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초대형 산불의 아픔이 가시지 않은 경북 울진에서 올해 또 산불을 낸 방화 용의자가 붙잡혔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 잡고 보니 한때 산불을 예방하고 감시했던 산불감시원이었습니다.
김근우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시뻘건 불길이 산등성이를 타고 활활 타오릅니다.
산불은 2시간 만에 꺼졌지만, 지난해 울진 산불의 기억이 생생한 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방화로 확인한 경찰이 유력한 용의자를 붙잡았는데, 알고 보니 전직 산불감시원 60대 A 씨였습니다.
A 씨는 올해 울진군 산불감시원 모집에 떨어지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준상 / 울진경찰서 형사과장 : 그날 사건 발생 당일 날 성냥을 구매한 사실도 확인되고, CCTV에도 영상도 확인됐고, 왔다 갔다 하면서 자기 나름대로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서…]
산불감시원은 도시에선 낯설지만, 일이 쉽고 급여가 괜찮은 데다 특별한 자격요건도 필요 없어 농촌에선 수십 대 일의 경쟁이 벌어질 정도로 인기가 좋습니다.
하지만 공개 모집에 정치적 입김이 작용하는 등 채용 구조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습니다.
지방선거나 총선에서 당선인을 도운 이들이 포상처럼 받아가는 자리가 됐다는 겁니다.
A 씨 역시 지난 지방선거 이후 진행된 공개 모집에서 탈락하자 군청에 수차례 항의전화를 하는 등 갈등을 빚다가 결국, 산에 불을 질렀습니다.
[울진군 주민 : 옛날에는 군수가 몇 명, 도의원, 군의원 (몇 명) 이런 식으로 배정하다시피…. '누구는 누구 줄로 들어갔구나' 이런 거지. '나는 누구 되면 그리 간다' 이런 식으로 공공연히 얘기들 해요.]
산불을 예방하기 위해 만든 일자리에 정치가 개입하면서 꼼꼼한 감시는커녕, 오히려 산불의 원인을 제공하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YTN 김근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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