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내 오빠부터"...보호자 난동에 마비된 응급실

2023.10.16 오전 03:13
[앵커]
위급 환자가 도착하는 곳, 병원 응급실입니다.

응급실은 중요한 원칙이 있는데, 위급한 순서에 따라 진료를 본다는 건데요.

하지만 현장에서 이런 원칙을 지키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지난 추석 연휴, 강원지역 응급실에서 발생한 사건을 시청자 제보에 따라 홍성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속옷 차림 남성이 병원 응급실에 실려 옵니다.

사우나에서 의식을 잃은 환자.

당직 의사는 상태를 확인하고 CT 촬영 등 지시를 내렸습니다.

그사이 심정지 환자가 응급실에 실려 오고, 의료진은 비상이 걸립니다.

멎은 심장을 다시 뛰게 응급조치를 한 시간은 십분.

하지만 먼저 도착한 사우나 환자 보호자가 자신의 가족을 방치했다며 항의하기 시작합니다.

다른 환자를 진료할 수 없을 정도로 고성이 오가고 경찰까지 출동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응급실 난동 A 씨 : 여보세요. 당신들 15분 동안 방치했지, 우리 오빠. 우리 오빠 방치했잖아, 뭘 했는데, 방치했지? 우리 오빠 정상적인 사람인데 갑자기 쓰러져서….]

한 시간 넘게 이어진 응급실 항의.

응급실은 도착 순서가 아닌, 환자 상태에 따라 우선 진료한다는 설명은 흥분한 보호자에게 들리지 않았습니다.

[응급의학과 의사 : 심정지 환자가 있었고 저희가 모든 힘을 거기에 쏟아부어도 이 사람을 살릴까 말까 한 지경이었는데, 물론 다른 경증 환자들도 있었지만 제일 심각한 문제는 다른 환자들한테 방해된다는 거죠.]

CT와 MRI 촬영 결과 이상 소견이 없고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보호자는 항의와 욕설을 멈추지 않았고, 한계에 이른 의사도 고소 의사를 밝힙니다.

[의사 : 욕한 거 다 신고할 거니까 진료 방해랑 다 접수할 거예요.]

[응급실 난동 A 씨 : 그래요. 당신들 업무 태만이야.]

[의사 : 진료 방해는 감옥 가요. 조심하세요.]

[응급실 난동 A 씨 : 야, 말조심해라, 너 의사면 진짜 환자 앞에다 놓고, 어?]

해마다 반복되는 응급실 난동.

지난해 부산에서는 60대 남성이 아내를 빨리 치료해 주지 않아 화가 난다며 응급실에 불을 지르기도 했습니다.

물리적 폭행 외에도 응급실 의료진에게 심리적 강박을 주는 것 역시 의료 방해 행위로 규정하는 법안이 발의된 상황.

하지만 의료진은 무엇보다 중요한 건 환자와 보호자의 의식개선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응급의학과 의사 : 내 가족이, 내 친척이, 아니면 내가 그렇게 심정지 상황이 오게 되었을 때 그러면 제가 다른 (먼저 온 경증) 환자 (진료를) 보고 있으면 그게 옳다고 생각하시지 않을 거잖아요. 그러니까 내 상황으로 역지사지의 개념으로 응급실의 현장을 좀 지켜봐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YTN 홍성욱입니다.


촬영기자 : 홍도영 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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