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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터뷰①] 김지훈 "'종이의집' 헬싱키, 제가 무섭게 생겼나요?"

2022.07.30 오전 10:00
"거울 보면서 '내가 그렇게 무섭게 생기지 않은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을 해요."

꽤 큰 덩치, 덮수룩한 수염을 가진 배우 김지훈 씨의 안경 넘어 눈빛을 가만히 바라보자니, 가면을 올려 쓰고 총을 들고 있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의 캐릭터 포스터가 겹쳐보였다. 어쩐지 '5초 이상 눈빛을 바라보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눈을 자주 내리깔았는데 (티나지 않게) 흘끗거리며 자세히 보니 이 배우, 눈빛이 맑다. 거울을 보며 잠깐씩 한다는 그의 고민이 깊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영화 '감시자들' 속 물먹는 하마 역을 기억하고 있는 대중이라면 김지훈 씨의 눈빛을 길게 바라보지 못하는 마음을 이해할 것이다. 핫바를 먹다 걸린 범죄자였던 그가 거대한 범죄 조직의 일원으로 돌아왔으니. 그만큼 개성 강한 캐릭터로 영화, 방송계에 강렬한 인상을 남겨온 그다.

헬싱키로 역대급 '센캐(센 캐릭터)'를 연기한 김지훈 씨는 오디션 때부터 강렬함을 만들어왔다. 그는 "비슷한 느낌의 배우들 중에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 헬싱키 역할을 연구를 많이 했다. 오디션 전에 살을 더 찌우고, 수염을 기르고, 모자를 준비해갔다"고 말했다.

촬영이 시작되고도 헬싱키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계속 됐다. 한국판 '종이의 집' 속 헬싱키만의 특징이었던 연변 사투리도 남다르게 준비했다. 촬영이 없을 때도 쌍둥이 동생 오슬로 역의 배우 이규호 씨와 따로 연변 사투리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선생님에게 사사를 받고 연습을 했다. 원작 캐릭터가 강렬하다는 것을 알기에 고민이 깊었던 터였다. 그래서 더욱 아쉬움도 짙다. 그는 "원작 캐릭터와 다르게 아예 나만의 색깔로 다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싶다"고 털어놨다.

깊은 고민 속에서 완성된 헬싱키, 오슬로는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의 파트2에서 더 큰 활약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지훈 씨는 "헬싱키, 오슬로의 과거 이야기가 공개되면서 사건이 일어난다. 둘의 진한 느낌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동시에 그는 "진솔하게 연기를 했는데, 관객들에게 잘 전달이 될까 걱정도 있다"며 헬싱키 역에 대한 진심 어린 마음을 내비쳤다.



헬싱키 역에 오기까지 차근차근 만들어진 김지훈 씨의 강렬한 캐릭터는 영화 '감시자들'에서 출발했다. 그는 "'감시자들' 속 이미지가 계속 남아 있다. 그 이후에 비슷한 캐릭터들로 몇 년 간 작품을 해왔다"고 이야기했다. '감시자들'은 캐릭터뿐만 아니라, 연기를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준 작품이기도 하다.

"연기를 그만 둘까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감시자들'을 안 했으면 저는 연기를 그만뒀을 것 같아요. 그때 되게 힘들었어요. 하고 싶었던 연기를 계속 해왔는데 돈도 없고. 서른네살이었거든요. 유일한 후원자였던 누나도 '이제 밥벌이를 해야 되지 않겠냐'고 했었어요. 누나에게 '한 번만 더 해볼게요'라고 말해놓고, 한성대 앞에 광장에 앉아서 울었어요. 한창 울고 있는데 '감시자들' 오디션을 보러 오라고 연락이 오더라고요."

이후에도 연극 무대, 스크린, 브라운관을 모두 오가며 김지훈 씨는 성실하게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특히 자신의 연기를 아쉬워하기도 하고, 고뇌하기도 하며,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좌충우돌도 성실히 임했다. 그래서 그는 여전히 미숙했던 때를 잊지 않고 아쉬워하며 더 나은 '다음'을 위한 원동력으로 삼는다.

"연극 할 때는 코믹한 감초 역할을 많이 했었어요. 그 비슷한 느낌으로 영화 '러브픽션'에 출연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많이 아쉬워요. 지금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더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쉽죠."



아쉬움과 고민의 반복 속에 작품을 거듭하며 쌓인 것은 연기, 캐릭터뿐만 아니라 '여유'다. 촬영장에서 주위를 둘러보며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가는 '팀 플레이'에 기꺼이 참여하는 여유가 그에게 생겼다고 했다.

"예전에는 촬영장에 가면 '난 혼자야'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이야기도 잘 안 하고, 모니터 근처에도 잘 가지 않았었어요. 항상 뒤에 서있었죠. 그런데 어느 날부터 '지금 옆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내 편인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되게 좋은 사람들이네. 나도 저렇게 한번 해볼까' 같은 생각을 하게 되면서 마음이 조금 편해졌어요."

마음이 편해진 덕분일까. 김지훈 씨는 "요즘 인상 좋아졌다는 말 많이 듣는다"며 유쾌하게 웃었다. 마음 속 넓어진 여유 공간 만큼, 그가 소화하는 캐릭터, 작품의 폭도 더욱 넓어졌다.

김지훈 씨는 JTBC 새 드라마 '모범형사2'에서 변지웅 역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그는 "순진무구한 친구라고 할까"라고 변지웅을 소개했다. 이어 "시즌1에 비해 분량도 많아졌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이에 헬싱키 역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 변지웅의 옷을 입은 김지훈 씨의 변신이 더욱 기대된다.

▶'[Y터뷰②] '모범형사2' 김지훈 "월 20만원 벌며 연기 포기할까 싶었지만…"'로 이어짐.

[사진 = YTN star,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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