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현재 진행 중인 부산항 북항 재개발 사업에서 관광 명소로 자리 잡을 거라는 기대와 함께 추진됐던 움직이는 다리, 가동교 계획이 돌연 취소됐습니다.
계획 취소로 정부 예산 13억 원이 들어간 설계는 무용지물이 됐고, 협력업체는 막대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합니다.
제보는 Y, 김종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수출 대한민국을 이끌던 전초기지 부산항 북항.
부두가 있던 자리에 속속 건물과 도로, 공원이 생기는 등 재개발사업이 한창입니다.
1911년 완공한 1부두와 새로 조성한 마리나 사이는 부산항만공사가 바다를 걸어서 건널 수 있는 다리를 계획한 곳입니다.
안쪽 바다에 함상 공원을 조성하겠다는 내용 등이 담긴 해양수산부 '부산항 북항 1단계 재개발사업 사업계획 9차 변경안'이 지난 2020년 12월에 발표된 뒤에 나온 구상입니다.
움직이는 다리, 가동교로 평소에는 관광객이 지날 수 있게 하고 배가 오갈 때는 한쪽으로 접히게 해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던 관광 명소를 만들겠다는 겁니다.
지난 2021년 2월 부산항만공사는 계약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설계에 들어갑니다.
애초 8개월이었던 설계 기간은 경관심의 등 여러 과정이 추가되고 부산항만공사 내부 사정까지 겹쳐 2년 가까이 지나서야 마무리됐습니다.
국내에 처음 도입하는 교량 방식이라 국내에는 없는 기술을 외국에서 찾거나 개발해야 해서 이 길었던 설계 과정에는 시공사 3곳도 참여했습니다.
기술 개발에 대한 직접적인 보상은 약속한 게 없었지만, 항만공사와 특정공법에 대한 기술협약을 맺었고 설계가 끝나면 실제 시공에 참여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어 오랜 시간과 노력, 비용을 투자한 겁니다.
[특정공법 시공사 사장 : 정말 전 세계를 다 뒤져서 기술적인 측면, 예산 측면, 모든 걸 다 고려해서 우리 회사의 모든 역량을 다해서….]
그런데 설계가 끝났는데도 공사 소식은 들리지 않았고 기다리다 못해 알아보니 부산항만공사가 가동교 계획을 철회한 뒤였습니다.
지난해 2월 해수부가 발표한 재개발사업 10차 변경안에서 함상 공원이 빠졌다는 게 이유입니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 : 저희 입장에서는 일단 함상 공원이 없어졌는데 또 돈을 들여서 (가동교를 추진)하면 오히려 그게 저희한테는 불편함이 되더라고요.]
정부 예산 13억 원을 들여 완성한 설계를 써보지도 못한 자리.
대신에 5억9천만 원짜리 다른 설계가 준비 중입니다.
부산항만공사는 이 자리에 움직이지 않는 보행교를 만들겠다며 설계 용역 입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이라 큰 기대와 믿음을 가지고 참여했던 시공사는 분통을 터트립니다.
[특정공법 시공사 사장 : 직원들도 어마어마하게 고생했지만 제가 그래도 '국내에 최초로 하는 교량이다. 자부심을 품고 하자'라고 해서 끝까지 밀어붙였는데 결국 이렇게 좌초돼 버리니까….]
해수부와 부산항만공사는 움직이지 않는 다리로 추진하게 되면 공사비가 100억 원 이상 줄게 돼 예산 절감 효과가 크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다리 완공 후에 책임을 지게 될 지자체가 관리에 어려움이 따를 거로 판단해 가동교 계획에 부정적인 의견을 전해왔다고 밝혔습니다.
YTN 김종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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