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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댓글에 숨진 김인혁·BJ잼미..'사이버 렉카' '사이버 불링' 끊어낼 방법은?

2022.02.14 오후 04:08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2년 2월 12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김언경 뭉클 미디어인권연구소 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혐오 댓글에 숨진 김인혁.BJ잼미..'사이버 렉카' '사이버 불링' 끊어낼 방법은?

- 유튜브.. 방송 아니라 방송법 규제 피하고, 언론 아니라 언론중재법 대상도 아냐
- 어뷰징 기사 쏟아내는 유사언론도 심각..故 BJ잼미 남성비하 주장 첫 보도는 위키트리
- '통합형 자율규제기구', 언론현업단체들 대안으로 제시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 연결 되어 있습니다. 소장님. 안녕하세요.

◆ 김언경 소장(이하 김언경)> 안녕하세요.

◇ 김양원> 지난 주말에 프로배구선수 김인혁 씨와 일인방송진행자인 조장미 씨.. 두분의 잇따른 사망소식이 전해지면서 듣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특히, 두 사람 모두 악성 댓글과 루머에 시달리며 고통을 호소해왔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이 두 젊은이의 죽음을 둘러싼 사회 현상을 짚어주신다고요?

◆ 김언경> 네, 먼저 이번 사안에서 등장하는 용어가 하나 있습니다. ‘사이버 불링’이라고 하는데요.

◇ 김양원> 사이버 불링? 정확히 어떤 의미인가요?

◆ 김언경> ‘사이버 불링’은 2000년 미국 뉴햄프셔대학교 아동 범죄 예방센터에서 처음으로 사용한 용어인데요. 인터넷, 스마트폰, e메일 등에서 특정인을 집요하게 괴롭히는 행위를 말합니다. 가상공간을 뜻하는 Cyber와 집단따돌림을 지칭하는 bullying의 합성어입니다. 오프라인에서 벌어지던 왕따 등 집단따돌림 현상이 미디어의 발달로 사이버 공간에서 집단적·지속적·반복적으로 모욕·따돌림·협박하는 행위로 확산된 것이라고 볼 수 있죠. 사이버 폭력이 뭐가 무서울까, 그냥 무시하고 안 보면 되는 거 아니냐는 분들도 있는데요. 사이버 불링의 피해자 입장에서는 24시간 폭력에 시달리게 되고요. 처음엔 가해자가 한 두명으로 특정되겠지만, 불특정 다수로 빠르게 확산되기 때문에 피해자의 고통은 엄청날 수밖에 없습니다.

◇ 김양원> 그런데 이 두분의 고인들, 사이버 불링의 피해자였다는 것이죠?

◆ 김언경> 그렇습니다. 두 분 모두 악성 댓글에 시달렸습니다. 배구선수 김 씨는 지난해 8월 인스타그램을 통해 “10년 넘게 들었던 오해들, 무시가 답이라 생각했는데 저도 지친다”며 “저를 옆에서 본 것도 아니고 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저를 괴롭혀온 악플은 이제 그만해달라. 버티기 힘들다”고 호소했다고 합니다. 경기 때마다 수많은 DM(다이렉트 메시지)과 악플에 정말 힘들다었다고도 했습니다.

유튜브와 트위치에서 BJ잼미라는 활동명으로 활동해온 조장미 씨도 비슷하게 악성 게시물과 댓글로 인한 피해를 호소해왔습니다. 게다가 BJ잼미는 2019년 자신의 어머니가 악성 댓글로 인한 우울증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밝힌 바 있어서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사이버 불링은 개인 SNS를 통해 일어나는 일종의 소수의 학생들끼리의 학교 폭력 정도로만 생각하기 쉬운데요. 이렇게 기사나 유튜브 영상, 커뮤니티 글에 댓글을 달면서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규모가 커지기도 합니다.

◇ 김양원> ‘사이버 불링’... 온라인에서 가해지는 무차별적인 왕따, 혐오 공격이라고 해석하면 될까요?

◆ 김언경> 네, 그러니까 누군가를 지적하는 기사나 영상, 커뮤니티 글이 생기면 그 안에 엄청난 댓글을 달면서 한 사람을 무자비하게 공격하는 혐오공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김양원> 특히, BJ잼미 조장미씨의 경우 ‘사이버 렉카’의 피해자였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렉카는 보통 교통사고가 나면 등장하는 견인차를 말하는데요, 사이버 렉카는 어떤 의미인가요?

◆ 김언경> 교통사고가 나면 견인차들이 굉장히 빠르게 우르르 달려오잖아요. 그것처럼 조회 수를 올릴만한 어떤 이슈가 생기면, 그 이슈를 빨리 다양하게 다뤄서 조회 수를 올리는 유튜버들을 ‘사이버 렉카’라고 합니다. 조회 수를 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짜깁기 영상 혹은 자극적인 루머를 담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죠. 그냥 그 이슈를 다루는 것만이 아니라, 그 내용이 매우 선정적, 공격적인 것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돌아가신 조장미 씨의 경우 사이버렉카의 피해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컨대 2019년에 뻑가라는 유튜버가 조장미 씨의 ‘남혐’ 의혹을 제기하는 영상을 여러 차례 올렸다고 합니다. 조장미 씨가 일부 여초 커뮤니티에서 사용하는 단어를 썼다거나, 남성 성기를 비하하는 의미라는 집게 모양 손가락 표시를 썼다면서, 조장미 남혐으로 몰아갔는데요. 뻑가는 조장미 씨 사망 이후 일종의 해명 방송에서 “조회수와 채널 성장에 눈이 멀어 인터넷을 며칠간 시끄럽게 했던 그 논란의 태풍 속에 휩쓸려서 저 또한 이슈 유튜버로서 영상을 만들게 됐고 잘못이 있다고 본다. 과도한 비꼬기와 억측으로 인해 피해받은 잼미님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습니다.

◇ 김양원> ‘사이버 렉카’ 유튜버가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하고 지속적으로 괴롭힌다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도 이렇게 거리낌이 없이 활동하는 데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 김언경> 일단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로 인한 명예훼손죄가 되면 최대로 받을 벌금형이 5천만 원입니다. 7년 이하 징역형도 받을 수 있지만, 선고 비율은 낮은 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조회 수가 높은 콘텐츠를 올렸을 때 얻을 수 있는 수익은 벌금보다 휠씬 높으니 일단 판을 벌려놓고 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유튜브가 이런 콘텐츠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응해 온라인 괴롭힘을 수익 창출 수단으로 활용토록 방조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까지 받고 있습니다.

◇ 김양원> 유명 연예인들이 악성 댓글에 시달리다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포털사이트에서 연예 뉴스 댓글 창을 폐쇄했었잖아요. 그것처럼 유튜브도 어떤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것 같은데요. 어떤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나요?

◆ 김언경>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1월 20일 구글코리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혐오·차별 유튜브 채널 방치하는 구글 각성하라”, “구글코리아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고 요구했더군요. 현행법상 유튜브는 방송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방송법에 따른 규제를 받지 않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하고 있으나 삭제·접속차단 시정요구만 가능하고, 언론이 아니기에 언론중재법 대상도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심의대상도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유튜브 스스로의 자율규정이 우선 촘촘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예컨대 작년 12월 30일 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에서는 가로세로연구소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과거 의혹을 주장하며 MBC기자의 실명을 언급하며 사진까지 공개한 것에 대해 비판하는 성명을 냈는데요. 여기에서 인상적인 주장이 “유튜브 코리아는 가세연과 같이 혐오와 비하로 수익을 창출하는 콘텐츠와 채널에 대한 자율규제의 강제력을 확보하고 사회적 동의를 얻기 위해 현재 언론노조 등 언론현업단체와 언론사업자들이 구성하고 있는 “통합형 자율규제기구” 설립에 동참하라”라는 것이었어요.

◇ 김양원> 과연 유튜버들이 자율규제만으로 ‘사이버 렉카’ 등의 행태를 줄여나갈 수 있을까요?

◆ 김언경> 저는 유튜브가 개인과 소수자에 대한 비하, 혐오, 차별로 돈을 버는 판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기본적인 인식을 구글코리아가 분명히 가지고 이 목적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계속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짜 고민만 하라는 것이 아니라요. 구체적으로 이 고민을 연구하고 해결하기 위해 돈을 쓰고 대책을 마련하고 계속 발전 시켜나가야 하는 것이죠. 현업언론인들이 만드는 어떤 형식을 유튜브가 취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할 수 없지만, 언론인들이 만드는 “통합형 자율규제기구” 설립에 동참을 하든,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인 KISO가 있어요. 여기에서 함께 국내 자율규제 시스템의 활성화 노력을 기울이든, 아무튼 유튜브는 허위조작정보, 사이버 렉카, 혐오 콘텐츠 등에 대한 대책을 매우 적극적으로 내놓아야만 하고, 다시 말해서 문제 콘텐츠의 판별을 어떤 주체가 어떤 기준으로 어느 기간에 할 것인지, 이들 콘텐츠의 광고 수익을 어떻게 차단할 것인지 등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고 그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이에 대한 연구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 보호처리가 된 데이터를 연구용으로 공개하거나, 백서를 정기적으로 발간해서 이용자와 유튜버들이 이런 진행상황을 알게 해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기초작업이 있어야 미디어 리터러시가 제대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생각합니다.

◇ 김양원> 한편, 사이버 렉카 같은 문제는 기성언론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이른바 어뷰징 기사를 쏟아내는 유사 언론도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건데요?

◆ 김언경> 제가 좋은 보도 하나씩 소개해드리는데, 오늘은 관련해서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의 기사가 나와서 소개해드리려고 하는데요. 작년에 '남성비하 제스처' 논란 당시 네이버 검색 기준 150여 개의 기사가 쏟아졌는데, 이때에도 고인이 된 BJ 잼미를 비판하는 기사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특히 위키트리와 인사이트의 경우에는 '남성 비하 제스처' 논란 초기에 조장미 씨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들을 빠르게 확산시켰고, 이후에도 꾸준히 조 씨에 대한 가십성 기사를 생산하면서 이목을 끌었다고 합니다. 조 씨가 남성 비하를 했다는 주장은 위키트리에 의해 최초로 기사화가 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사이트도 이를 다뤘고요. 이러한 '기사화'가 조 씨를 향한 사이버 불링에 힘을 실어준 셈이라는 지적을 한 것인데요. 읽어드리기 너무 죄송스러운 비아냥거리는 내용, 비판적 제목의 기사들이 쏟아졌었습니다. 조장미 씨의 사망과 이후 반응에 대해서도 이틀 사이 위키트리는 10개, 인사이트는 5개의 기사를 썼는데요. 이에 대해 일부 누리꾼들은 "양심이 없다" "너네가 죽였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 김양원> 유사 언론들이 이런 어뷰징 기사를 계속 쏟아내는 것 역시 광고 수익 때문에 조회 수를 높이려고 하는 것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피해자는 계속해서 발생하는 구조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 김언경> 맞습니다. 사실 모든 언론이 질 낮은 보도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좋은 보도들도 많이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시민이 가볍게 소비할 수 있는 이런 유사 언론의 보도를 더 쉽게 클릭하게 되는 것도 참 아쉬운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이런 기사들이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는 무기라는 점에서 분명 대안은 필요합니다. 저는 우선 언론7단체의 통합형 언론자율규제기구에 기대를 걸어보고 있습니다. 함께 참가한 한국인터넷신문협회에 위키트리나 인사이트도 모두 소속되어 있으니까요. 여기에서 자율규제를 통해서 반복되어온 기사의 문제점들이 개선되기를 기대해봅니다. 하지만 이와 별도로 플랫폼 역할을 하는 포털사이트도 ‘댓글 창 닫기’ 이외에도 적극적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 김양원> 언론에 대한 심의와 규제는 지금까지 기성언론에만 집중돼왔죠. 그런데, 인터넷과 유튜브 등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하면서 언론과 유사한 역할을 하는, 사실 구독자나 시민들이 보기엔 거의 구분이 안되는 매체들이 정말 많이 생겨났습니다. 더욱이 구독과 조회 수에 따라 이익을 가져가는 구조고요. 그렇다 보니, 사실이든 아니든 관심만 받고 소비되면 끝이라는 생각이 팽배한 것 같은데요.
이로 인해 안타깝게 목숨을 끊는 피해자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되겠죠. 어떤 대안이 있을지 살펴보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김언경> 감사합니다.

◇ 김양원>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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