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브라운관을 주름잡고 있는 여배우들을 살펴보면, 아역배우 출신으로 꾸준히 활동을 해오다가 포텐을 터트린 이들이 대거 눈에 띈다. 오랜 활동 경험을 통해 탄탄하게 다진 연기력과 보다 성숙해진 비주얼로 극을 이끌며 인기몰이 중인 것.
첫 번째 주인공은 신드롬급 인기몰이 중인 ENA채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타이틀롤 박은빈 씨다. 박은빈 씨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로 분해 캐릭터에 완벽하게 스며든 모습으로 극찬 받고 있다.
이 드라마는 방송 5회 만에 9.1%로 무려 10%대에 육박하는 시청률 기록을 내며 인기 고공행진 중이다. 드라마가 크게 흥행하는데는 간결한 스토리 구성과 산뜻한 연출도 한몫을 했지만, 누구보다 박은빈 씨의 완벽하고 사랑스러운 표현력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로써 박은빈 씨는 연기자로서 재발견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사실 이런 짜릿한 성공은 하루아침에 운 좋게 이뤄진 것이 아니다. 1996년 아동복 모델로 데뷔 이래 특별한 공백기 없이 꾸준히 다작했으며,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한 끝에 마침내 '우영우'를 만나 포텐을 터트린 것.
청순한 비주얼과 안정적인 연기력 뿐만 아니라 남다른 책임감과 자기관리 또한 현재의 박은빈 씨를 만들게 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연출을 맡은 유인식 감독이 제작발표회에서 "팬데믹 가운데 촬영을 했는데 자기가 아프면 안 된다고 집과 촬영장을 오가는 청교도적인 삶을 살더라"고 언급해 화제가 됐을 정도.
지난해 MBC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을 통해 MBC 연기대상 베스트 커플상과 미니시리즈 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한 이세영 씨 역시 아역 출신 연기자다. 1997년 SBS '형제의 강'으로 데뷔해 수많은 작품에서 아역으로 활약했으며, 올해 데뷔 25주년을 맞았다.
누구보다 부지런히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나갔고, 특히 2011년부터는 성인 연기자로서 본격적인 변화도 시도해나갔다. '뱀파이어 탐정'에서는 거친 성격의 한겨울을,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는 사랑스러운 민효원을, '메모리스트'에서는 천재적이고 냉철한 한선미 역을 맡아 활약했다.
이어 지난해 방송된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는 자신이 선택한 삶을 지키고자 한 궁녀 성덕임 역을 맡았다. 이세영 씨가 연기한 덕임의 눈빛과 감정들은 시청자들에게 온전히 전달됐고, 이는 기록으로도 증명됐다. 5.7%도 시작했던 이 작품은 최종회 17.4%를 찍으며 역대급 기록을 세워냈다.
현재 방영 중인 tvN '링크'에 출연 중인 문가영 씨도 아역 출신 연기자다. 2006년부터 연기를 시작했으며, 삼촌들이 광고모델을 모집한다는 회사에 자신의 사진을 접수했는데 광고모델로 발탁되면서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됐다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데뷔 이후 역시 쉬는 기간 없이 드라마 '마녀보감', '으라차차 와이키키2', '그 남자의 기억법', '여신강림' 등 많은 작품에서 존재감을 드러냈고, 아역출신 답게 섬세한 감정 표현과 정확한 발음으로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줬다.
특히 '링크'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여진구 씨와는 '자명고', '명가'를 함께 촬영했으며 13년 만에 재회한 것. 드라마는 저조한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해 아쉽지만 아역 출신 연기자들의 깊이 있는 연기와 로맨스 케미만큼은 100점이란 평가다.
아역 출신이라는 점은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 어릴 때부터 현장에서 선배들의 연기를 보고 배울 시간을 많이 갖게 되지만, 성인배우로서 이미지 변신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박은빈 씨, 이세영 씨, 문가영 씨의 경우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고 꾸준한 노력으로 인생작을 경신해온 '정변의 예'들이다. 앞으로 이들이 계속해서 보여줄 활약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출처 = ENA채널/MBC/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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