했는데요.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은 경우는 1,000만 원 이하 과태료이지만, 이처럼 의도적인 거짓 표시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이 내려집니다.
[앵커]
그런데 이번 단속에 '돼지고기 원산지 판별 키트'라는 게 사용됐다고 하던데요. 이게 뭔가요?
[기자]
의심되는 돼지고기가 국내산인지, 수입산인지 알 수 있는 검정 키트입니다.
코로나 19 자가 진단 키트와 똑같이 생겼습니다.
2줄 뜨면 국내산이고, 1줄이면 수입산입니다.
작년에 개발했는데요.
고기를 조금 떼서 희석액에 넣고 딱 5분이면 결과가 나옵니다.
저희도 처음 볼 때 개발 배경이 궁금했는데요.
원리는 이렇습니다.
국내산 돼지의 경우 모두 '돼지 열병' 백신을 맞고 있습니다.
유일하게 제주 지역만 접종 희망농가에서 한해서 접종을 합니다.
그러다 보니 국내산 돼지의 경우 돼지 열병 항체 생성률이 97%입니다.
반면 외국산은 수입위생조건에 따라 백신을 맞지 않은 것만 수입됩니다.
따라서 외국산은 돼지 열병 항체가 없죠.
키트는 돼지 열병 백신 접종에 따른 항체 유무 차이가 있는 점에 착안해 만든 것으로,
국내산인지 수입산인지를 쉽게 판명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아무래도 앞으로 단속이 무척 편해질 것 같아요?
[기자]
맞습니다.
그동안 돼지고기 원산지를 판별하기 위해서는 시료를 실험실로 가져가야 했습니다.
이·화학분석 방법을 써서 건당 분석 기간이 평균 나흘, 시료만 2kg 이상이 필요했는데요.
분석 기간, 업체가 수입산 재고를 처분하거나 폐기해 증거를 없애는 경우도 왕왕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콩알만 한 고기 조각과 5분만 있으면 국내산인지, 수입산인지 현장에서 알 수 있습니다.
현장 단속이 편해졌고, 반발이나 이의 제기도 적을 수밖에 없는데요.
우리나라의 경우 연간 돼지소비량이 100만 톤이 넘는데 그 가운데 40%가 수입산입니다.
그래서 수입산 돼지고기를 국내산으로 속이는 사건이 그간 참 많았죠.
이제는 통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키트 개발로 비용 절감은 물론 축산물 유통 질서 확립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강원취재본부에서 YTN 지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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