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계에 '노동' 바람이 분다.
최근 웹과 방송을 막론하고 노동을 품은 예능이 주목받고 있다.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일상적인 소재임에도 이를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이 높은 화제성을 자랑하며 온·오프라인에서 두고두고 회자되는 상황. 스튜디오룰루랄라의 '워크맨'과 tvN '일로 만난 사이'가 그 대표적 사례다.
웹 예능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워크맨'은 프리랜서를 선언한 아나운서 장성규가 다양한 직종의 아르바이트나 직업 체험을 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는다.
포인트는 장성규의 원맨쇼. 남녀노소, 직책을 막론하고 선을 넘을 듯 넘지 않는 깐족거림이 첫째요, 속으로만 할 수 있었던 말을 대놓고 내뱉는 거침없는 입담이 둘째다. 돌직구 멘트에서 오는 권력 관계의 역전은 가장 높은 웃음 타율을 자랑한다.
"키즈 카페라 그런지 시급도 아기만큼 주네?" "대표님 출근해서 하는 일이 뭐예요?" 장성규의 발언은 현실을 결코 포장하지 않고, '워크맨'을 그저 재밌기만 한 콘텐츠에 머물지 않게 한다. 그날의 흘린 땀과 비례하지 않는 시급과 당연하지 않은 부조리를 웃음과 함께 꼬집었고, 그렇게 청춘의 공감을 샀다.
그래서일까. 유튜브 채널 중 단연 뚜렷한 성장세를 보인다. 지난 7월 단독 채널을 개설 후 35일 만에 100만 구독자를 돌파했고 두 달 만에 200만 명을 넘었다. 특히 100만 구독자 기념으로 내놓은 '에버랜드' 영상은 공개 10일 만에 웹 예능 콘텐츠로는 이례적으로 조회 수 600만 회를 기록했다.
유튜브에 '워크맨'이 있다면 방송계엔 노동힐링을 표방한 '일로 만난 사이'가 있다. '워크맨'이 일반인 출연자와 호흡을 맞춘다면 '일로 만난 사이'는 매주 유재석과 연예인 게스트가 일손이 부족한 곳을 찾아가 땀 흘려 일한다. 이효리, 이상순 부부와 제주 녹차밭에서 일한 첫 방송은 평균 4.9%, 최고 5.9%를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따가운 햇볕에 쓰고 있는 모자까지 젖는 땀방울의 현장. 이곳에서 나오는 오는 '토크'는 진솔하다. 꾸밈이 없다는 의미기도 하다. 어디서 본 조합인데, 오가는 이야기는 달라 신선하다.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자신을 내려놓고 최선을 다하는 이들의 모습도 유쾌하다. 자극적 설정, 화려한 로케이션 없이도 집중하게 되는 이유다.
여기에는 노동 현장이 주는 특수성 외에 유재석의 역할도 크다. 국내 일반인과 연예인을 대상으로 이토록 자연스럽게 '토크'를 이어갈 수 있는 진행자가 몇이나 될까. 단어나 에피소드 하나 허투루 듣지 않는 그의 관찰과 진행력이 인간적인 의외의 면모를 끌어내고 노동이 지닌 가치를 설득력있게 전달한다.
전문가들은 두 프로그램이 노동을 소재로 함으로써 대중성은 물론 사회적 가치도 함께 잡았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연예인이 출연해 고생하는 예능은 기존에도 있었다. 다만 그것이 소모적이고 휘발성의 성격이었다면 두 프로그램은 의미있게 고행을 하기에 대중의 호응을 얻는 것 같다"며 "3포, 5포 세대로 표현될 만큼 각박한 현실의 청년과 노동자를 대변할 노동 예능의 활성화는 바람직한 변화"라고 짚었다.
방송가에도 이는 새로운 변화로 읽힌다. 김 평론가는 "두 프로그램이 세부적인 포맷이나 방향성 측면에서 차이가 있지만 노동을 매개로 예능이 가능하다는 잠재성을 보여준 사례"라며 "교양과 예능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현상이자 예능 프로그램의 새로운 변화로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YTN Star 반서연 기자 (uiopkl22@ytnplus.co.kr)
[사진 제공 =tvN,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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